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광고, 덤핑 치과 등 비윤리적 개원 행태에 대한 치과계 안팎의 거센 공분이 자율징계권 확보라는 숙원을 재차 소환했다.
건전한 의료 질서 확립을 위해 전문가 단체 중심의 자율 규제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면서 이번에는 자율징계권이 가시화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최근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되면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핵심 쟁점을 두고 본격적인 찬반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해당 개정안은 의료인 단체가 전문가적 판단에 기반해 회원의 자율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그 결과가 자격정지·업무정지·면허취소 등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과 직접 연계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실제 개정안 세부 조항을 보면 ‘각 중앙회는 윤리위원회가 의결한 징계 결과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하며, 복지부 장관은 결과를 반영해 행정처분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김 의원은 ‘변호사법’은 변호사단체에 명확한 자율징계권을 부여하고 법무부와의 연계를 통해 행정적 효력을 확보하고 있어 의료인에 대해서도 이에 상응하는 자율규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 국민 신뢰 저하·의료비 폭증 우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에서 최근 공개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 내용을 살펴보면 각 의료계와 관련 부처, 환자 단체의 입장 차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동안 의료인 단체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치협의 경우 ‘수정 수용’ 의견을 제시했다. 해당 개정안이 중앙회에 직접적인 징계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 단순한 반영 권고에 그치는 등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징계 결과를 반영해 행정처분을 ‘실시해야 한다’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열린 치협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도 서울, 부산, 경기, 전북 등 4개 지부에서 자율징계권 확보를 거듭 촉구했다. 현재 의료법은 자체 권한과 독립성 대신 보건복지부로부터의 종속된 책임과 의무만 치협에 강조하고 있어 의료 윤리 확립 및 자체 정화에는 어떤 실질적인 권한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치과 개원가 내부의 폐해는 물론 대국민 신뢰도 저하와 급격한 의료비 증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치과계의 날선 비판이다.
# 동료 전문가, 비윤리적 행위 규제 추세
대한의사협회 역시 찬성 입장이다. 국제적으로도 의료 현장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가장 잘 아는 동료 전문가들의 평가에 기반해 비윤리적 의료행위에 대해 현실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인 규제 모델로 정착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조건부 수용’ 입장이다. 의료인 단체별로 징계 수위나 기준이 상이할 수 있으므로 자율징계 결과와 행정 처분으로 자동 연계가 아닌 제한적, 참고적 반영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국민과 환자 다수의 시각에서 의료인 단체에 독립적인 면허 관리 권한과 자율징계권을 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인식되고 있다는 주장을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신중 검토’ 입장을 밝혔다. 면허관리 제도 및 행정처분과의 관계, 타 전문직역의 징계권 행사 여부 및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 6•3 지방선거 등으로 논의 지연 전망
해당 개정안을 둘러싼 국회 차원의 논의는 현재로서는 향배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일단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회부돼 지난 3월 11일 의안으로 상정됐지만 이후 두 달 여간 계류 상태로 별다른 논의가 진척되지 않은 상황이다. 시급한 민생 현안이나 핵심 의제로 분류되지 않은 점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각 정당이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체제로 이미 전환한 상태고, 오는 5월 말로 제22대 국회 전반기 임기가 종료돼 조만간 본격적인 후반기 원 구성에 들어선다는 사실도 국회 차원의 논의가 예상보다 더뎌지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럼에도 개원 질서 확립을 위한 가장 확실한 해법이 갈급한 치과계로서는 지속적인 의견 개진과 입장 표명을 통해 자율징계권의 당위성을 전제로 한 공론화 과정을 ‘상수’로 두고 대국회 설득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