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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원장의 치과 이야기- <3화>합리적

 

강의 요청서에는 '개원 경영 성공 사례'라고 적혀 있었다.

 

원장은 슬라이드를 마흔 장 만들었다. 첫 장에 병원 전경을 넣었다. 통유리에 저녁 해가 비치는 사진이었다. 잘 나온 사진이었다.

 

강의는 순서가 있었다. 첫째, 365일 진료다. 명절에도 문을 연다. 환자는 아플 때 오는 것이지 달력을 보고 오지 않는다.

둘째, 시스템이다. 상담은 상담실장이, 수납은 수납 직원이, 원장은 진료만 한다. 사람이 바뀌어도 병원은 돌아간다.

셋째, 가격이다. 낮춰야 한다. 다만 싸다고 말하면 안 된다. 반드시 합리적이라고 말해야 한다. 싼 병원에는 의심이 붙지만 합리적인 병원에는 신뢰가 붙는다.

 

넷째 장에서 원장은 목소리를 낮췄다. 자리 보는 법입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도보 삼 분, 이차선보다 사차선, 일층 약국 옆. 젊은 원장들이 고개를 숙이고 받아 적었다. 펜 소리가 강의실에 가득했다. 원장은 어깨가 조금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내려지지 않았다.

 

질문 시간에 맨 앞줄이 손을 들었다. 직원 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원장은 웃었다.

 

직원은 자산입니다. 시스템이 있으면 사람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시스템을 만드세요.

박수가 나왔다.

 

강의가 끝나고 복도에 나오자 전화기에 부재중이 일곱통 떠 있었다.

 

첫 통은 데스크였다. 신환이 대기실에서 소리를 지르다 갔다고 했다. 임플란트가 왜 옆 병원보다 십만 원 비싸냐고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수납 직원이었다. 다음 주까지만 나오겠다고 했다. 세 번째는 기공소였다. 네 번째는 스크린골프 예약 확인이었고 원장은 그런 예약이 기억나지 않는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실장이었다.

 

원장은 실장에게 걸었다. 실장은 받지 않았다. 대신 문자가 와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 다음 달부터 다른 병원으로 옮깁니다. 조건을 많이 배려해 주셨어요.

 

원장은 복도에 서 있었다.

강의실에서는 다음 연자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직원이 행복해야 환자가 행복합니다'라는 말이 들렸고 박수가 나왔다.

 

문자가 한 통 더 왔다. 실장이었다.

그렇고, 여러 가지로 “합리적” 이어서요.

 

원장은 답장을 쓰다가 지웠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어깨가 비쳤다. 아직 조금 올라가 있었다. 원장은 그것을 천천히 내렸다.

 

일곱 번째 부재중은 지난 세미나 관계자였다.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내년에도 같은 강의를 부탁한다고 했다.

원장은 알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