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隔世之感)의 현장에서 마주한 질문입니다.
필자도 작년에 환갑이 지났으니, 올해 만으로 예순하나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30여 년 전인 1993년, 서른도 안된 젊은 나이에 처음 치과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의 나이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때로는 필자보다 연배가 높은 직원과 손발을 맞추며 병원을 일구기도 했으니,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아득한 세월입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시간 동안 병원을 지키며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소위 ‘세대차이’ 혹은 ‘시대차이’라 불리는 조직 내 문화의 충돌입니다. 현재 우리 병원을 지탱하는 젊은 직원들은 필자에게 거의 딸뻘 되는 나이입니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부딪히는 과정에서, 최근 필자는 직업 윤리와 프로 의식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진료 시간의 주인은 누구인가?
사건의 발단은 단순했습니다. 진료 시간 중에 스마트폰을 보거나, 진료중일 때 다른 공간에서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입니다. 원장으로서 엄중히 지적했을 때 대다수 직원은 잘못을 시인했지만, 한 직원의 항변은 필자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할 일이 없을 때는 잠시 휴대폰을 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가 된 시대에 필자가 너무 고리타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기도 했습니다. 동료 원장들에게 물어봐도 진료 시간 내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서는 거의 부정적이었습니다. 환자에 대한 저의 생각은 확고합니다. “진료 시간의 주인공은 환자이며, 모든 에너지는 환자에게 집중되어야 한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물론 점심시간이나 진료시간외 시간은 직원이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무 시간은 가치를 거래하는 시장이다**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던 중, 40여권의 성과 관리에 대한 저서를 갖고 계신 성과 코칭의 대가로서 M사, N사 등 치과 메이저 회사에서도 성과관리를 전수해 주셨던 류랑도 대표님의 저서 『인정받는 노력』의 한 구절이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는 “회사에서의 시간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합니다.
“이는 구시대적인 근면성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냉혹한 진리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근무 시간이라는 것은 내가 역할을 부여받고 책임을 완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회사가 나에게 연봉이라는 대가를 주고 사들인 시간입니다. 직장은 곧 나의 가치를 거래하는 시장인 셈입니다. 시장에서 빈둥거리다가는 어떻게 될까요? 시간은 남아돌겠지만 나의 가치는 팔리지 않는 물건처럼 하락할 게 뻔합니다.”
이 문장은 전문 경영인이 아닌 치과 원장들이 현장에서 겪는 직원과의 마찰을 해결하는 데 매우 귀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직원들이 선천적으로 나빠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경우, 자신이 받은 보수의 의미와 그에 따른 ‘책무’를 명확히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프로의 자리는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방치하면 나중에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조직이 곪게 됩니다. 류대표님은 문제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해서 행동으로 해결해야 할 대상(Target)”으로 정의합니다.
우리는 흔히 과거의 경험과 지식에 근거해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그러나 1초도 정지하지 않고 변하는 세상에서 과거의 성공 방식은 때로 독이 됩니다. 세상에는 고정된 이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건’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론은 늘 사건의 뒤를 쫓는 후행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낡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지혜’입니다.
인간 세상의 본질은 결국 ‘관계’에 있습니다. 필자가 살이 쪘다는 사실도 씨름 선수 옆에서는 ‘마른 사람’이 되고 체조 선수 옆에서는 ‘비만’이 되는 것처럼 상대적인 것입니다. 모든 것이 관계로 이루어졌기에 공급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늘 상대방, 즉 공급자의 클라이언트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제품(진료)을 만들었어도 수요자인 환자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실패한 제품입니다. 마찬가지로 직원이 아무리 자기가 잘했다고 생각해도 수요자인 클라이언트(원장)가 만족하지 못했다면 역시 실패한 성과입니다. 수요자이자 공급자인 원장도 마찬가지로 변화하는 세상에, 고정된 생각에서 유연한 생각과 융합할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영화 <머니볼>은 가난한 구단인 오클랜드 어슬래틱스를 20연승이라는 기적으로 이끈 빌리 빈 단장의 실화를 다룹니다. 야구계의 스티브 잡스라 불린 그는 기존 야구계의 관습을 깨고 ‘한정된 자원으로 최선의 효과를 얻는’ 혁신적인 데이터 경영을 선보였습니다. 거대 자본이 지배하는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효율적인 전략과 경영으로 승리를 거머쥔 그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치과 경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 병원은 만수르의 첼시 구단처럼 무한한 자원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효율적인 전략과 프로다운 자세로 무장해야 합니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합리적인 의심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깨는 변화와 혁신을 시도해야 합니다.
딸뻘되는 직원들과의 갈등을 단순한 ‘세대 차이’로 치부하기엔 우리가 마주한 의료 시장의 변화가 너무나 거셉니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냉정하게 직면하여 교육하고, 서로 합의된 성과를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선배로서 필자가 후배들과 동료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책임감이라 믿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합니다. 그것은 숙명의 라이벌과도 같은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 병원을 혁신으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기도 합니다. 항변하던 직원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훈훈하게 대화를 마무리한 다음날, 필자는 진료 체어 앞에서 환자를 마주하며 생각합니다. 환자의 시간이 소중하기에, 우리의 시간 또한 환자를 위해 완벽히 쓰일 때 비로소 우리의 가치가 빛난다는 사실을…!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