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어느날 오랜만에 의사 친구가 불쑥 찾아왔다. 그의 아들이 곧 치과의사로 첫걸음을 시작하는데, 아들을 보낼 테니 선배로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부탁한다고 했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부족한 내 자신이 주제 넘은 것 같아서 사양하며 교수님들께서 어련히 잘 지도하셨겠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50년의 치과의사 삶을 정리하고 은퇴를 앞둔 마당에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선배님들의 혜택을 누린 사람으로서 첫걸음을 떼는 후배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권면으로 보답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담감이 생겼다. 내 자신이 부끄럽고 부족했다고 자책하는 부분이라도 전해주어 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이 선배의 도리가 아닐까 한다. 우선 ‘남과 비교하지 마세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있지요. 그래서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어느덧 습관처럼 되었지요. 더 빠른 승진, 더 많은 환자, 더 좋은 차와 집, 심지어 골프 실력까지… 늘 비교합니다. 친구들의 SNS방에는 고급 차, 비싼 좌석 비행기 여행, 최고급 호텔 숙박 체험 등을 올리는 친구도 생기지요. 남과 비교하면서 살다 보면 내 것이 너무 초라해 보이고 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어떤 끝이냐가 어려운 것이다. 이제 70 중반을 향한 나이가 되니 은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돌아보면 많은 고난과 역경을 지나왔고, 나름 보람을 느끼는 일도 많았다. 어머니 등에 업혀 전쟁을 겪었고, 모두가 어려운 형편의 시절을 근근히 넘어왔고, 선한 이웃과 동료, 스승의 도움으로 치과의사가 되어 이제 원로 소리를 듣는 처지가 되었다. 성경에는 ‘희년’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50년이 될 때마다 노예에게 자유를 주고, 빚을 탕감해주는 해방의 축제를 말한다. 이제 내가 치과의사 면허를 받고 의료인으로 삶을 영위한 지 50년이 다가온다. 그동안 노예로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주로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살아왔다고 생각이 든다. 내 학창 시절과는 다르게 내 자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주려고 애썼고, 부모로서의 책임을 늘 무거운 등짐처럼 느끼며 살아왔다. 치과의사로 살아오면서 얼마간의 보람과 성취를 느끼며 지낸 것은 분에 넘치는 은혜라고 생각된다. 내 능력에 비해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된 것도, 탁월하지 못한 진료 능력에도 불만 없이 오랫동안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이어준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