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에는 19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분명히 그렇게 적혀 있었다. 박씨는 강남에 왔다. 이십 년 다닌 동네 치과를 두고 왔다. 동네 치과 김선생에게는 미안했다. 미안함을 접어 안주머니에 넣고 왔다.
건물은 높고 유리로 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는 거울이 많았다. 거울마다 박씨가 있었다. 접수대의 여자가 웃었다. 웃음이 깨끗했다. 종이컵의 물은 차가웠다.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천장의 불이 밝았다.
"인터넷 이벤트 보고 오셨죠?"
"네. 19만원."
"네, 맞으세요. 상담 먼저 도와드릴게요."
여자가 박씨를 작은 방으로 데려갔다. 방에는 탁자와 모니터가 있었다. 명찰에 실장이라고 적힌 여자가 앉아 있었다. 실장도 웃었다. 웃음이 접수대의 것과 같았다. 같은 데서 배운 웃음 같았다.
"어금니 하나시죠?"
"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예순셋입니다."
"아유, 그렇게 안 보이세요." 실장이 모니터를 돌렸다. "일단 사진부터 찍고 원장님 뵐 건데요, 그 전에 저희 병원 소개 잠깐 드릴게요."
박씨는 소개를 들었다. 원장이 네 명이라고 했다. 어디 대학이라고 했고 어디 외국 세미나도 들었다고 한다. 박씨는 대학과 학회, 세미나를 몰랐다. 다만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일 때마다 실장의 말이 빨라졌다.
"19만원은 맞는데요, 그건 국산 기준이시고요. 어르신들은 보통 수입으로 하세요."
"수입이요."
"뼈에 따라 다르거든요. 그건 원장님이 보시고요."
종이컵의 물은 차가웠다.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천장의 불이 밝았다.
"뼈가 안 좋으시네요." 방으로 들어온 가운 입은 남자가 말했다.
박씨는 자기 뼈를 생각했다. 뼈는 보이지 않았다. 화면에 흰 그림자가 있을 뿐이었다.
"많이 안 좋습니까."
"이대로는 오래 못 갑니다." 남자가 작은 나사 같은 것을 들어 보였다.
"이것이 임플란트입니다. 뼈에 들어갈 뿌리에요."
박씨는 임플란트를 몰랐다.
"좋은 겁니까?"
"외산입니다."
박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19만원짜리는 이 뼈에 안 됩니다. 넣어도 빠집니다."
"빠집니까?"
"빠집니다. 그럼 두 번 돈 쓰시는 겁니다."
박씨는 두 번을 생각했다. 두 번은 싫었다.
"오늘 안 하시면 이 가격도 안 됩니다."
"오늘요??"
"뼈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빠집니까?"
"빠집니다. 자세한 건 실장님이 설명드릴 겁니다."
남자는 갔다. 남자가 박씨를 본 시간은 삼 분이었다. 실장이 다시 왔다. 실장은 오래 있었다.
"원장님이 뼈 이식 필요하시대요."
"뼈를 심습니까?"
"심어야 나사가 서죠. 집도 기초 공사 하잖아요."
박씨는 집을 생각했다. 박씨의 집은 오래됐다. 기초 공사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럼 얼마입니까?"
실장이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에는 숫자가 있었다. 19만원은 맨 위에 작게 있었다. 그 아래로 외산임플란트 가격이 있고 뼈가 있고 상부가 있고 관리가 있었다. 숫자는 아래로 갈수록 길어졌다. 맨 밑의 숫자는 아주 길었다.
"이게 정상가고요, 오늘 결정하시면 여기서 빼드려요." 실장이 볼펜으로 숫자 하나를 그었다. 그어도 숫자는 길었다.
"오늘요."
"이벤트가 오늘까지라서요. 뼈는 기다려주지 않거든요."
집 앞 치과의 김선생은 너무 아프면 치아를 빼라고 했다. 빼면 그만이라고 했다. 몇 천원이면 된다고 했다. 김선생이었다면 이를 오래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들여다보고, 지켜보고 천천히 진행하지고 했을 것이다. 지켜봅시다. 박씨는 그 말이 좋았다. 그 말을 두고 왔다.
"어떻게, 진행 도와드릴까요? 카드에요? 현금??"
"생각을 좀…..."
"생각하실 게 없어요. 19만원에서 시작하는 건데요."
19만원이었다. 시작이 그랬다. 박씨는 안주머니를 만졌다. 미안함이 거기 접힌 채로 있었다.
"김선생님한테……"
"네? 어느 원장님이요?"
"아닙니다."
실장이 카드 단말기를 탁자 위에 올렸다. 단말기의 불이 파랗게 깜박였다. 천장의 불은 희고 밝았다. 박씨는 그 불을 보았다. 19만원짜리 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