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은 북한산의 핵심을 이루는 백운대(白雲臺, 836.5m), 인수봉(人壽峰, 810.5m), 만경대(萬鏡臺, 787.0m)가 큰 삼각형으로 놓여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삼각산 또는 삼봉산, 화산으로 불렸고 삼국시대에는 부아악(負兒岳)이라고 불렸다. 아기를 등에 업고 있는 형상을 닮았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고구려 동명왕의 왕자인 온조와 비류가 남쪽으로 내려와 한산(漢山, 서울의 옛 이름)에 이르러 부아악에 올라가서 살 만한 곳을 정하였다는 전설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이 삼각산을 말한다. 그리고 조선의 수도 후보지를 찾으러 순례길에 나섰던 무학대사의 이야기에도 삼각산이 등장한다. 무학대사가 백운대로부터 맥을 밟아 만경대에 이르러 서남 방향으로 가 비봉에 이르니 “무학이 길을 잘못 들어 여기에 이른다”는 석비가 눈에 띄어 그 길로 방향을 바꾸어 내려가 오늘의 경복궁을 정하였는데, 그곳이 바로 삼각산이다.
삼각산이 예로부터 부르던 지명이고, 북한산이 일제 강점기에 지명개편을 하면서 사용된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북한산이라는 이름은 본디 서울의 옛 지명인 한산의 북쪽을 가리키는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의 고증으로 밝혀진 국보 문화재 ‘진흥왕 순수비’도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로 불리고, 병자호란을 겪은 효종이 북벌정책의 일환으로 산성을 축성하고자 하여 숙종 때 완성된 산성의 이름도 북한산성(北漢山城)이다. 즉 삼각산, 북한산 모두 고유 명칭으로 삼각산은 세 봉우리를 이은 삼각에서 비롯됐고, 북한산은 크고 작은 30여 봉우리를 모두 포함하는 이름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자는 경기도 파주시 보건소에서 공보의 생활을 했는데 삼각산의 세 봉우리가 이루는 진면목은 북한산의 북쪽에서 보면 훨씬 잘 나타난다. 조선시대 병자호란 때 중국으로 끌려가던 김상헌이 세 봉우리 아래의 한양을 떠올리며 남긴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가 절로 떠오른다.
캐나다 벤프, 제스퍼를 여행하면서 본 로키산맥의 절경과 대자연의 웅장함에 대해 캐나다 친구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오히려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품고 있으면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북한산의 아름다움과 위용에 대해 내게 부럽다고 하였다. 실제로 북한산은 백두산, 지리산, 금강산, 묘향산과 함께 대한민국 오악(五嶽)에 포함되는 명산으로, 서울 근교의 산 중에서 가장 높고 산세가 웅장하며, 연평균 탐방객이 865만 명(2009년 기준)에 이르고 있어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고 있기도 하다.
나에게 산이란, 등산이란 어떤 의미인가? 알랑 드 샤펠리우스는 “등산은 길이 끝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하였으며, 헤르만 후버는 “등산가는 산의 법칙에 따라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며 언제나 배워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대학입시에 떨어지고 낙담해있던 겨울에 고3 담임선생님이 북한산에 가자고 연락을 하셨다. “등산이란 인생과 같아서 정상을 향해서 갈 때도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다”며 목적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의미를 설명해주셨다. 그때 산이 주는 위로를 경험하였다. 그래서였을까 치과대학을 다니며 고단한 학업에 지쳐있을 때 창경궁 너머 보이는 북한산의 백운대, 인수봉은 “다 잘 될 거야”라는 위로와 안식이 되었다.
서울시치과의사회는 매년 가을 “삼각산 지키기 자연사랑 치아사랑 회원 등반대회”를 개최한다. 올해는 지난 21일 300여명의 회원, 가족, 직원들이 참가하여 우이동에서 출발해 소귀천계곡, 대동문을 거쳐 진달래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산행을 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끼리 산을 오르며 이야기도 나누고, 경사가 가파른 곳에서는 서로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함께 물을 나눠 마시며 땀을 식히기도 하였다.
지금 치과계는 어렵다. 일부 치과들의 도를 넘어서는 진료비 덤핑과 이를 메우기 위한 불법 의료광고, 위임진료와 과잉진료 등은 치과계의 동료라는 생각은 버린 채 자신만 살겠다는 경쟁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치과전문의제 시행으로 인한 대립과 의료영리화나 다름없는 의료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태는 안 그래도 힘든 개원가의 현실을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의미에서 회원들이 함께한 삼각산 등반대회는 치과계 동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좋은 시간이었다. 삼각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청량한 가을바람이 지치고 고단한 회원들에게 마음의 안식과 위로가 됐기를 바래본다.
조영탁 서울지부 법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