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 중독

  • 등록 2026.09.16 16:40:05
크게보기

시론

어린 자녀의 방학은 엄마의 개학이라 했던가. 폭염보다 더 두려웠던 초등학생 아이의 여름방학이 지나갔다. 방학이 닥쳐오면 학기 중 학교에 가는 시간을 어떻게 때울 것인가와 끼니를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인가가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다행이 몇 년간 함께한 도우미 이모 덕분에 끼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상황이지만, 낮 시간을 아이가 어떻게 보낼지는 눈에 선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 아이가 시간날 때 주로 하는 건 유튜브 시청 그중에서 ‘쇼츠’ 보기 이다. 아직 나이가 어려 카톡이나 SNS를 못하니, 유튜브만 아주 열심히 본다.


우선 구글의 family link에서 아이 계정 유튜브 사용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해 놓았다. 역시나 아이는 본인 핸드폰으로 시청시간이 다 되면 다른 태블릿 기계로 능숙하게 아빠나 엄마 계정으로 이어보기를 계속 했다. 못 보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여 유튜브 보는 시간에 책을 읽는 것, 운동을 하는 것을 용돈으로 보상하는 것도 함께 하였다. 그리고 동영상만 보았을 때 안 좋은 점을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벌써 여러 나라가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너만 제재를 당하는 것이 아니고 이정도면 아주 양호한 거라고 얘기 하며 스스로가 자제할 의지를 갖도록 독려해 주었다.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아이는 한번 핸드폰을 잡으면 큰소리로 하지 말라 할 때까지 놓지 않았다. 이렇게 방학 시작하고 일주일이 되었을 무렵 신문기사가 하나 났다.


소셜 미디어 기업의 청소년 중독 책임이 세계 최초로 인정된 ‘케일리 대 메타. 구글’ 사건의 피해자 대리를 맡은 양수석 미국 변호사의 인터뷰 기사였다. 기사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기업은 어린이 청소년 유저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중독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며, 이것의 증거로 시간 증가를 겨냥한 두 회사의 내부 문건을 제시했다. ‘2016년까지 하루 10억 시청 시간을 달성하자’는 구글 내부 문건이나 ‘3개년 계획으로 매출 250억 달러와 사용자 이용 시간을 12% 늘린다’는 메타 내부 문건이 대표적이다.


변호인단은 소셜 미디어 기업의 ‘중독 비즈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의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케일리 쪽 증인인 애나 렘키 스탠퍼드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카지노 게임기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하였다. 게임기가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은 작은 노력으로 균일하지 않고 가끔씩 예상치 못한 큰 보상이 나오는 것처럼 화면 터치의 단순한 동작으로 불쑥 나오는 흥미로운 영상이 보는 사람의 도파민을 분출시킨다. 또 사용자 취향에 맞춤한 추천 알고리즘은 ‘약물’(도파민)의 효과를 배가시키며 ‘무한 스크롤’은 이용자가 끝없이 재미를 탐색하게 만든다고 했다. 다음 영상을 저절로 틀어주는 ‘자동 재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동성이 소비의 원동력이 되는 구조”다. 꾸준히 울리는 ‘알림’도 어렵게 빠져나간 이용자를 소셜 미디어로 되돌아오게 만든다.


이 기업들은 중독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도 방치한다. 메타의 전 안전 책임자 아르투로 베하르는 “청소년 피해 사례를 마크 저커버그 등 메타 경영진에게 수차례 제출했으나 아무 답을 받지 못했으며 ‘중독’(addiction)이라는 단어가 회사 내에서 금기시돼 ‘문제적 이용’(problematic use)이라는 말을 써야 했다”고 법정 진술했다.


기사를 읽으면서 대기업에서 이렇게 조직적으로 유혹을 하는데 당하지 않을 수가 없지 생각을 하며, 나의 쉬는 시간을 위해, 외출할 때 떼쓰기 방지용으로 어릴 때부터 핸드폰과 태블릿을 쥐어주었던 일하는 엄마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느낌도 받았다.


이전에 우리가 텔레비전을 보며 멍하게 앉아있으면, 바보상자라고 머리 나빠진다고 꾸중을 들었는데, 이제는 짧고 의미 없는 동영상 보다 차라리 스토리 있는 긴 영상을 집중하고 앉아서 보는 것을 추천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쇼츠 중독은 Brain rot(뇌썩음)의 상태로 우리를 이끈다. 작은 노력으로 도파민의 분비가 확 올랐다가 떨어지면 그것 외에 다른 것들은 귀찮고 하기 싫어져 의미 없이 멍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중독이 되면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을 수 없고 내성이 생기면서 좀 더 자극적인 것을 기대하게 된다. 음식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좀 멀리 하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유튜브의 긍정적인 효과를 온전히 즐기고 누리기 위해서는 중독을 피해야 한다.


아이와의 유튜브 시청 실랑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너무한다 싶으면 화도 내고, 잘하면 용돈도 준다. 혼자 있는 절대적인 시간을 줄이려 집근처에 10시까지 여는 공공도서관에 잠깐이라도 다녀오고, 저녁 먹고 동네 한 바퀴 산책하고, 거실에서 함께 애니메이션도 본다. 요즘과 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또 다른 무엇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대기업의 비즈니스 알고리즘을 지적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제재가 이루어지기 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쁜 것의 중독에 빠지지 말고, 좋은 것으로의 몰입이 이루어질 수 있게, 내 생활의 결정권은 내 자신임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하는 시점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지혜 미담치과 원장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 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직무대행 이정우 | 편집인 김석중 대표전화 : 02-2024-9200 | FAX :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 광고관리국 02-2024-9240 |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