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전문의약품을 구매해 직접 복용한 행위를 이유로 내려진 면허자격정지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치과의사 A씨를 상대로 한 면허자격정지 1개월15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감사원은 A씨가 탈모 치료제, 발기부전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을 자가 처방에 사용한 사례를 적발했다. 이에 검찰은 의료법 위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만 영리 목적이 아니고 스스로 복용한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의료법상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면허자격정지 1개월15일의 행정처분을 내렸으나 소송에 이르렀다.
1심 재판부는 해당 행위가 부적절한 것은 맞지만 의료법상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이 규율하는 의료행위는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전제로 하는 행위이며, 의료인의 자기 치료나 자기 처방을 처벌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헌법재판소도 유사 사안에서 치과의사의 자가 복용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점을 함께 고려했다. 항소심도 이러한 1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 서정권 변호사(법무법인 대청)는 판례는 향후 다른 사실관계나 법령 개정, 상급심의 새로운 판단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며 현재 판례가 무죄 또는 처분 취소의 방향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면허 범위 밖 전문의약품의 자가 구매·복용이 앞으로도 계속 안전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정권 변호사는 “이번 이러한 판례가 곧바로 ‘치과의사의 전문의약품 자가 구매·복용’ 전반이 언제나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의 결론은 각 사건에서 자가 치료의 성격, 타인에 대한 위해 가능성, 공중보건위생상 위험 여부 등을 두고 법리 다툼 끝에 내려진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