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내부의 경영난과 진료 환경 악화, 국민의 높은 치과의료비 부담을 함께 풀기 위해서는 치과의료 위기를 직역 문제가 아닌 국민 건강권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중지가 모였다.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이하 정책연)은 지난 6월 27일 치협회관 5층 강당에서 ‘치과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 및 정책개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정책연이 발주한 ‘치과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 및 정책개발’(연구책임자 정세환) 연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치과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과 정책’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정세환 강원치대 교수는 치과의료 위기를 재정·서비스제공·관리·정보·인력 등이 얽힌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특히 치과 의료비가 2001년 약 1조4000억 원에서 2024년 약 13조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을 국민 가계가 직접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정 교수는 치과의료 체계의 주요 문제로 높은 가계 직접 부담, 소득계층 간 치과 접근성 불평등, 치료 중심 진료 구조, 노인 저작불편, 비급여 시장 왜곡, 치과의사 수급관리 부재, 구강질환 증가, 구강건강 격차 심화 등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총괄 목표로 ‘국민이 안심하고 공정한 치과의료 실현’을 제시했다. 이어 3대 전략 패키지로 ▲치과 비급여 시장 정상화 ▲치과의료비 개인 부담 경감 ▲치과 인력 중장기 수급 관리 및 교육 개혁을 제안했다.
세부 과제로는 복지부 내 구강정책관 설치, 비급여 관리 체계 개선, 치과계 공적 자율징계권 확보, 취약계층 보장성 강화, 방문 구강관리 및 방문 치과진료 체계 구축, 아동·장애인 치과주치의제 전국 확대, 치과의사 수급관리, 치과 종사인력 구인난 해소 및 업무범위 조정 등을 제시했다.
# 정책 우선순위, 실행 전략 열띤 논의
이어 정영복 정책연구원장을 좌장으로 한 지정토의에는 이상구 치협 총무이사, 우시택 법제이사, 김석중 공보이사, 노형길 보험이사, 김형성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집행위원장, 한동헌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가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정책 우선순위와 정부 제안 과정에서의 유의점 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우선 치과의료 위기를 소비자, 공급자, 시스템의 위기로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치과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접근성 문제도 중요하지만, 실제 치과계 현장에서 치과의사와 치과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공급자 측 위기도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이상구 총무이사는 “치과계가 겪는 위기가 어디에 있는지에 더 집중해 전략과 정책 개발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회원들이 체감하는 경영난과 진료 환경의 어려움이 정책 제안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수가·덤핑 치과 문제도 화두에 올랐다. 저수가 치과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위임진료와 과잉진료 문제가 있으며, 일부 대형 자본 기반 치과의 무분별한 유인 광고와 위임‧과잉진료가 국민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우시택 법제이사는 “이 문제는 개원가의 경영 악화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의료 정의의 문제”라며 “치과의사의 자부심은 가격표가 아니라 환자의 치아를 하나라도 더 살리려는 의료윤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치과의료 위기를 국민 보건 위기로 전환하는 대국민 소통 전략이 필요하며, 그 일환으로 또 공식 유튜브, 카드뉴스, 치의신보 심층 보도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회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석중 공보이사는 “치과계의 목소리가 외부에서는 직역 이기주의나 밥그릇 싸움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치과계 정책 의제를 국민 구강건강권, 의료질 저하, 국가적 의료비 재정 낭비 문제와 연결해 설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장성 확대 논의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책 제안 문구가 실제 제도화 과정에서 수가 인하나 규제 강화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노형길 보험이사는 “가령 임플란트 보장성 확대가 반드시 2개에서 4개 확대라는 방식으로만 논의되는 것은 아니며, 완전 무치악 환자에 대한 급여 신설 등 다른 방향의 논의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도 치과의료 위기를 치과계 내부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민 신뢰, 공공성, 정책 리더십 약화 문제와 함께 봐야 한다는 의견과 더불어, 교육·윤리, 임상역량 문제로 확장해 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형성 집행위원장은 “치과계 위기 극복의 동력은 국민 신뢰에서 나온다”며 “보장성 강화와 치과의료비 개인 부담 경감, 취약계층 치과 접근성 개선을 중요한 정책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한동헌 교수는 “대학 교육과 졸업 후 초기 경력 단계에서의 윤리교육·임상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며 “취약계층 진료 경험을 확대해 치과의사의 사회적 책임 의식과 실질적 진료 역량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향후 대정부·대국회 정책 제안서를 정리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라며 “간담회 이후 연구 결과를 최종보고서로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협 임원진과 회원 의견을 수렴해 실현 가능한 정책 제안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영복 정책연구원장은 “우수한 연구와 정책이 실제 제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근거 구축과 함께 정책입안자·결정권자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설득, 국민 대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치과계가 직면한 문제와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치협이 필요로 하는 정책 과제가 실질적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