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삼아 필자의 비공개 산문집(단편소설) ‘백수의 꿈’ 중 한 편을 소개한다. 어렸을 때 본 만화의 한 장면을 토대로 엮었다. 요즘 들어 본의 아니게 다양한 연령층의 백수가 양산되고 있다. 힘든 일은 꺼리게 되어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되고 각종 실직 수당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청년백수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한 우물을 파는 우리 시대의 우직함도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백수... 종일 빈둥거리는 게 일과, 만사가 귀찮아 일 안 해도 밥 해 주는 엄마께 미안해하면서도 늘어만 가는 뻔치, 평생 백수의 삶, 꿈도 희망도 없는 되는 대로의 삶. 어느 날 낮잠 자다가 꿈을 꾸었어. 저 멀리 담 벽 끝에 조그만 구멍이 보이는 거야.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일명 ‘개구멍’이라고도 하지. 들어가서 좀 지나다보니 나무그늘 아래 희미하게 두 노인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어. 가까이 다가가니 옥황상제와 염라대왕께서 세월아 네월아 바둑만 두는 거야. 재미있어서 옆에서 훈수 두니까 옳거니 하며 좋아하시는 거야. 옥황상제께서 바둑을 두다가 돌아보며, “여긴 왜 왔어?” “심심하고 무료해서 재미꺼리 없나 해서요.” 품에서 거울을 꺼내 보여주며 껄껄 웃으시며, “훈수도 해 줬으니 10년 후
국가의 전쟁은 국가 사이의 폭력이나 무력을 사용하는 상태 또는 행동을 말합니다. 최근인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침공하여 최소 1300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습니다. 규모나 폭력 수위 면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라 합니다. 이스라엘 측도 즉각적으로 보복 공습을 단행하여 양측 사상자가 3000명에 달했고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그림 1). 전쟁터에서 적군을 직접 맞닥뜨렸을 때 방아쇠를 바로 당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적의 직접 사살에 참여하는 군인은 전체 군인의 10~15%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신 기술을 탑재한 공격 드론과 미사일 등은 인간과 인간의 직접 접촉 없이 공격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사상자는 현대전에서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팔레스타인의 공격은 수십 년간 이어져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종교적·문화적·정치적 긴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종식 이후 1947년 유엔 총회는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을 강제로 분할하고, 유대인들이 그 곳에 이스라엘이라는 신생 국가를 건국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로마군에 의해 자신의 영토에서 쫓
미국 연수 시절에 살던 곳의 쇼핑몰 앞에 자동차 수리점이 있었다. 그곳의 안내판에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Wait (대기실에서 기다리면) 100달러, Watch (수리하는 모습을 감시하고 있으면) 120달러, Help (도와주겠다고 나서면) 140달러”. 제대로 고칠까 의심이 되어 고객들이 엔지니어가 일하는 장면을 직접 봐야 하겠다고 나선다면 그때부터 고객과 회사 간에는 믿고 맡기는 “신뢰”관계가 아니라 부탁한 만큼 눈으로 보여주는 “계약”관계가 성립이 된다. 그 자동차 수리점은 고객이 신뢰해 주면 더 잘해줄 수 있다는 것을 위트 있게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신뢰한다고 하는 것은 내 눈에 직접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완전히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잘 알고, 모든 상황을 조절할 수 있다면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핸드폰에서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내 손안에 진실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타인을 신뢰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또한 신뢰라는 것은 모호하고 불분명한 상대를 내가 먼저 믿어야 하는 첫 단계를 거쳐야 한다. 나중에 배신당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쉽게 신뢰
최근 턱관절 치료 분야에 있어 오랜만의 의료 신기술 승인이 났다. 오래전부터 다른 관절 부위에서 시행해 왔었던 소위 “증식치료(prolotherapy)”를 몇 가지 턱관절 장애 증상에 한하여 유효하고 안전하다는 기술로 신의료기술위원회를 통한 정부의 정식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 기술은 원래 치과 쪽이 아니라 일부 의과 선생들이 경추 및 후두부 쪽에 적용을 신청하며 슬쩍 턱관절을 포함시킨 것인데, 심사과정에서 근거가 많이 부족한 다른 부분은 제외하고 그나마 심사할 만한 논문이 있었던 턱관절 장애 부분만을 떼어내어 승인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의 승인 후 기술이 비교적 쉽고, 또 개원가에서 보존적인 방법 외에 해결하기 힘들었던 턱관절 증상의 치료에 세정술과 아울러 추가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기에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승인을 위한 평가를 했던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솔직히 이 기술은 아직 좀 더 다듬어져야 하는 기술이다. 비유를 하자면 심증은 있는데 아직은 확실한 물증이 부족하다고 할까? 의과 쪽에서 이미 정식 의료기술로 시행이 되고 있는 일부 관절부의 증식치료 역시 신의료기술 평가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의료기술 등재가 되었던 터라 요
저설압(低舌壓)은 구강노쇠의 마지막 진단 항목이다. 혀는 혈액이 풍부한 8개 근육덩어리로 음식 섭취나 쉼 없는 대화에도 피로해지지 않는다. 간혹 혀에 염증이나 깨물릴 때 순간 고통만 강렬할 뿐 뭉친 느낌의 통증 없이 빠르게 치유되는 것으로 보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혓바닥의 미세한 주름은 마치 손가락 지문처럼 모든 사람에서 다르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깊어진다. 이로 인해 면역 저하와 설하 신경 이상을 보이는 돌봄 노인의 혀에서 구강위생불량으로 설(백)태 형성과 함께 세균 혹은 바이러스의 감염원으로 작용한다. 혀를 청결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이다. 더불어 후각과 미각 기능도 점점 감퇴되면서 그들의 영양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필자는 혀의 미각 기능을 포함한 발음과 삼킴 등 운동 기능이 구강노쇠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고자 한다. # 혀의 미각 이상: 뇌병변과 영양 고려 혀 점막에는 수많은 돌기(유두)가 있다. 혀의 전방 2/3에 분포하고 있는 심상돌기는 안면신경의 지배를 받고, 유곽돌기와 엽상돌기는 각각 혀의 후방 1/3과 혀의 측면과 후방에 분포하면서 설인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돌기 속에는 미뢰가 존재하며, 그 속의 감각 세포가 음식물 이온과 접촉하
삼국유사의 고장 내 고향 군위가 2023년 7월 1일 대구광역시로 편입되었다. 전국의 시군구 중 소멸도시지수 1위, 평균연령과 노령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들 중에 하나라는 불편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군위가 대구시민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필자가 공중보건치과의사를 시작으로 3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나 교육적인 이유로 이농인구는 증가하고 유입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로인해 자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연령 증가로 인해 노령인구의 비율이 높아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체가 부유해지면서 평균수명이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여기 군위에서는 일흔 세로는 경로당에서조차 심부름하는 나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육자 달고는 두말할 것도 없고 어딜 가도 일흔은 명함을 내밀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 어릴 적 (대략 두 세대 전)만 하더라도 회갑연 한다고 동네가 떠들썩할 정도로 장수했다며 모두가 꽹과리 치고 장구 치며 푸짐한 음식을 나눠주며 축하해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요즈음에 와서는 회갑생일 축하를 해도 별로 내키지 않을 것 같다. 훗날 칠순잔치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팔순쯤 되면 축하를 받으려나...
20년 전까지 개원했을 당시 친했던 타 대학 출신 선배님으로부터 ‘밥 한번 먹자.’는 전화를 받고, 오랜만에 선배님 치과를 방문하였다. 예전의 자리에서 이전한 건물에서 치과진료실 규모와 인력이 엄청나게 늘어나 있었고, 바쁘게 진료실은 돌아가고 있었다. 조금 기다렸더니 그 선배님은 반갑게 필자를 맞이하면서 다른 진료실에서 진료하고 있던 아들(치과의사)을 소개해 주었다. 글러브를 황급히 벗고, 필자가 내민 손을 잡은 선배님의 아들은 늠름하고 자랑스러워 보였다. 일순간 필자의 속마음은 ‘부러운 마음’, 그 자체였다고 고백한다. 선배님과 저녁 식사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필자의 아들도 조금 더 노력(?)해서 ‘치전원’에 입학시켰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이미 지나간 일이니 부질없는 상상으로 끝날 일이다. 못된 정치인들이 ‘우매한 국민’을 ‘개, 돼지’로 표현한다고 한다. 또 생각이 부족한(?) 사람을 ‘닭xxx’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태어난 해와 연결된 간지(干支) 중 12지(支)에는 ‘닭’과 ‘개’, ‘돼지’가 연결되어 나타나니, 왜 이 세 종류의 ‘띠’의 동물들이 욕먹는데 사용되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금년 8월 말에는
친척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아들이 치과의원에 갔더니 20개가 넘는 치아에 우식이 있다고 작년에 다른 치과에 갔었을 때는 한두 개가 이상하다고 하였는데, 1년 사이에 그렇게 많은 치아가 썩었다는 것은 치암이 아니냐고 큰일 났다고 찾아왔습니다. 살펴보니 작은 점들로 보여 괜찮다고 일단 암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보냈었는데, 1년 후 다시 와서 검진하여 보니 두 개의 치아는 우식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치료를 하여야 한다고 하였을 때, 들리는 말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친척이라고 돈이 들까봐 일부러 치아 우식을 치료해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었습니다. 과잉진료도 문제이지만, 정확한 검사와 진단이 중요함을 다시 깨달았었습니다. 선생님들마다 다른 우식 치아의 개수로 종종 병의원간 치과의사간에 분쟁이 된다는 것이 각종 검사들로 점철되고 있는 의료 현장에서 아직 우리 치의학계가 나아가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즘 환자들은 혈압 수치와 혈당 수치 등 진료 시에 검사에 대해 일일이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진료인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상의하고 충분히 이해하여야만 진료를 제대로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바야흐로 지금은 데이터 시대입니다. 데이터는 개인 생활뿐 아니라, 정책과 행정, 산업과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인간의 삶으로 완전히 바뀌고 있는 것이죠. 여기서 데이터란 일반적인 자료라는 의미가 아니라, 컴퓨터에 의해 해석되어 처리될 수 있는 심볼을 의미합니다. 데이터는 20세기 들어 완전히 새로운 재화로 등장하는데요, 경제적 가치를 창출 능력이 뛰어납니다. 2022년 글로벌 데이터산업 시장은 약 660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5년만에 2배가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인류는 종래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등장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2023년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세계 10대 기업 중 7곳이 거대 데이터 기술기업입니다. (표) 데이터 기술기업들은 제조업이나 에너지 기업들 보다는 상대적으로 신생 기업들입니다. 1975년 설립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1976년 설립된 애플(Apple),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NVIDIA) , 2004년 설립된 페이스북(Facebook, 2021년 현재의 사명인 Meta Platforms로 변경), 2015년 설립된 알파벳 등이 있으며, 세계 경제를
지구촌이 계속 시끄럽다. 냉전시대의 종식과 함께 불어온 자유주의 바람에 서로에게 관대하던 세계는 거대한 인구를 기반으로 급성장을 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전략으로 다시금 블록화 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이러한 추세는 자연스레 가속되었고, 설상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제는 1970년대 서방과 사회주의 국가 간의 냉전시대와 유사한 상황으로까지 회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유세계 서방국가의 주요 일원이지만 1980년대 말 경제적 실리를 위한 소위 “북방정책”으로 공산권 국가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미-중 관계의 악화로 어쩔 수 없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 진영편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당연히 주요 교역대상인 중국과 러시아로의 수출은 급격히 제한되는 상황이다. 한술 더 떠 14억 인구의 거대한 자체시장이 있고 막대한 자본에 저렴한 인건비로 제작되는 중국산 물건들은 이제 품질까지 나아지며 우리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한국 엔지니어들의 공(?)도 큰데 최근까지도 한국의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중국기업에 파격적 조건으로 이직하여 국가에서 기밀로 분류된 기술이전까지 하고 있다. 수년 전 한 언론에 중국의 대표적 LCD 기업인 BOE
혀-입술은 저작과 삼킴은 물론 발음과 외모에도 깊이 관여되어 있다. 이는 노화나 질환에 의해 혀-입술 운동기능이 약해질 때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혀-입술 운동기능 저하”가 나타나면, 혀-입술 움직임이 감소하고, 측방운동도 줄어들며, 조절도 정교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입안이 마르거나 침이 새기도 하며, 음식이 입 안에 남아 있거나 자주 흘리기도 한다. 또한 딱딱한 음식을 잘 씹지 못하여 식사 시간이 길어지고,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와 양이 제한되어 영양부족을 초래하기도 한다. 게다가 혀의 움직임까지 둔화되면, 국물을 마실 때 가끔 사레가 들거나 약을 잘 삼키지 못한다. 특히, 발음이 분명하지 않아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워져 점점 고립되면서 사회적 죽음 상태인 요양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에 필자는 돌봄 노인에서 ‘혀-입술 운동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과정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훈련 지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 입술 운동기능과 근력 약화: 훈련 지도 섭취한 음식을 잘 씹은 후 꿀꺽 삼키는 과정에서 입술 주위의 움직임과 근력 유지는 중요하다. 이에는 협근(頰筋)과 구륜근(口輪筋)이 있으며, 이들은 7번 뇌신경인 안면신경(顔面神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