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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치과인상, 우리는 누구에게 박수를 보낼 것인가

Editor Column
올해의 치과인상 수상에 즈음하여

치의신보 편집인으로 일한 지 다섯 달 가까이 됐다. 그동안 선거와 소송, 직무정지와 회무 공백, 개인정보와 감사 논란을 지켜봤다. 저수가·대량진료 경쟁과 불법 의료광고, 잇따른 환자안전 문제도 보도해야 했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갈등과 사건을 좇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질문이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문제를 일으킨 사람의 이름만큼, 공동체를 묵묵히 지탱해 온 사람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가.


올해의 치과인상 준비를 앞두고 이 질문을 다시 꺼내 본다.


올해의 치과인상은 2004년 제정된 이후 치과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인물에서부터 입법과 정책, 연구와 교육, 문화예술, 소외계층 진료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헌을 조명해 왔다.


초기에는 세계 치과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성취가 주목받았다. 이후 꽃동네에서 오랫동안 환자를 돌본 의료인, 수십 년 동안 외국인 노동자와 장애인 등 의료취약계층을 찾아간 치과의사들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27년 동안 장애 학생들의 구강건강을 지켜 온 봉사회와 20년 넘게 지역 장애인을 진료한 단체, 우리 치과기술의 국제표준 정립에 힘쓴 연구자의 공로도 조명됐다. 2022년부터는 오스템에서 3천만 원 후원으로 한 명 수상에서 두 명의 수상자와 한 개의 단체까지 세 명을 시상할 수 있게 되었다.


수상자들의 활동 분야와 모습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눈에 띄는 한 번의 성과가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오랜 시간 같은 약속을 지켜 왔다는 점이다.


치과계의 공헌은 화려한 무대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해진 날에 다시 환자를 찾아가고, 필요한 기구를 준비하며, 함께할 사람을 모으고, 다음 사람이 이어갈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는 일이 있다. 행사 사진 한 장이나 공적조서 몇 줄에는 모두 담기지 않는 시간이다.


바로 그 시간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것이 올해의 치과인상이 지닌 의미라고 생각한다.


지금 치과계는 신뢰의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과도한 가격 경쟁과 상업적 진료가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일부 의료기관의 환자안전 문제가 전체 치과계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협회 내부에서는 갈등과 법적 분쟁이 이어지며 회무의 안정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반면 다른 자리에서는 통합돌봄 시대의 방문치과진료를 준비하고, 장애인과 노인의 진료 접근성을 높이며, 국민에게 올바른 치과진료 정보를 전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어떤 모습의 치과계를 만들어 갈 것인지는 결국 어느 쪽의 행동을 더 분명하게 기억하고 확산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의 치과인상은 단순한 연말 행사가 아니다. 우리 공동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어떤 행동을 다음 세대에 권할 것인지를 선언하는 일이다.


유명한 사람을 다시 확인하는 상이 아니라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공헌을 발견하는 상이어야 한다. 조직의 크기나 직책보다 누구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얼마나 꾸준히 지속됐는지를 살펴야 한다.


추천 과정부터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스스로 공적을 알리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 지역에서 작게 시작했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온 개인과 단체를 찾아야 한다. 진료봉사를 함께해 온 치과위생사와 치과기공사, 간호조무사, 산업계 관계자들의 기여도 치과계라는 넓은 공동체 안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좋은 취지만으로 공정한 심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제출된 공적을 확인하고 정해진 규정과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심사자와 후보자 사이에 친분이나 이해관계가 있다면 스스로 판단에서 물러나는 절차도 필요하다. 활동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그 가치까지 작게 평가해서도 안 된다.


이러한 절차는 상을 주는 사람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상자의 헌신이 불필요한 의심을 받지 않게 하고, 추천된 모든 후보자의 시간을 존중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물론 한 번의 시상으로 치과인의 모든 공헌을 가려낼 수는 없다. 상을 받지 않더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환자를 진료하고, 충분히 설명하며, 동료를 존중하고, 지역사회의 필요에 응답하는 수많은 치과인이 있다. 몇 사람을 기리는 일이 나머지의 노력을 가리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상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한 더 많은 동료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치의신보의 역할도 선정 결과와 시상식 사진을 전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그 일이 어떻게 시작됐고 무엇이 어려웠으며, 누구와 함께했고, 계속 이어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기록해야 한다. 존경한다는 말에 머물지 않고 독자가 동참할 수 있는 길까지 보여 줄 수 있다면 한 번의 시상은 다음 실천으로 이어질 것이다.


칭찬이 비판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판해야 할 일을 비판하는 것과, 공동체를 지켜 온 헌신을 발견하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니다. 신문은 잘못의 기록자이면서 동시에 헌신의 증언자여야 한다.


의견이 다르고 판단이 엇갈리는 때일수록 서로에게서 인정할 만한 것을 찾는 노력은 더욱 필요하다. 문제를 덮자는 뜻이 아니다. 바로잡아야 할 일은 바로잡되, 우리가 함께 지키고 싶은 가치까지 잊지는 말자는 뜻이다.

 

올해 우리는 누구에게 박수를 보낼 것인가.


그 이름을 고르기 전에 가까운 곳에서 오랫동안 묵묵히 자기 몫을 해 온 동료를 한번 돌아봤으면 한다. 올해의 치과인상이 한 해의 수상자를 정하는 행사를 넘어, 우리 치과계가 앞으로 어떤 사람과 어떤 행동을 기억할 것인지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갈등의 이름만 남기는 치과계가 아니라, 헌신의 이름도 역사에 남기는 치과계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