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DNA - 우리가 잘하는 것들

  • 등록 2014.10.24 11: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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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제1973번째

꼬리를 무는 대형사고들을 보면서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자괴감에 어깨가 처지는 요즈음입니다. 그럼 한국인의 DNA는 그렇게 형편없이 부정직하고, 쉽게 잊고, 편가르기 좋아하고, 급하기만하고, 무책임함이 넘치는 그런 것들로 꽉 차있을까요? 우리가 우수한 것, 다른 민족이 도저히 따라 오지 못 할 그 무엇은 없을까요? 제가 가진 주관적인 잣대와 오랜 외국 생활에서의 경험으로 말씀을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는 흥입니다. 둘째는 머리입니다. 셋째는 감성입니다. 옛날 학창시절 연고전 끝나고 동대문에서 광화문을 거쳐 신촌까지 어깨 동무를 하고 뛰던 기억 나세요? 그게 우리 힘의 원천입니다. 월드컵 4강의 신화를 만들어 내었던 시청앞 광장, 세계를 들었다 놓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 것들은 한국인의 흥을 바닥에 한자락 깔고 있습니다. 세계가 놀라는 것은 어떻게 별거 아닌 듯 보이는 한국인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겁니다. 시청앞 광장 응원은 한국인만이 할 수 있는 겁니다. 말춤이라고 했지만, 싸이 춤의 밑바닥에는 탈춤의 흥이 깔려 있는 겁니다. 우리만큼 흥이 있는 민족, 흔하지 않습니다.

둘째로는 머리와 재능 입니다. 눈썰미가 있어서 흉내 내는 것을 잘하는 민족은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근본적으로 머리를 얹을 수 있는 민족은 많지 않습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유태인이 다른 무엇인가 특별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이 많은 면에서 유태인과 견줄만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유태인에 못 미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절실함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그 재능과 머리의 천재적 즉흥성에 디테일과 치밀함이 빠져 있는 겁니다. 노력은 똑 같이 할 수 있지만, 잘하지 않으면 나는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의 유전자가 우리의 DNA이중나선 구조에는 희미합니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우리는 유태인들이 가질 수 없는 흥의 gene이 있으니까요.

셋째로는, 감성입니다. 감성은 감정과 많이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르지요? 한국인은 특별히 예민한 감성을 갖고 있습니다. 엊그제인가 우연히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에 나온 가수들이 노래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문명진으로 시작해서 소향이 부른 일곱 곡의 노래를 들으면서 R&B를 흑인들보다 잘 부를 수 있는 민족은 한국인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을 적시지 못하는 음악은 음악이 아닙니다. 흑인들의 길고 긴 노예시절을 통해서 빚어내고 걸러 낸 애절한 감성과 고통의 깊이를 곡조와 리듬에 담아낸 음악이 R&B일 진대, 그 것을 거뜬히 소화 해 내는 한국 가수들의 능력은 출중하다고 할 밖에 다른 말로 형용이 불가합니다.

원조 가수 마이클 볼튼의 말처럼 본인의 해석보다 훨씬 탁월한 해석을 하는 소향의 노래를 들으면서 ‘한국인 감성’의 위대함을 확인했습니다. 흥과 재능과 감성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것이 대중 예술이고 대중 문화라면, 왜 4000만 남 짓이 만들어 내는 한류문화가 세계 문화에 영향을 주는지 설명이 가능해 집니다.
감정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는것, 확실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감성이라면, 이 여리고도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잘 감지가 되지않는 감성을 정서라는 말로 획일화하여 감정으로 묶어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용하려는 무리들은 한국인의 감성을 악용한다고 봐야지요. 이 감성이 잘 모아져 흘러가서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표출되었던 것이 바로 80년대의 ‘이산가족 찾기’였고, 90년대 말의 ‘금 모으기 운동’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감정이 아니라, 감성에 충실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흥이 한국을 세계무대의 중심에서 춤추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재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기가 좀 살아 나세요?       

배응권 매릴랜드치대 교정소아치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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