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2 (수)

  • 맑음동두천 28.6℃
  • 흐림강릉 21.7℃
  • 맑음서울 29.3℃
  • 맑음대전 29.0℃
  • 흐림대구 27.3℃
  • 흐림울산 24.8℃
  • 맑음광주 29.5℃
  • 구름많음부산 31.6℃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27.7℃
  • 맑음강화 27.5℃
  • 구름많음보은 26.3℃
  • 구름많음금산 28.8℃
  • 맑음강진군 29.8℃
  • 흐림경주시 25.1℃
  • 구름많음거제 27.6℃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MAP–KAP, 두터운 패브릭이 되다

릴레이 수필 제2713번째

보름달이 비치는 귀국 비행기의 창문에 기대어 엊그제 있었던 워크숍을 되돌아본다. 2009년 양국 교류가 시작된 이래 햇수로 17년, 워크숍으로는 2011년 제1회 이후 제10회를 맞는 몽골치주학회(Mongolian Association of Periodontology, MAP)와 대한치주과학회(Korean Academy of Periodontology, KAP)의 교육 워크숍(The 10th Educational Workshop of MAP and KAP)이 6월 26-27일 양일간 울란바토르 Holiday Inn 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요청받은 대주제, ‘Management of Soft and Hard Tissue in Implant Dentistry’를 살펴보니 임플란트의 합병증 관리나 예방이 몽골에서도 화두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약 3개월간 양승민 부회장(삼성서울병원 교수), 윤정호 국제이사(전북대 교수), 구 영 고문(서울대 명예교수), 김윤정 국제실행이사(관악서울대학교치과병원 교수)와 함께 워크숍 프로그램을 준비한 끝에 울란바토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내 식사에 이어 뜻밖에 제공된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베이징을 넘어 북서쪽으로 약 3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칭기즈칸 공항에는 비구름이 이제 막 떠나고 있었다. 공항 인근 교외지역에서 울란바토르 시내로 이동하는 차창 너머로 그간 한국에서는 사람과 자동차, 고층 건물로 포화되어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너비의 초원과 하늘이 밀려들어왔다. 드넓게 펼쳐진 개활지에서 무심히 차도를 횡단하는 소들부터 원근을 헤아리기 어려운 여러 레이어의 구름, 언덕의 양떼와 말들에 초점을 맞추느라 바삐 수정체를 조정하는 사이 울란바토르 시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초입에 들어서자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한창 건설 중인 아파트들과 각종 건설장비들을 꽉 막힌 왕복 4차선 도로가 양분하고 있었다. 한국만큼이나 수도에 집중된 인구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도로망이 서민들의 저녁 식사를 늦추는듯하여 다소 울적하였으나, 급격한 발전의 변곡점에 선 울란바토르를 훗날 다시 찾을 때의 모습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은 즐거웠다. 윤정호 교수님께서도 오래전 방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며, 큰 변화를 새삼 느낀다고 하셨다. 러시아 식료품점에서나 가끔 보았던 키릴 문자와 알파벳, 한자가 수놓은 건물들, 도요타 자동차 사이로 때때로 보이는 미처 한글 스티커를 떼지 못한 국산 자동차들, 오천 리의 거리가 무색하게 곳곳에 들어선 CU, GS 편의점, 한국인과 쉽사리 구분이 어려운 현지인들의 얼굴들에서 낯선 동질감을 느꼈다. 어쩌면 소싯적 마산 외할머니댁에 가는 길에 창원 육교에서 보던 몽고간장 공장의 기억 때문일지, 공통적으로 외세에 의해 국토가 분단된 아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6월 26일 오전 9시에 호텔 19층에서 약 50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양승민 교수님께서 KAP를 대표하여 인사말로 워크숍을 열어주셨다. 이후 한 젊은 음악가가 켜는 마두금의 두 현에서 몽골의 얼이 짙게 밴 선율이 흘러나왔다. 워크숍 곳곳에 MAP와 몽골국립의과학대학교(Mongolian National University of Medical Sciences, MNUMS) 교수님들과 전공의들의 노력이 묻어났다. 워크숍 전체 과정을 세심하게 챙겨주신 오스카 교수님과 치미 교수님, 바야르 선생님, 영어로 사회를 맡아준 하트나 선생님, 모든 강연과 핸즈온(hands-on)의 영어-몽골어 순차 통역을 맡아주신 안가 선생님, 능통한 한국어로 여러 방면에서 도와주신 울지 선생님, 바스카 선생님을 포함하여 MAP 및 MNUMS의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첫 강연은 양승민 교수님께서 임플란트 수술 또는 골증대술에서 수술 중 합병증의 원인, 관리, 예방에 대한 주제로 맡아주셨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는 말씀과 함께, 워크숍의 첫 강연에서 수술법이 아닌 합병증을 먼저 소개하게 된 데 대한 아쉬움을 전하시는 말씀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이어진 김윤정 교수님의 임플란트 경조직 처치 강연에서는 발치 후 시간에 따른 치조제 흡수와 식립 시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시고 임플란트 식립 위치와 치조제 보존술에서 골유도재생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 옵션을 안내해 주셨다. 나는 최근 활발히 언급되는 임플란트 주위 연조직 표현형(phenotype)과 유리치은 이식술, 결합조직 이식술에 대해 다뤘다.


오후 강연에서는 구 영 교수님께서 치주·임플란트 분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치근피개술, 조직유도재생술, 수직골증대술의 장기 결과들을 보여주셨다. 조직유도재생술 후 경과 관찰 중 재발한 수직골 결손부에 다시금 재생 수술을 시행한 증례는 나뿐만 아니라 몽골 치과의사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후 나는 봉합술에 대해 강의하였다. 봉합의 미세한 팁들이 통역을 거쳐서도 잘 닿았기를 바란다. 끝으로 김윤정 교수님의 임플란트 주위염에 대하여 Journal of Periodontal & Implant Science (JPIS)에 최근 출판한 consensus 및 guideline에 기반한 심도 있는 강연을 끝으로 첫째날 워크숍이 마무리되었다.


이튿날 아침, 10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돼지 턱뼈(pig jaw)와 모델 핸즈온을 진행하였다. 돼지 턱뼈에 임플란트 식립과 동시 골유도재생술, 유리치은 이식술을 진행하고, 임플란트 주위염 모델에 티타늄 브러시를 이용한 표면 오염 제거(decontamination), 골 이식재 및 차단막, 결합조직 이식을 이용한 재건 수술을 진행하였다. 휴식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며 핸즈온에 매진하는 몽골 치과의사 선생님들을 보면서 짧은 시간이 아쉽게 느껴졌다.


핸즈온을 끝으로 워크숍 일정을 마치고 바야르 선생님의 개인 치과 클리닉(Global Dental Clinic)을 방문했다. 구강용품 및 영상장비를 비롯해 친숙한 한국 기업의 제품으로 꾸려져 있었고 위생을 위해 신발에 덧신을 신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Gorkhi-Terelj 국립공원으로 이동하여 숙소 테라스의 큰 탁자에 모두 모여앉아 함께 저녁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그간의 긴장이 비로소 풀어졌다. 바위 능선을 따라 짙어지는 노을 속에서 각자의 소감과 계획, 꿈에 대한 이야기도 깊어졌다. MNUMS 학생들 사이에서 치주과 전공의 수련 희망자가 10-20명으로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4대로 부족한 진료실 유닛 체어 여건상 진료를 마음껏 할 수 없는 상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열의에 찬 전공의 선생님들과 인자한 교수님들을 보며 마음 한켠이 뜨거워졌다.


2009년 MAP의 회장인 Dr. Tseren Ravjaa가 KAP에 학회 간 교류를 요청한 이래로 MAP와 KAP의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같은 가치를 위해 오랜 세월 동안 함께 같은 시간·장소에서 만나 서로 이야기하고 알아가면서 촘촘하고 두터운 하나의 패브릭, 곧 교직물이 되어간다고 느꼈다.


교직물(交織物)은 가로실과 세로실이 서로 다른 종류의 원사로 만든 직물로 단일 소재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각 원사가 가진 장점을 결합하여 독특한 효과를 낸다. MAP와 KAP의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십수 년 동안 정성껏 직조해낸 패브릭이 양국 국민의 구강건강 증진에 한층 큰 시너지를 내기를 기원하며, 나 또한 그 길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