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이 아름다움을 언어로 표현하고 미술이 눈에 보이게 구현한다면, 양악수술은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일이다. 매일 아름다운 얼굴을 원하는 이들의 고민을 마주하는 의사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는 수술 전에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이다.
아름다움을 철학의 독립된 주제로 다룬 사람은 ‘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렉산더 바움가르텐이다. 그는 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렉산더 바움가르텐은 그의 저서 『미학, 1750』에서 “미학은 감성적 인식의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감성적으로 완전함이 느껴질 때를 ‘미(美)’로, 불완전함이 느껴질 때를 ‘추(醜)’로 보았다. 감성적 인식이 완전해지려면 풍요성, 진실성, 선명성, 생명성 등이 필요한데, 이를 아름다운 얼굴에 대입하면 생명미, 내부미, 외부미로 요약할 수 있다.
미학과 미술을 만나다
1508년 교황 율리오 2세는 바티칸 궁전 서재의 네 벽면을 신학, 철학, 법학, 예술이라는 인간의 지성으로 채우고자 라파엘로를 불렀다. 그중 철학을 상징하는 벽화가 바로 <아테네 학당>이다. 이 그림 속 고대 사상가들은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해 각기 다른 견해를 보인다.
상단 좌측의 소크라테스(BC 469~399)는 “미는 착한 행동이다”라며 윤리적 아름다움을 우선시했고, 건강한 신체가 건전한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 보았다. 당시, 전쟁이 일상이었던 그리스에서는 남성에겐 전투에서 살아남을 강건함이, 여성에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건강함이 미의 기준이었다. 실제로 소크라테스 역시 전쟁에 참여했던 역전의 용사였다.
한 번은 야윈 청년이 정치철학을 배우고 싶다고 소크라테스를 찾아왔을 때, 그는 “몸부터 만들어 오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즉, 남성에게는 전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건한 신체, 여성에게는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건강한 신체가 아름다움의 기준이었다.
그림의 상단 중앙에는 철학의 거장 플라톤(BC 429~347)과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가 나란히 서 있다.
플라톤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아름다움은 이데아이다”라며 절대적이고 변치 않는 미(美)를 강조했다.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아름다움은 이데아의 그림자일 뿐, 이데아의 절대미를 얼마나 닮았는가에 따라 아름다운 정도가 결정된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 세계의 자연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내적 아름다움과 외적 아름다움을 구분했다. 그는 지성과 도덕에서 내적 아름다움이, 비례·대칭·선명성에서 외적 아름다움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얼굴을 객관적인 수치로 정립한 것은 수학과 기하학이었다.
피타고라스(BC 580~500)는 “만물은 수(數)이다”라고 말하며 세상을 숫자로 해석했고, 별 모양의 구조에서 황금비율(1:1.618)을 정의하였다. 유클리드(BC 325~265)는 컴퍼스를 이용해 황금비율을 기하학적으로 체계화하였다. 이러한 비례미는 폴리크레이토스의 조각상 《창을 든 남자, BC 440경》이나 《밀로의 비너스, BC 130~100년경》 등의 균형 잡힌 건강한 신체의 아름다움에서 볼 수 있다.
아테네 학당에 화가, 조각가도 등장한다. 라파엘로는 고대 철학자들의 얼굴을 당대 예술가들의 모습으로 바꾸어 그렸다. 이는 르네상스 예술가들이 고대 철학자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계단의 상단에 있는 플라톤은 사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 모습이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도서관에 소장된 그의 <노년기 자화상 (Portrait of a Man in Red Chalk, 1512)>과 닮은 얼굴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완성된 작품이 약 13점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작품을 남기는 데 연연하지 않고 아름다움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예술적 과학자’로 불린다. 그의 작품 <모나리자>에 투영된 미의 핵심은 “수학적 비례 속에 살아 있는 자연스러움”이라고 볼 수 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
미술평론가들은 라파엘로가 미켈란젤로를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설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우는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에 비유하여 그렸다고 한다. 필자는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화를 그리면서 눈이 멀고 등이 굽은 헤파이스토스와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켈란젤로의 얼굴은 다빈치의 부드러운 표면 처리와 달리, 피부 아래의 뼈와 단단한 근육의 긴장감을 통해 인물의 역동성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웅장한 아름다움을 ‘테리빌리타’라고 부른다.
《도니 톤도, 1506》, 역시 얼굴과 신체의 역동적인 표현이 조각가가 그린 회화답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중앙에 배치된 성 가족의 독특한 포즈이다. 바닥에 앉은 성모 마리아는 몸을 뒤틀어 요셉의 무릎 위에 있는 아기 예수를 위로부터 받아 안고 있다. 이런 유기적인 비틀림은 평면 회화에 엄청난 입체감을 준다. 그리고 마리아의 노출된 팔을 보면 여성에도 불구하고 이두근과 삼두근의 골격이 매우 굴곡져 있다. 미켈란젤로는 회화에서도 인체를 ‘해부학적 구조물’로 파악했으며, 스푸마토 기법 대신 조각처럼 선명하고 뚜렷한 윤곽선을 선택했다.
산치오 라파엘로
산치오 라파엘로가 추구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현실에 존재할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화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성모 마리아의 하안부와 전체적인 인상이다. 턱끝으로 내려오는 라인이 각지지 않고 둥글고 매끄럽게 흐르며, 인물의 골격과 근육을 부드러운 연조직으로 감싸 안아 포근하고 자애로운 느낌을 극대화했다. 이는 뼈와 근육의 긴장감을 강조했던 미켈란젤로의 강인한 스타일과 대조를 이루는 기법으로 대중이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부드러운 가톨릭 미학을 완성했으나, 라파엘로는 37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여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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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승 교수
‧건국대학교 임상교수
‧KU 양악수술 센터장
‧김재승 교수의 바른 턱교정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