하치조신경 손상되면 형사처벌? 치과계 파문 확산

  • 등록 2026.06.24 21: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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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죄로 실형 선고 전력 고려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은 면허취소 요건 해당 안 돼
불가항력 합병증에 과도한 책임, 치과진료 위축 우려

하치조신경 손상 관련 분쟁으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된 판례가 나와 치과 개원가에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유사한 분쟁들에 대한 법원의 손해배상금 산정 기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징역형 선고까지 나오면서 면허 취소에 대한 걱정과 치과 진료 자체에 대한 위축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례는 해당 원장에게 이미 별도 범죄 경력이 있었고, 합의 여부 등 양형 상 특수 사정이 함께 고려된 사례인 만큼 이를 곧바로 모든 하치조신경 손상 분쟁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특히 금고 이상의 형 선고를 받을 경우 면허 취소 사유지만, 해당 판례와 같이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의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원장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A 원장이 이미 지난해 8월 사기죄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던 점과 의료 상 과실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환자와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원장이 치아 파절로 내원한 환자를 상대로 46번 및 47번 치아 부위에 임플란트를 시술하는 과정에서 하치조신경이 손상됐다. 재판부는 A 원장이 임플란트 식립 중 환자 우측 하악 신경부위 신경손상 등으로 인한 치료일수 미상의 감각이상 등 후유장애를 입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시술 전 검사를 통해 치아 상태와 하치조신경관 위치 등을 파악하고, 임플란트 시술 과정에서 적정한 깊이의 드릴링을 통해 하치조신경관으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식립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해당 판례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업무상과실치상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징역형·집행유예 판결이 나오지 않는 만큼 진료 시 하치조신경 손상이 되면 무조건 과중한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풀이했다.


또 의료법상 예외 조항이 존재하는 만큼 의료과실로 인한 사고만으로는 징역형을 비롯해 높은 형량을 받더라도 면허 자체가 취소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A 원장 판례는 이미 사기죄로 치과의사 면허취소가 확정된 상태에서 진행된 특이 사건으로, 재판부가 범죄 전력 등을 고려해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서정권 변호사(법무법인 대청)는 “하치조신경은 환자마다 위치가 다른 만큼 치과의사의 입장에서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확률 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고”라고 전제하며 “벌금형도 아니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A 원장의 사기 전과를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치협 “판례 분석, 법리적 대응 모색”
치과 개원가의 불안감은 현재 진행형이다. 치과 진료 과정에서 상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의 결과가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은 고난도 진료 기피와 방어 진료 확산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 개원 중인 B 치과 원장은 “하악 사랑니 발치가 꼭 필요한 환자에게 발생한 하치조신경 손상은 불가항력적인 합병증인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형사 판결이나 사회적 인식은 임상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치과의사에게 큰 무력감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시술 전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음에도, 결과만으로 일선의 치과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C 원장도 “의료행위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책임이 쉽게 인정된다면 의료진은 고난도 수술이나 위험도가 높은 환자의 진료를 기피하고, 불필요한 검사 및 전원을 늘리게 될 것”이라며 “결국 환자는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치료를 받기 어려워지고 의료비도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 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치협 역시 이번 판례를 주목하면서 법리적 대응 논리를 모색 중이다.


우시택 치협 법제이사는 “의료 행위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고의나 악의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임상적 합병증을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경향은 결국 치과의사들로 하여금 방어 진료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 구강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협회 차원에서 법리적으로 방어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 이사는 “사법 리스크 속에서 치과의사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서는 CT 촬영과 진단 과정을 통해 해부학적 위험성을 인지하는 한편 수술 과정 등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사전에 환자에게 손상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중 기자 hjreport@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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