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오십보 백보 - 50보 만큼의 차이/두배 차이
우리는 “착하게 살아라” “좋은 일을 하면 언젠가는 복을 받는다” “정의가 승리한다” 라는 말을 수없이 듣고, 배우고, 그것이 옳다고 믿어 왔다. 그런데 가끔 인생을 살다보면 자신밖에 모르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권력을 갖고,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물론 착한 부자, 권력자, 인기인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참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라고 칭찬하면서도 그 착한 사람을 대할 때는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기 보다는 그저 쉽게 대할 수 있는 사람으로 행동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나쁜 사람에게 잘 못 보여서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나쁘지만 돈이 많거나 권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잘 보여서 이익을 얻으려고 오히려 어렵게 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착한 사람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과속하지 않고 제한 속도를 지키고 여러 교통법규를 지키자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교통법규를 자주 위반하는 사람이, 그러는 당신은 한 번도 교통법규를 위반한 적이 없느냐? 완벽하게 지키고 있느냐? 라고 물어서 사람을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최근 언론에 불량 네트워크 치과의 여러 불법적인 진료, 비도덕적인 행태를 고발하니 보통 치과의사들의 잘못을 캐내어서 “너희들이나 우리들이나 결국은 똑같은 게 아니냐”라고 한다. 오십보를 도망친 병사나 백보를 도망친 병사는 똑 같은 것이 아니다. 백보를 도망친 병사는 살기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재빨리 도망친 것이고, 오십보를 도망친 병사는 차마 도망치지 못하고 망설이면서, 조금 더 싸우다가 도망치느라고 50보 밖에 도망치지 못한 것이다.
이 50보 100보를 생각하면서 우리의 행위와 인간성을 그림으로 나타내보았다.
우리 인간이 하는 모든 일에는 더 좋은 일, 더 나쁜 일, 더 바람직한 행동, 더 비난 받아야 할 행동 등이 있다. 비난 받거나 나쁜 일·행동 중에서 이런 것은 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들은 법에 의해 규제하고 벌을 받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그림 1)
아주 좋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착한 마음을 갖고 좋은 일만하는 사람도 본의 아니게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전여하지 않을 수는 없다.(그림 2 )
보통의 선량한 사람들도(그림 3) 귀찮아서, 힘들어서, 편해서, 이익을 얻기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일, 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조금은 하게 된다. 가끔씩 좀 더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자신을 돌아보며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많은 보통사람들이 있다.
나쁜 사람들도 있다. 나쁜 사람이라고 항상 나쁜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부도 하고 사회공익사업도 한다. 그러나 나쁜 일을 감추기 위해서 공익사업을 하기도 한다. 보통 나쁘다고 하는 사람들은 법에 저촉되는 일, 법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으나 해서는 안되는 행위, 불법과 합법이 모호한 행위, 비난 받을 일, 주위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일을 자주하고 많이 하는 부류이다.(그림 4)
우리 사람에게 점수를 매기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99점, 90점, 80점, 70점, 60점, 50점, 40점, 30점 등을 받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60점 이하는 낙제점수로 생각하고 있다. 59점은 낙제이고 60점은 낙제가 아니다. 왜 그럴까? 무슨 근거로? 최소 70점 이상은 되어야 제대로 공부한 학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69점까지 낙제로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명확한 것은 1점 차이이기는 하지만 59점보다는 60점이 더 낫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60점, 50점 이하인 사람들이 80점짜리 사람에게 잘 못된 20점을 문제 삼아서 너나 나나 똑 같이 나쁜 사람이 아니냐? 라고 따진다면… 50보와 100보는 두 배나 차이가 난다. 60점이나 70점이나 다 똑 같다고 하면 우리의 앞날은 캄캄해진다. 50점, 60점짜리는 70점보다 20점, 10점만큼 잘 못한다·나쁘다는 것을 알고, 뉘우치고, 고쳐서 1 점이라도 더 따려고 해야만 더 밝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병철
전남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