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1 (토)

  • 구름많음동두천 24.1℃
  • 구름많음강릉 28.4℃
  • 맑음서울 25.0℃
  • 구름많음대전 23.2℃
  • 구름많음대구 23.8℃
  • 맑음울산 23.0℃
  • 맑음광주 24.8℃
  • 맑음부산 25.1℃
  • 맑음고창 25.2℃
  • 구름많음제주 28.5℃
  • 구름많음강화 24.3℃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2.4℃
  • 맑음강진군 24.8℃
  • 맑음경주시 22.1℃
  • 맑음거제 22.4℃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포모형 인간, 조모형 인간

하상윤 칼럼

최근 주식 시장의 흐름을 요약하는 가장 뜨거운 단어는 단연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입니다. 포모란 나만 소외되거나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감과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심리적 고립 장애를 뜻합니다. 신문 헤드라인마다 “나만 또 벼락거지 될라… 다시 번지는 주식시장 포모 증후군”, “불장에 번지는 대학가 포모… 학자금 대출까지 주식판으로” 같은 문구들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의 시장은 광풍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새해 첫 거래일에 4,200대에서 시작한 주가지수가 불과 5개월 남짓 만에 거의 2배인 최고 8,400포인트를 돌파했으니 말입니다. 고등학생들까지 주식 투자에 뛰어든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더니, 얼마 전에는 팔순이 훌쩍 지나신 저의 사촌 누님에게서도 전화가 왔습니다. 젊은 시절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일구시고, 지금은 은행 예금 이자로 여유롭고 평온한 노후를 보내고 계신 분입니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평생을 살아오신 분조차 연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보며 심리적 동요를 느끼신 모양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지금이라도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 하느냐”며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 포모라는 유령이 우리 사회의 얼마나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는지를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정 테마주가 급등하거나 새로운 기술적 패러다임이 시장을 지배할 때, 나만 이 거대한 자산 증식의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공포감은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되지만, 동시에 개인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독약이 됩니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네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냉철한 분석은 뒷전이 되고, 그저 이 버스에 올라타지 못하면 영영 낙오자가 될 것 같다는 실존적 불안이 우리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대중의 군중심리는 언제나 시장의 거품과 붕괴를 반복해 왔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부터 21세기 기술주 버블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늘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모방 소비와 모방 투자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전파 속도가 빛의 속도만큼 빨라진 지금, SNS와 실시간 커뮤니티는 이 포모 증후군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광범위하고 깊숙하게 대중에게 전파되고 있습니다.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포모형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그저 타인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 타인이 부러워하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정확히 짚어낸 말입니다. 포모형 투자는 결국 내 자산의 주인이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과 시장의 소음에 자기 자신을 더 많이 내어주는 행위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 역시 주체성을 잃고 대중에 맹목적으로 묻어가는 인간을 강하게 경계했습니다. 그는 대중 속에 숨어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을 ‘불안’의 결과로 보았으며,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지 않는 삶은 참된 실존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에 온종일 일희일비하며 밤잠을 설치는 근본적인 이유는, 내 투자의 뿌리가 내 내면이 아닌 타인의 손에 쥐여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처럼 광풍이 부는 포모의 시장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대안이자 철학적 태도가 바로 ‘조모(JOMO·Joy Of Missing Out)’형 인간입니다. 조모는 남들이 무엇을 하든, 어떤 트렌드가 유행하든 간에 ‘소외되는 기쁨’을 누릴 줄 아는 태도입니다. 이를 투자 시장에 대입해 보면, 주변의 소음에서 과감히 벗어나 자신이 세운 원칙과 기준에 따라 묵묵히 걸어가는 ‘조모형 투자’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조모형 투자는 결코 시장에 대한 무관심이나 포기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장의 중심에서 한 걸음 물러나, 전체적인 판세를 냉정하게 관조하는 ‘적극적 관찰’에 가깝습니다. 모두가 뜨겁게 달아오른 축제에 참여해 흥청거릴 때, 혼자 차분히 의자에 앉아 축제가 끝난 뒤에 찾아올 리스크를 계산할 줄 아는 용기입니다.


이는 고대 스토아철학의 핵심 정신과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에픽테토스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같은 스토아 철학자들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철저히 구분하라”고 가르쳤습니다. 타인의 높은 수익률, 시장의 급등락, 내일의 주가지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감정, 나의 투자 원칙, 그리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나의 태도뿐입니다. 조모형 투자는 이렇듯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내 안의 원칙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스토아적 투자의 실천입니다.


시장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지금 당장 사지 않으면 늦을 것 같이 호들갑입니다.


탐욕과 공포라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자극해 판을 흔드는 것이 시장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이 거대한 소음 속에서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가 길을 잃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면에 단단한 ‘안테나’를 세우는 일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진정한 승자는 가장 빨리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는 사람입니다. 포모에 휩쓸려 뒷북을 치는 묻지마 투자는 일시적인 수익을 안겨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자산과 영혼을 모두 황폐하게 만듭니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확신을 가진 한 명은 관심만 가진 아흔아홉 명과 맞먹는 힘을 가진다”고 했습니다. 시장의 유행과 소문에 귀를 기울이는 99명의 포모형 인간은 결코 단 하나의 단단한 확신을 가진 1명의 조모형 인간을 이길 수 없습니다.


조모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투자는 시장의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보고, 남들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속도’를 존중합니다.


지수가 단기간에 두 배가 뛰는 역대급 광풍 속에서, 이제는 우리 자신에게 엄중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나는 지금 타인의 욕망에 이끌려 안절부절못하는 포모형 인간입니까, 아니면 소음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나만의 길을 가는 조모형 인간입니까.


남들이 가는 길을 맹목적으로 쫓아가기보다, 잠시 소외되더라도 내 선택의 무게를 견디며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변동성이라는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주식 시장에서 내 자산을 지키고, 나아가 내 삶의 품격을 지키는 진짜 투자의 본질이 아닐까요?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