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치과에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자주 찾아온다. 치매 환자가 치과에 오는 날은 작은 가족 모임을 보는 듯하다. 가족 두세 명은 기본이고 아들·딸, 며느리·사위, 손자·손녀까지 함께 오기도 한다. 치매 환자가 같은 시간대에 두 분만 계셔도 대기실은 어느새 꽉 찬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 치과를 “대박 치과”라고 불러 난감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북적임은 치매 환자가 병원에 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풍경이다. 가족들에게 여럿이 함께 오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은 늘 같다.
“치과 모시고 오기가 너무 힘들어서요.”
치과뿐만이 아니다. 치매 환자는 병원 방문도, 외출도 쉽지 않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치매 환자는 장애인이 아니다.
그래서 장애인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고, 장애인 콜택시도 부를 수 없다. 보호자 한 명은 휠체어를 내리고 환자를 모신 채 병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다른 보호자는 주차를 하러 간다. 환자를 혼자 둘 수 없어 보호자가 두세 명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여의치 않으면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야 하고, 왕복 교통비만 20만 원 이상 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치과 진료비보다 교통비가 몇 배는 더 많이 드는 웃지 못할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
문제는 이동에서 끝나지 않는다.
치매 환자의 대부분은 등록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이용할 수 없다. 일반 치과에서는 “장애인 치과로 가십시오”라고 하고, 장애인 치과에서는 “장애인이 아니라 치료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니, 가족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며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고 하소연한다.
즉, 치매 환자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고난도 돌봄이 필요한 환자임에도 제도적으로는 일반 환자처럼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치과의사에게도 어려움이 많다. 치매 환자는 진료에 대한 협조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진료 시 훨씬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진료 중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지만, 중증장애인에게 적용되는 치과 처치·수술료 가산 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상도 없다. 많은 치과가 치매 환자를 선뜻 진료하지 못하는 현실도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그 현실을 가장 힘들게 감당하는 사람은 결국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이다.
치매 환자는 누구보다 구강건강이 빠르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인지기능이 저하되면 칫솔질을 잊고, 치매가 진행되면 행동심리증상(BPSD)으로 인해 입안을 만지는 것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가족 역시 치매 진단 직후에는 생존과 돌봄에 매달리느라 구강건강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한 보호자는 어머니를 치과에 모시고 가겠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치매도 힘든데 치과까지 챙기는 건 사치”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러다 심한 통증으로 식사를 못 하고 얼굴이 붓고 나서야 치과를 찾는다. 그러나 그때는 치매와 전신 상태가 모두 악화되어 적극적인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렵게 치과에 왔지만 결국 발치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신마취하면 되지 않나요?” 자주 듣는 질문이다. 하지만 고령 치매 환자의 전신마취는 합병증과 섬망의 위험이 커 결코 간단한 선택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치과의사로서 무력감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마주하는 이 진료실의 악순환을 우리는 과연 지켜보기만 해야 할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치매 환자의 구강건강을 지켜낼 수 있는 ‘골든타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해답은 치매 초기부터 치과가 함께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초기 치매 환자는 큰 어려움 없이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구강관리 습관을 유지할 수 있고, 이 습관은 치매가 진행된 이후에도 비교적 오래 남는다. 치통이나 맞지 않는 틀니, 구내염 같은 작은 구강의 불편함은 행동심리증상을 악화시키고, 반대로 입안이 편안해지면 환자의 불안도 줄어드는 모습을 진료실에서 자주 경험한다.
치과의 역할은 치아를 치료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치매 환자가 잘 먹고, 편안하게 생활하며, 사람다운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며,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이제 치매 환자는 더 이상 특별한 환자가 아니다. 우리 치과에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환자이고, 언젠가는 기존 환자는 물론 우리의 가족과 친구가 되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올지도 모른다.
모든 치과에서 모든 치매 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치매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환자와 가족이 처한 현실을 조금 더 이해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환자를 우리 곁에서 치료하고 돌볼 수 있을 것이다.
치매 환자는 장애인이 아니다. 이 한 문장이 지금도 많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설명해 준다. 만약 치매 환자가 치과 진료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질문에서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치과의사의 새로운 역할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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