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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 건강 나쁘면 우울증 위험도 높다

이정환·이휘영 연구팀, 한국 노인 5027명 추적 결과
악화된 구강건강이 사회적 관계망 약화 가능성 입증

구강건강이 악화될수록 노인들의 사회적 관계망이 약화된다는 가설을 대규모 종단연구로 입증한 연구가 나왔다.

이정환 단국치대 교수팀이 이휘영 펜실베이니아대 박사과정생팀과 함께 65세 이상 한국 노인 5027명을 4년에 걸쳐 추적 조사한 결과 구강건강이 나쁜 노인일수록 친구나 이웃을 덜 만나고, 결국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해당 연구는 국제치과학술지 Journal of Dentistry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단순히 치아가 몇 개 남았느냐가 아니라 노인의 구강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노인구강건강평가지수(GOHAI)’로 노인들의 구강 상태를 평가했다. 분석 결과 구강건강이 나빠질수록 가까운 친구·친척·이웃을 만날 가능성이 줄었으며, 이들을 만나는 빈도 역시 연간 약 3일 적게 만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악화된 구강건강이 직접적으로 사회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입 안의 통증과 불편함이 노인들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악화된 구강건강은 간접적으로 노인들의 생활비와 가용한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진료를 받기 위해 가용한 돈과 시간을 이미 다 쓴 셈이다.

사회활동 위축과 노인 삶의 영향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연구팀은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 만남이 줄어든 노인은 우울증 위험도 함께 올라가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주변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우울증이 생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구강건강 자체도 우울증과 관련됐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틀니 교체와 관련 연구팀이 주목한 대목도 흥미롭다. 프랑스에서 진행된 별도의 연구에 따르면, 낡은 틀니를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 구강건강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추정에 의하면 이때 구강건강이 개선되는 수준 역시 노인의 연간 사회적 활동을 의미 있게 증가시킬 수준이었다. 즉, 치과 치료는 노인들의 구강 건강을 넘어 사회적 안녕을 증진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는 셈이다.
 

제1저자인 이휘영 펜실베이니아대 공공정책대학원 박사과정생은 “입은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향해 말하고 또 표현하는 창이기도 하다”며 “노인 인구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늘어나는 것이 자명해진 이 시점에서 어르신들의 사회적 안녕을 보다 종합적으로 그리고 엄밀하게 진행된 연구로 조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 교신저자인 이정환 단국치대 교수는 “치과 치료는 씹는 기능을 되찾아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노인 구강건강 관리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우울증 예방과 고령층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정책 입안자들도 함께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