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대부분을 치과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들의 진료실에서의 하루를 들여다보자. 9시에 출근하면 맨 먼저 예약환자 명단을 들여다보고 오늘 환자진료와 관련해 스탭들과 간단한 회의를 한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니 10시. 진료실에 들어가기 직전, 엊그제 경영세미나에서 배운대로 거울 속 나의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 연습을 한 후에야 비로소 진료실로 들어가게 된다. 유니트체어에 앉아서 기다리는 환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 후 마스크를 쓰고 스툴에 앉는다. 오늘따라 손에 물기가 있는지 글러브가 좀 빡빡하다. 반복해서 손바닥을 몇 번 벌려주니 글러브가 제자리를 잡을 때쯤 치과위생사가 조명등을 켜준다. 이미 내 왼손에는 미러가 들려 있고, 핸드피스에 물이 나오나 테스트 삼아 페달을 몇 번 밟아 보고 구강내 진입을 하는데, 동시에 자리 다툼하듯 들어오는 치과위생사의 석션팁에 시야가 가려지니 내 의자를 약간 이동해 자연스러운 진료자세를 잡아본다. 이제 조명에 그림자가 생기면서 직립자세 진료가 힘들어진다. 에이! 모르겠다. 최대한 구강에 근접한 곳으로 내 눈을 가져다 놓으니 허리가 틀어지고 목이 틀어진다. 한 두해도 아니고 20여년을 같은 자세로 진료하니 이
이달 초 미국노동청에서는 질병감염가능성, 오염물질노출빈도, 상해위험도, 앉아서 일하는 시간 등을 고려해 질병노출위험이 높고 ‘건강에 가장 안 좋은 직업’ 1위에 치과의사를 올려놓았다. 이 기사를 보고 치과의사들과 일반인들은 반신반의 하는 반응을 보인다. 재미있는 기사, 이에 대해 동감 혹은 반대, 치과대학 지원율 낮아지겠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이번 칼럼에서는 ‘치과의사들의 목숨과 1인1개소법’을 주제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1인1개소법을 사수하자! 지키자! 최근 유디 압수수색에 이은 검찰기소, 위헌법률심판제청 등으로 1인1개소법이라 불리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영지원만 해주고 있을 뿐인데 이것이 왜 불법인가?라고 주장하는 유디 측과 ‘유디가 실질적인 개설, 운영의 주체’라는 치협측 주장에 대해 검찰은 유디측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해 지난 3일 유디를 기소하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 재판을 통해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는 혐의를 입증하려는 측과 부인하는 측의 치열한 공방이 있겠지만, 어떠한 경우이든 진실과 정의를 쥐고 있는 측이 승
처서(處暑)는 여름 더위가 물러가는 늦여름 쯤, ‘더위를 처분한다’는 의미를 담은 24절기 중 14번째 절기이다. 계절을 의인화하여 시원스럽게 더위를 처분하노라 일러주신 조상님들의 계절적, 시간적 경험 그리고 동양철학이 버무려져 더위에 지친 세상을 ‘등목’시켜주신 지혜에 감사할 따름이다…. 처서에 쫓겨간 무더위의 빈 공간에는 이른 가을의 ‘색바람’이 들어오면서 밤에 이슬을 매달아 ‘백로(白露)’라는 절기를 가져다 놓으니 옷깃을 여밀 준비를 하라고 이른다. 이르다 싶더니 15번째 절기 백로도 엊그제 훌쩍 떠나버렸다. 더위가 쫓겨난 처서를 뒤돌아 보지 않더라도, 백로가 우리 곁에 왔다가 떠나간 것을 애써 이슬이 맺힌 새벽을 찾지 않더라도 우리는 알 수 있다. 바람으로 알 수도 있고 느낌으로 알 수도 있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달력이다. 그것도 달력에 쓰인 큰 글씨 아래에 보일락말락 깨알 같은 작은 글씨들은 우리에게 드넓은 삶의 공간과 감정의 영역을 일러주며 감성전령사로서 역할을 지금껏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나는 치의신보 편집인으로서 매주 두 번씩 15여명의 기자와 광고팀, 디자인팀에서 정성껏 만들어 온 기사와 그림들을 편집국장과 상의하여 마
평소에 나는 치과의사들의 죽음과 질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는 편이다. 치과의사들의 사망원인에 직업적인 특성이 있지는 않을까? 또한 일반인들에 비해 치과의사들에게 호발하는 질병이 있지 않을까? 등 치과의사들이 직업적으로 불가피하게 불이익을 받는 환경적인 소인이 있지는 않을까에 대해 관심을 갖고서 자료도 모으고 책도 번역해 출판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대한치과의사협회 임원으로 몸을 담고 있기에 적절한 시점에 실행을 해보고자 기회를 엿보고만 있는데, 언젠가는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사망원인과 사망률, 특정질병 호발빈도와 경향에 대해 통계적 고찰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와는 별개로 나의 사고에서 약간 벗어나 있었던 것은 ‘젊은 치과의사의 죽음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생각인데, 이번에는 여기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얼마 전, 가장이었던 치과의사 아빠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가정이 있었다. 세 살 박이 아이와 뱃 속에 있는 아이를 아내에게 남겨놓고 떠나는 아빠의 마지막 숨에는 남겨진 자들의 고통에 대한 생각에 차마 떨치고 떠나기가 힘이 들었을 것이다. 이처럼 요절을 한 치과의사들 대부분은 빚(인간적, 금전적)을 가족에게 남겨놓고 떠나는 경우가
메르스(MERS)로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다.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의 합동조사팀에서 점검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국내 메르스의 빠른 확산 원인으로 ‘의료쇼핑’과 ‘환자가 넘치는 응급실’ 등의 의료관행을 들었다. 지난 5월, sbs스페셜 ‘병원의 고백’에서 의료쇼핑을 권장하는 소위 ‘양심치과’ 방영분에 대해서는, 본인의 의료지식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양심적으로 진료에 임하는 대부분의 의료인들이 갖는 특유의 자존감에 대한 큰 결례가 아닐 수 없었다. 본인의 역량을 넘어서거나 첨단의료장비 등 외부도움이 필요할 경우, 지체없이 상급병원에 의뢰해 협진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고 잘 교육되어있는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과잉진료, 바가지 진료비 청구 주체로서의 암시를 전하며 의료쇼핑을 권장하는 것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무례한 설정이었다. 단 한명의 환자라도 꼭 붙잡아 놓고 싶어하는 비의료인들과 이들에게 잠깐 마음을 내 놓았던 일부 의료인들로 인해 불법, 허위, 과장된 의료광고가 범람하고 개인회사, 관공서 등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진료할인협약을 맺게 되고 불법사무장병원을 개설해 진료비할인으로 유혹하는 위장된 ‘양심호소’에 중심을 잡지
초등학교 2학년쯤 되었을까? 구구단을 외우라는 아버지 지시에 열심히 구구단을 외웠으나 모두 외우지 못했던 나는 아버지가 퇴근해 들어오시는 소리가 나자 금세 자는 척 연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어린 생각이지만 설마 아버지가 자는 아이를 일부러 깨워 구구단을 외워보라고 채근하지는 않으실 것이라 속셈을 했으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버지 앞에서 구구단을 더듬더듬 외우는 나를 혼 내시기는커녕 오히려 귀엽다며 안아주셨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오랫동안 남는다. 그 이후로도 부모님, 선생님께 두통, 복통 등 이런저런 꾀병을 부려 위기를 벗어난 적도 여러 번 있었는데, 어렸을 때 흔하게 써먹었던 꾀병의 요령이 누구에게나 무용(武勇)의 추억으로 아련히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꾀병을 부리게 되면, 일단 상대방의 말투가 부드러워지고 징벌이 유예되며,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을 수가 있고, 운이 좋으면 용돈이 쥐어지기도 한다. 훗날 나의 꾀병조차 안아주는 누군가의 따뜻한 품이 나에게는 소속감이 되어지고 진한 사랑의 감정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어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는 것이다. 비록 꾀병이지만, 내가 아프다는 데 안아줄 줄 알았던 사람으로부터 내팽개쳐진 실망감 또한
고사성어는 동양의 역사와 철학을 바탕으로 선각들이 만들어 낸 함축적인 언어로 현대인에게 풍부한 교훈과 윤리적 사상을 전해주는 바 고전의 백미라 할 수 있다. 2가지 고사성어를 인용해 보고자 한다. 와신상담(臥薪嘗膽)- 고난과 역경, 복수를 꿈꾸며 자신을 채찍질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편한 침상을 버리고 장작 위에 누워 잠을 자고, 단 것을 뒤로한 채 쓸개를 핥으며 후일의 대사를 도모하고자 스스로의 다짐을 표현하는 고사성어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 복(福)이 화(禍)가 되고, 화(禍)가 복(福)이 될지도 모를 일이 인간의 앞날에 있다는 데 쓰이는 고사성어로 매사 일희일비 할 일이 아니라는 교훈을 준다. 얼마 전 언론에 나오는 한 기사가 나의 귀를 쫑긋 세운다. ‘지난 5년간 공정위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중 고등법원과 대법원 항소심을 통해 취소된 과징금이 무려 30%를 훌쩍 넘는다’는 보도를 접하고 나니, 우리 치협이 2012년 5월 수모를 당해야 했던 공정위 사건이 떠오른다. 공정위가 제대로 된 증거없이 정황만으로 일단 과징금을 물리자 적극적인 설명과 이해, 소송 등으로 공정위의 과징금부과를 취소로 뒤집었던 여러 기업들의 조직적인 대처가 부럽기 그지없다. 맥
이번 칼럼은 재미있게 구성을 하고자 남자 치과의사로 한정하였고, 약간의 비약이 있어 독자 여러분들께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띠리링~~ 띠리링~~” 요란한 벨소리와 함께 액정에 표시된 이름은 졸업 이후 수년간 연락이 없었던 동기치과의사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 보니, 본론은 돈을 좀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비치과의사인 지인들의 부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치과의사인 친구가 부탁한 것은 특별하기도 하여 거절하지 않을 요량으로 그 액수를 묻는다. “얼마 정도 필요한데?”, “응… 100만원만, 일주일 후에 줄게” 상당히 의아했다. 그래도 개원 20년차 치과의사인데 겨우 100만원을 빌려달라고 전화를 했을 때는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으려니 하고 되묻지 않고 송금을 해주었다. 우회적으로 들리는 얘기… 와이프가 병원에 매일 출근하는데 병원 전반(수납 및 회계, 직원관리, 예약 등)에 걸쳐 총괄하면서 매일 현금입금액은 물론 카드, 보험청구액을 모두 가져가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치과의사로서 성품과 진료술식이 뛰어난 친구이고 병원도 제법 규모가 있는 소위 잘나가는 치과원장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와이프가 병원경영과 경제권을
치과진료실에서는 ‘치과냄새’로 표현되는 치과 특유의 냄새(eugenol, monomer, FC 등)가 있는데, 퇴근 후 아이들로부터 ‘아빠한테는 치과냄새가 난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아! 내 몸에 냄새가 베어있구나!’라고 인지하게 된다. ‘치과냄새’는 치과의사에게 야릇한 직업적 자부심과 함께 가족들에게 나만의 수고를 전해주는 향기이기도 하다. 반면, 이 치과냄새는 치과의사의 후각을 둔하게 만들어 놓아 부지불식간 치과의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치과냄새’ 이외에 진료실에서 외부로 가져가는 또 다른 것은 무엇들이 있을까? 나는 외래교수로서 대학병원에 진료를 나가거나 진료봉사 차 외부진료를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외부 진료보조스탭들의 행동을 통해 공통된 하나의 행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철물(크라운이나 덴쳐프레임, 덴쳐레진 등)을 stone point로 삭제할 때는 어김없이 3way syringe로 air blow를 하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 행동을 몹시 싫어한다. 아니 혐오하는 수준이다. 미세입자로 깎여져 나온 미세분진을 저렇게 불어버리면 내 눈에는 안보이지만 결국은 우리 진료실 내에 떠돌다가 ‘원장과
고속도로를 운행하다보면 주행차선과 추월차선, 버스전용차선이라는 것이 있다. 20여 년 전에는 주행차선으로 달리다 추월이 필요할 경우, 추월차선에 들어가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는 곧바로 주행차선으로 복귀하는 것이 고속도로 운전자의 보편적인 인식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주행차선과 추월차선의 개념이 사라지고 주야장천 추월차선으로만 주행하는 운전자가 생겨나더니, 이제는 모든 차선이 주행차선이 된 듯하다. ‘추월’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단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추월은 과속하여 목적지에 일찍 이르고자 하는 행위 외에 정체된 교통흐름의 물꼬를 틔워주는 순기능적인 역할을 하는데, 앞 차에 가려진 시야를 확보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한 추월은 필수불가결한 행위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추월에도 원칙은 있다. 추월을 하기 위해서는 앞 차와 일정간격을 유지하다가 순간적으로 가속스퍼트를 이용해 안전하게 추월을 하여야 하지만, 상대 운전자에게 대비할 시간과 간격조차 주지 않은 채 바짝 붙여 위협적인 추월을 하게 된다면 애꿎은 자동차만 사고가 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치과의 주행차선은 무엇인가? 치과대학에서 배운지식으로 운전면허증을 취득하
치과시술은 환자로부터 선택을 받은 치과의사만이 할 수 있다. 선택 받은 치과의사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인데, 마스크를 착용하는 순간부터 우리들의 입은 쉴새 없이 말을 해댄다. 힐링의 언어는 마스크를 뚫고 환자의 귀에 실려가지만, 부정의 언어는 마스크에 부딪혀 치과의사들의 몸과 마음에 스며들곤 한다. 1위 의사, 2위 치과의사, 3위 금융업종사자, 4위 변호사, 5위 경찰관, 6위 부동산업자,7위 전기기사, 8위 농업종사자, 9위 약사, 10위 과학자…. 이것은 또 무슨 순위인가? 고소득전문직 순위나 배우자 인기순위가 아니다. 2014년 미국의 순위사이트인 ‘더 리치스트 닷컴’에서 소개한 자살을 많이 하는 직업군 Top10의 서열인데 의사는 평균자살률의 1.87배로 1위, 치과의사는 평균자살률의 1.67배로 2위에 랭크되면서 79위로 추락한 치과의사 직업유망지수와는 희비의 쌍곡선 순위를 보여주고 있다. 의사와 치과의사들의 사망률이 일반인들에 비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자살률이 6.64배가 높고 여자치과의사들의 자살충동률이 높다는 미국 국민보건통계국(1990년)의 발표와 Baylor치과대학의 Roger E. Alexander,
특정한 날을 잡아 멋진 뷔페레스토랑에 가는 것은 상상만해도 즐겁고 배부른 일이다. 한끼 정도 굶고 가는 것은 기본이고 말이다. 첫번째 접시에 야채와 샐러드 등 가벼운 음식을 올려놓고는 두번째 접시에 담을 음식은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눈여겨 보아두고, 세번째 접시는 다른 손님들 음식을 힐끗보면서 계획하기도 한다. 오늘은 식사를 5개 접시에 담는 가정을 두어, 접시 순서에 따른 만족도 얘기를 해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번째 접시에 비해서 다섯번째 접시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포만감과 만족감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얘기. 이를 두고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다시 말해 일정한 단위의 재화로부터 얻게 되는 만족이 점차 감소하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 합리적인 소비계획을 통한 균등한 만족은 ‘한계효용균등의 법칙’이라 표현하는데 한계효용이 균등하게 배분되어 5개 접시 모두 효용(만족)을 극대화시키는 가치추구를 일컫는 경제학적 용어이다. 현재 입법청원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28대 김세영 집행부의 회무에 대한 평가를 회원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 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과연 김세영 집행부에서는 5개의 접시에 무엇을 채웠을까? 김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