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아 소실이 나이에 따라 일정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연령대에 집중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구강 관리 상태가 열악한 취약군은 47.4세부터 치아 소실이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세계치과의사연맹(FDI) 공식 저널인 ‘International Dental Journal’ 10월호에 실렸다.
해당 연구를 수행한 이정우 원장(인천시카고치과병원)은 2010~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성인 2만7215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연령별 치아 소실률에 쌍곡탄젠트(tanh) 모델을 적용해 소실이 빨라지기 시작하는 ‘시작 연령’과 소실 속도가 가장 빠른 ‘정점 연령’, 가속 구간이 이어지는 ‘위험 기간’을 산출했다.
분석 결과, 치아 관리 수준이 하위 10%인 취약군의 치아 소실 시작 연령은 47.4세, 정점 연령은 57.3세였던 반면, 치아 관리 상태가 양호한 상위 75% 건강군은 시작 연령 68.3세, 정점 연령 85.9세로, 두 군의 정점 연령 격차만 28.6년 벌어졌다.
또 전체 치아 소실량의 76.2%가 집중되는 위험 기간은 하위 10%군이 19.7년으로 짧았다. 반면, 상위 75%군의 위험 기간은 35.2년으로 길어, 치아를 잘 보존한 집단일수록 소실이 본격화되는 시점이 늦고 진행 속도도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현재 남아 있는 치아 수뿐 아니라 치아를 잃은 연령도 위험 평가에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팀이 제시한 곡선에 따르면 46세에 이미 치아 3개를 잃은 환자는 하위 10% 취약군에 해당한다. 반면 같은 3개를 잃었더라도 68세 환자는 상위 75%인 건강군에 속한다. 소실된 치아 수가 같아도 발생 시점에 따라 또래 집단 내 위험 수준이 달라지는 셈이다.
이 원장은 “환자들은 대개 50대 초중반까지도 ‘나는 아직 괜찮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데이터를 보면 바로 그 시기가 가장 가파른 소실 구간에 진입하는 순간일 수 있다”며 “치아 소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40대 후반, 50대 전후 가속 구간을 거쳐 진행된다. 그 시작 시점과 속도는 그간 관리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개원가의 예방 전략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른 치아 소실 양상을 보이는 환자라면 40대 후반부터 치주와 보철 상태를 포함한 정밀 평가를 시행할 필요가 있고, 6개월 단위 정기검진으로 리콜 주기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 상담에서도 또래 집단에서 환자가 어느 위치에 해당하는지 알려주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원장은 “지금 관리하면 완만한 곡선을 따라갈 수 있지만, 방치하면 짧고 가파른 곡선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정기검진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