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따라 다니는 유일한 친구가 그림자다. 누구나 갖고 있지만 그림자가 있어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 그림자가 내겐 두 개다. 사실 하나이지만 복시로 인해 두 개로 보인다. 필자는 젊었을 때부터 안질환의 하나인 부동시(양안 심한 시력차)로 조금 불편하게 살아왔지만 그런대로 적응하면서 잘 지내왔다. 주로 왼쪽 주안이 역할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불편을 느끼지 않는데 야간에 빛이 퍼져 다소 불편을 느낄 정도이고 안경을 착용하기 때문에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예전 대학시절 현역신검 받으면 양안시력 차이 1.0 이상인 부동시는 군 면제란 말을 들었다. 군 면제 받으려고 안간 노력을 하는 사람을 보며 많은 생각의 차이를 느꼈다. 국가를 위해 군복무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특히 의사나 치과의사의 경우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병역특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군기피하는 사례를 보며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당시 내 주위에서 군 면제 받으려고 암암리 빽을 쓰거나 허위진단서로 기피하는 사례가 주위에 있었다. 그리고 신검 당시 과체중으로 면제 받기 위해 검사 당일 계속 물과 콜라를 먹으면서 체중을 늘리려는 모습이 안쓰러움을 떠나 불쌍해보였다. 군대 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우리의 특수한 상황을 받아들이며 국가를 위해 젊은 시절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 면제에 해당하는 필자는 순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신검 당일 군의관이 불편하지 않냐고 묻길래, 불편하지 않고 생활에 별로 지장이 없고 안경 쓰면 잘 보인다고 했다. 그 결과 최고등급으로 판정받았고 공중보건치과의로 군복무를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마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대다수가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가게 되는데 그 속에 포함되고 싶기도 했다.
부동시를 안고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세월이 흐르니 좋았던 한 쪽 눈도 따라서 나빠지기 시작했다. 시력 차이가 줄어들어 1.0까지는 되지 않지만 눈이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집중이 잘 안 되는 불편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예전에는 못 느꼈는데 노안을 경험하게 되면서 눈을 조절하는 근력이 약화되어 초점을 잘 잡아 주지 못한다. 그로인해 밤에만 나타나던 복시가 눈에 힘을 빼거나 피로해지면 낮에도 나타나 상이 겹쳐 보이며 심하면 두 개로 보인다.
복시로 인해 안경도 수도 없이 특수렌즈로 제작해 사용하며 견뎌왔다. 어느 날 산책하며 나를 따라다니던 그림자가 두 개인 걸 의식하게 되었다. 그 순간 남들에겐 하나 뿐인 그림자가 내겐 두 개가 있으니 왠지 모르게 든든한 호위무사처럼 느껴졌다.
자욱한 안개 속에 희미한 연인의 두 그림자를 생각하며 영화의 한 장면이나 노랫말의 한 대목이 떠오르겠지만 혼자 걷는 둔치 길을 따라 다니는 내 그림자가 예전엔 무심코 지나왔지만 이젠 꼭 확인한다. 컨디션에 따라 한 개가 될 때도 있고 두 개가 될 때가 있는데 곁에 있는 친구가 둘이여서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누릴 수 없는 나만의 세상에서 이 순간을 즐긴다. 복시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고칠 수 없으면 불편을 받아들이고 차라리 평생 함께하는 동반자처럼 지내면서 스트레스를 다소나마 극복하고 있다. 그로 인해 오늘도 우연히 나만의 의미 있는 걸음을 감사히 생각한다.
두 그림자
혼자여서 싫다
외로움은 싫어
혼자여도 좋다
때론 외로움에 슬퍼하고
때론 고독을 즐긴다
항상 동행하는 그림자
남들은 하나뿐인 그림자지만
언제부터 복시로
내겐 특권인양 두 개다
연인의 두 그림자가 아닌
혼자여도 연인처럼
따라다니는 두 그림자
하나는 외로움을
하나는 고독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먼 길 동행하네
복시: 상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안질환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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