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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사업을?” 치과 전문성 새 시장으로 확장

■청년 치과의사 CEO 좌담회 : ‘치과의사, 진료실 밖에서 길을 찾다’
면허가 신뢰이자 안전망…예방·K-기공·플랫폼 도전
“창업은 발명대회 아니다” 실패·위기 넘어 글로벌 확대

 

임상 진로 대신 창업을 택한 세 명의 젊은 치과의사가 있다. 출발점도, 사업모델도 달랐지만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치과에서 얻은 전문성을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치의신보는 고성준 고차원 대표, 국진혁 이노바이드 대표, 송언의 모어덴 대표를 초청해 창업에 뛰어든 이유부터 최초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바꾼 과정, 위기 극복, 치과의사 출신 CEO만의 경쟁력과 미래 구상까지 상세히 들어봤다. <편집자 주>

 

■참석자
김영삼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김석중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보이사
고성준 고차원 대표
국진혁 이노바이드 대표
송언의 모어덴 대표

 

# “사업하지 마라” 만류에도 다른 길로
“세 사람 모두 창업하기 전에 나를 찾아왔는데, 나는 다 사업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웃음 섞인 고백이 먼저 나왔다. 세 대표가 창업을 준비하던 당시 주변 반응은 비슷했다. 어렵게 얻은 치과의사 면허를 두고 굳이 불확실한 사업에 뛰어들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였다. 과거 이들의 창업을 직접 만류했던 김영삼 부회장도 “당시에는 치과의사가 왜 진료를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려 하느냐는 생각이 강했다”며 “지금 돌아보면 내 생각이 낡아 있었음을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 사람은 결국 다른 길을 택했다.


고성준 고차원 대표는 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때부터 예방 분야에 관심이 컸다. 교정과 수련을 시작했지만 결국 처음 품었던 예방치의학의 길로 돌아왔다. 현재 고차원은 구강관리 브랜드 ‘리브러쉬(Re:Brush)’를 시작으로 수면·스킨케어 등 예방케어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진혁 이노바이드 대표는 치과의 ‘디지털 전환’에 착안했다. 치대 재학 중 왁스 기공실습이 CAD 디자인으로 바뀌고 구강스캐너가 빠르게 보급되는 모습을 보며 산업 변화를 체감했다. 국 대표는 “변화에는 항상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치과의 디지털 전환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길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노바이드의 ‘덴트링크(Dentlink)’는 해외 치과에서 구강 스캔 데이터를 받아 한국에서 보철물을 제작한 뒤 해외로 공급하는 서비스다.


송언의 대표는 치전원 재학 중 눈을 다쳐 한동안 시야에 어려움을 겪은 뒤 임상 밖의 길을 고민했다. 동시에 기존 치과의사 커뮤니티가 PC 중심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치과의사가 임상·개원·취업 정보를 편리하게 나눌 수 있는 모바일 커뮤니티 ‘모어덴(moreDEN)’을 만들었고, 이후 교육·커머스·광고·구인구직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 첫 아이디어 버리니 진짜 시장 보여
세 대표가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국 대표가 최초로 구상한 사업은 국내 치과와 기공소가 사용하던 종이 기공의뢰서를 전산화하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기공소장들이 정말 원한 것은 전산화가 아니라 더 많은 거래처였다. 한국 기공의 품질은 높지만 국내 기공수가는 낮아지고 있었고, 반대로 해외는 기공인력 부족과 높은 제작비라는 문제가 있었다.


국 대표는 “처음 모델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접었다”며 “한국 기공의 경쟁력을 해외시장과 연결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후 해외 치과와 국내 기공소를 연결하는 데서 나아가 번역, 주문 배정, 품질관리, 제조까지 시스템화했다.


고 대표는 제품부터 만들지 않았다.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초기 자금을 확보한 뒤 약 6개월간 예방과 구강관리 콘텐츠를 온라인에 올리며 소비자 반응을 살폈다. 독자들이 먼저 제품을 요청했고, 그것이 실제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송 대표 역시 여러 아이디어를 검토한 끝에 모바일 커뮤니티를 선택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교육 수요가 급증하고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시험 준비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모어덴도 빠르게 성장했다. 송 대표는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온라인 교육 수요가 폭발한 시기와 서비스 성장 시점이 맞물렸다”고 밝혔다.

 

 

# 아이디어로 3억…지원금·경진대회 활용
초기 자금은 각자의 방식대로 마련했다.


고 대표는 예비창업패키지와 초기창업패키지 등 정부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했다. 6000만 원 가량 초기 자금을 확보했다. 사업비뿐 아니라 사업계획서 작성, 회계, 노무, 멘토링 등 경영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됐다.


국 대표는 외부투자로 회사를 키웠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약 3억3000만 원을 투자받은 뒤 실제 사업모델과 성장성을 증명하며 후속 투자를 이어갔다.


송 대표는 정부 지원사업과 각종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했다. 반복해서 도전하며 지원금과 상금을 10억 정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발한 뒤 외부투자로 연결했다.


세 대표는 큰 개인 자본이 없어도 시장성을 검증하고 외부 자금을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 지원금이든 투자든 결국 사업의 필요성과 성장성을 증명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같았다.

 


# 계좌 잔고 ‘9원’ 월급 걱정에 잠 설쳐
현재의 모습만 보면 순탄하게 성장한 듯하지만 위기가 없진 않았다.


고 대표는 창업 초기 공동대표와 늦게까지 일하다 순댓국을 먹고 법인카드로 결제하려 했지만 승인이 나지 않았던 일을 떠올렸다. 계좌 잔고는 9원이었다.


고 대표는 “정말 망했다고 생각했다”며 “공동대표가 9원을 ‘구원’이라고 읽으며 돈이 들지 않는 일부터 다시 해보자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정부지원사업을 다시 찾고 온라인 콘텐츠 발행량을 늘리며 버텼다.


국 대표에게 가장 큰 공포는 직원 월급이었다. 외부투자를 받아 조직을 키운 만큼 매달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도 컸다. 초기 직원들의 이탈 위기와 수많은 해외 영업 거절도 겪었다.


국 대표는 “3개월 뒤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압박에 자다가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며 “창업은 내가 힘들다고 혼자 그만둘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직원과 고객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 역시 “위기는 사실 매일매일 온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수록 매출뿐 아니라 제도·법률·이해관계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치의 전문성이 자산이고 경쟁력
세 대표가 공통으로 꼽은 경쟁력은 치과의사라는 전문성이었다.


국 대표는 해외 치과 영업에서 이를 가장 크게 체감했다. 처음에는 냉담하던 해외 치과의사도 상대가 같은 치과의사라는 사실을 알면 태도가 달라졌다. 임상과 개발, 기공 사이에서 서로의 요구를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었다. 국 대표는 “치과의사에게 당연한 부분을 개발자는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며 “임상에서 필요한 것을 개발자나 기공사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이었다”고 말했다.


고 대표에게 치과의사 전문성은 소비자의 구강관리 문제를 발견하는 힘이었다. 수많은 환자의 구강상태와 생활습관, 행동 변화를 관찰해온 경험을 제품과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었다.


송 대표에게도 치과의사라는 배경은 신뢰 제고의 자산이었다. 치과의사 동료가 만든 커뮤니티라는 점이 임상 질문이나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는 이용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


치과의사 면허는 든든한 안전망이 돼 주기도 했다. 국 대표는 “사업에 실패하면 다시 치과의사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먹고살 수 있는 면허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과감한 도전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 운영에 필요한 회계·노무·투자·조직관리·마케팅은 대부분 처음 배워야 했다. 고 대표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의 교육을 활용했고, 송 대표는 책과 주변 창업가를 통해 경영을 익혔다. 특히 송 대표는 생성형 AI를 새로운 학습 도구로 꼽으며 “AI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K-덴티스트리 경쟁력 발판 해외 공략
세 대표는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국 대표는 “창업은 발명대회가 아니다”며 “있으면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 시장에서 꼭 필요한지 먼저 시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문제만큼 시장 규모를 봐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불편한 문제라도 고객이 적거나 비용을 지불할 시장이 작다면 사업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운과 사람의 중요성을 꼽았다. 좋은 공동창업자와 동료, 선‧후배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사업의 돌파구가 됐다는 경험에서다.


세 대표의 다음 시선은 모두 해외로 향하고 있다.


고차원은 구강관리에서 수면·피부 등으로 범위를 넓혀 K-웰니스 시장을 공략하고, 장기적으로 예방케어센터를 구상하고 있다. 고 대표는 K-뷰티 다음의 글로벌 성장 영역으로 K-웰니스를 지목하며 구강관리가 그 중심 분야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노바이드는 덴트링크를 단순한 기공 서비스가 아니라 환자가 직접 찾는 글로벌 보철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국 대표는 “한국이 임플란트와 치과재료, 디지털 덴티스트리에서 이미 높은 경쟁력을 가진 만큼 국내시장 밖에서 찾을 사업 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AI 번역을 활용해 국가별로 흩어진 치과의사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글로벌 플랫폼을 그리고 있다. 국내에 축적된 임상 질의응답과 교육 콘텐츠를 언어 장벽 없이 공유하는 구상이다. 다만 전문용어 번역의 정확도와 임상사진·방사선사진의 개인정보 문제, 국가별 법제 차이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좌담회 말미 송 대표는 “긴 인생에서 1~2년 정도는 새로운 일에 집중해볼 수 있다”며 도전을 권했다. 국 대표는 “아이템은 결국 바뀐다. 먼저 시장을 보고 그 안에 해결할 문제가 충분한지를 봐야 한다”고 했고, 고 대표는 “치과의사 동료 등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사업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세 대표가 전한 이야기는 모든 치과의사에게 창업을 권하는 성공담은 아니었다.


다만 세 대표는 치과 현장의 문제에 주목했다. 예방을 생활관리로 확장하고, 디지털 기술로 기공의 국경을 넘고, 임상정보를 플랫폼에 모았다. 치과의사로서 경험이 곧바로 사업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문제를 발견하고 시장의 언어로 바꾸는 데는 분명한 강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한때 “왜 굳이 사업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던 이들은 오늘날 각자의 방식으로 치과의사의 새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김영삼 부회장은 “이번 좌담회의 취지는 결국 생각의 틀을 깨자는 것”이라며 “후배들뿐 아니라 선배들도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치과의사라는 전문성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후배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석중 공보이사는 “이번 좌담회를 통해 치과의사의 진로가 임상과 개원에만 한정되지 않고, 우리가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 더 다양한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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