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도 힘든데 불법 광고까지…치의는 숨이 막힌다

2023.12.13 14:29:02

불법 광고 솜방망이 처벌 사후 규제 미비 성행 한몫
실효성 있는 처벌과 학생 때부터 의료윤리 교육 강화해야
창간 특집Ⅲ - 특별 좌담회

 

불법 의료 광고는 만화 영화 속 악당과 같다. 몇 번을 무찔러도 새로운 모습과 더 강력해진 힘으로 되돌아온다. 저수가 할인 광고 전단이나 티슈 등 호객용 물품을 거리에서 살포하는 행위는 이제 애교 수준이다. 진짜 ‘독종(毒種)’들은 각종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를 넘어, 이제 언론 매체까지 쥐락펴락하며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이에 치과 의료 시장을 교란하고 국민 구강건강을 저해하는 이들의 독소를 배출시킬 해독제를 모색하고자 각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댔다. 이들이 진단하는 불법 의료 광고의 현주소와 대응 방안을 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사회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토론

박상현 치협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장
권인영 치협 상근변호사
편도준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사무국장
강호덕 서울시 서초구회장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이하 한) : 오늘날 불법 의료 광고는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진화하며 치과 개원가를 시름에 빠뜨리고 있다. 더욱이 최근 민간 플랫폼이 확산하며 규제의 사각지대가 점차 넓어지는 상황이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치과 불법 의료 광고의 실태를 진단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각계 전문가로서 통찰력 있는 의견을 부탁드린다.

 

Q1. 불법 의료 광고 ‘왜’ 이토록 성행하는가.

 

편도준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사무국장(이하 편) : 흔히 의사들은 불법 의료 광고가 성행하는 원인이 ‘과잉 경쟁’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한다고 모든 의료시설이 불법 광고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실태를 살펴보면 불법 광고는 극히 소수에서, 하는 사람들만 한다. 그런데도 불법 광고가 점차 늘어나는 이유는 사후 규제가 미비한 탓이다. 정부 기관의 미온적인 태도와 솜방망이식 처벌 행태가 오늘날 불법 의료 광고의 가장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권인영 치협 상근변호사(이하 권) : 동의한다. 현재 개원가에서 불법 광고가 성행하는 가장 큰 원인은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여러 자율심의기구가 의료법에 따라 불법 광고 모니터링을 펼치고 있다. 또 적발한 광고를 정부 기관에 전달한다. 하지만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불법 광고를 일삼는 이들은 학습 효과를 얻는다. ‘해도 큰 처벌이 없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불법 광고가 더욱더 성행하게 되는 것이다.

 

박상현 치협 의료광고심의위원장(이하 박) : 심의위원회에서도 경미한 처벌이 불법 광고가 성행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위원회 측에서 적발 및 고발해도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역사회에 따라 온도 차가 큰 것도 문제시되고 있다. 특히 불법 광고가 빈발하는 지역은 제재나 처벌이 오히려 미온적이다. 중과부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너도나도 따라서 하게 된다. 나만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게다가 치과 개원가의 경쟁이 심화하다 보니, 불법 광고가 더욱 급속하게 늘어나는 것 같다.

 

 

"경미한 처벌이 불법 광고 

 

성행하는 가장 큰 원인,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간다는 게 더 큰 문제다"

 

 

 

 

Q2. 지금까지 접한 불법 의료 광고 중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사례는 무엇인가.

 

강호덕 서울시 서초구회장(이하 강) : 21년째 서초구에서 한자리를 지켜온 개원의로서, 이곳에서만큼은 불법 광고를 가장 많이 피부로 체험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웃음) 그동안 불법 광고부터 네트워크 치과까지 모두 경험해 봤다. 때문에 상당히 무뎌진 상태이긴 하다. 주변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불법 광고나 네트워크 치과 한둘 늘어난다고 해서 특별히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

 

그래도 최근 서울 모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는 공분을 느낀다. 치과 유니폼에 명찰까지 착용한 환자 유인 요원이 거리에서 명함을 살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근 지하철역에서 보험 틀니, 임플란트 등을 할인해주겠다며 노인 환자를 유인한다고 들었다. 이는 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가장 충격적이고 심각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 개인적 체험을 말씀드리자면, 한 환자가 거리에서 받은 치과 홍보용 물티슈를 가져온 적이 있다. 그 위에 ‘임플란트 49만 원’이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었는데, 그땐 정말 마음이 착잡했다.

 

편 : 가격만 강조한 전단지 형태의 불법 광고를 접했을 때 가장 눈살이 찌푸려진다. 식료품 마트처럼 항목별로 할인 가격만 표시하면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히 노출이 심한 광고 모델을 사용할 때도 있는데, 이는 의료기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개별 의료기관의 자의적 해석도 개선 요소라고 본다. 예를 들어 최근 지하철 광고를 심의 중인데, 의료기관의 단순 정보만 명시돼 있다면 이는 심의 면제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밖의 홍보성 문구가 추가되면 이는 심의 대상에 포함된다. 그럼에도 많은 의료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면제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심의기구의 역량 확대도 필요하다

 
심의 제외 대상을 지정하고

 
그 밖의 모든 매체를 심의 대상으로

 

삼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

 

 

Q3. 최근 가장 문제시되는 불법 의료 광고 형태가 있다면 무엇인가.

 

권 : 신문 기사를 가장한, 이른바 ‘기사형 광고’다. 기사형 광고는 신문 기사 형태를 취하고 있기에 광고가 아닌 정보 전달 목적으로 대중이 오인하기 쉽다. 더욱이 대중은 기본적으로 언론을 신뢰한다. 때문에 광고의 내용을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때 더 큰 오해가 발생할 수 있기에 다른 형태의 불법 의료 광고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박 : 그렇다. 기사형 광고가 가장 파급력이 크기에 문제시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셈이다. 심의번호 도용 문제도 심각하다. 예전에 받은 심의번호나 유효 기간이 지난 심의번호를 미심의 광고에 사용하는 것이다. 심지어 타 의료기관의 심의번호를 마치 내 것처럼 도용하는 파렴치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규제의 사각지대다. 현행법상 SNS는 직전년도 3개월 간 일일 평균 방문자 수 10만 명 이상인 매체만 의료 광고 사전심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10만 명 이상인 매체를 규정 및 관리하는 정부 기관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치협과 의협, 한의협 등 3개 단체가 보건복지부에 대상 매체 규정을 요청하고 있다.

 

강 : 개원의로서는 온라인 불법 광고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온라인 광고는 업체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게 된다. 이를 이용해 거래를 제안하거나, 주변 치과와 경쟁을 유도하는 등의 횡포도 부릴 수 있다. 실제로 SNS 홍보가 원인이 돼, 주변 치과들끼리 시쳇말로 ‘죽이기식’ 갈등이 일어난 안타까운 사례도 목격한 바 있다.

 

앞서 말씀하신 기사형 광고도 문제다. 바로 며칠 전에도 모 유명 일간지로부터 수백만 원의 광고비를 지불하면 100대 명의에 뽑아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이런 주요 일간지나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조장하는 불법 광고는 훗날 더 큰 문제와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다.

 

 

"실제 피해 사례를 이슈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불법 광고의 심각성을 주무 부처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해야한다"

 

 

 

Q4. 불법 의료 광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피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편 : 결국 국민 피해다. 안타까운 점은 누가 걸려들까 싶을 만큼 노골적인 불법 의료 광고에도 틀림없이 속아 넘어가는 국민이 있다는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의료’는 공산품과 다르다는 것이다. 공산품은 속아도 손해 봤다고 생각하며 내다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의료는 치명적이다. 잘못되면 큰 상실감은 물론이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이어지게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는 ‘의료 광고’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되는 피해로도 이어질 것이다. ‘의료 광고는 못 믿을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면 의료계 전체가 피해를 당하게 된다.

 

박 : 동의한다. 국민 피해가 가장 문제다. 의료심의위원회에는 소비자, 시민, 법률, 광고 등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분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국민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불법 과장 광고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번의 피해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키기에, 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피해는 사전에 막기 위한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권 : 첫째는 선량한 의료인의 피해다. 이들이 불법 광고로 인해 병원 운영이 어려워질 만큼 피해를 받게 된다면, 극단적으로는 의료 공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또 건강보험 재정 악화 문제도 있다. 건보 재정이 악화하면 결과적으로는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민 전체에게 피해가 되돌아갈 수 있는 사안이다.

 

강 : 공감한다. 불법 광고는 첫째로 환자, 둘째로 인근 치과 원장님들에게 피해를 일으킨다. 특히 불법 광고는 개원의에게 커다란 심리적 박탈감을 안긴다. 사실 경영난이라고 하면 물리적이고 현실적인 부분이기에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불법 광고까지 일삼게 되면 심적 고통이 상당해진다.

 

 

"근본적인 해결 위해서는 

 

의료 윤리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이를 통한 동료 의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Q5. 불법 의료 광고가 앞으로 어디까지, 어떻게 변이할 것이라고 전망하는가.

 

편 :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의 변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한다. 편의성 때문이다. 최근에는 방송 광고 심의에서 예약 대행, 원스톱 대리 처방 등의 앱을 심사한 바 있다. 해당 앱은 불가 및 금지 처분을 내렸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앱 기반 신종 의료 플랫폼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들은 AI 등을 활용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발전하리라 예상된다.

 

박 : 플랫폼 기업들의 확장이 가장 크게 우려된다. 최근에는 관련 기업들이 모여 ‘유니콘팜’이라는 모임을 출범했다. 이들이 관계 정부 부처 등에 강하게 의견을 전달하고 있으며, 실제 영향력도 발휘한다. 지난해에는 ‘한걸음 모델’이란 정책 사업을 통해 정부 측에서 의료 플랫폼 사업자와 의료계 간 갈등 중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전면 거부했지만, 이들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또한 현재 국회에는 의료 광고 심의 매체 확대에 관한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그런데 해당 법안에도 플랫폼 기업의 입장을 반영해, 심의자율기구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독소 조항이 담겼다. 이에 대해서는 모든 기구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강 : 개원 초창기만 해도 온라인 광고라면 포털의 키워드 검색이나 지도상 우선 노출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셜커머스나 SNS를 통해, 민망하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으로까지 변이했다. 특히 단순 가격 비교 위주의 형태를 접할 때가 많은데, 이는 환자가 잘못된 의료 정보를 습득하게 만들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인다.

 

"현재 불법 의료 광고 처벌은


개원가의 정서와 괴리가 크다 
 

이번 좌담회가 회원 정서에 부합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Q6. 불법 의료 광고를 제재하기 위해 마련해야 할 대응책이 있다면 조언해달라.

 

박 : 불법 광고 고발을 위한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가 마련됐으면 한다. 각지에서 발생하는 불법 광고에 대응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전국 각 시도지부 등과 연계해, 현재보다 실효성 있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

 

처벌 기관의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 불법 광고 고발 시 위법한 자료들을 모두 제출하고 설명해도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할 때가 많다. 이 경우 무혐의나 단순 제재에 그치는 사례가 많으므로 중요한 개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권 : 실제 피해 사례를 이슈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에서는 사례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법 의료 광고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주무 부처의 적극적인 행동도 필요하다. 사법기관보다 행정기관이 불법 의료 광고를 넓게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제재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강 : 일선 개원의로서는 가장 기대하는 것이 치협이다. 특히 치과 기자재 업체와 문제 의식을 공유해주길 바란다. 현재 일부 기자재 업체는 불법 광고를 통한 박리다매식 운영 치과에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들었다. 이는 개원가에 가장 크게 공분을 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거창하고 복잡한 의료 윤리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개원했을 때 직면하게 되는 현실을 미리 파악하고 부적절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교육을 치과대학 학생 때부터 실시해, 신규 개원의까지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로써 동료 의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편 : 심의기구의 역량 확대도 필요하다. 앞으로 심의 매체가 확대되면, 현재 인력상으로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한계가 발생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법과 제도의 새로운 발상도 이뤄지길 바란다. 현재 불법 광고의 변이 속도를 법제도가 쫓아가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심의 제외 대상을 지정하고 그 밖의 모든 매체를 심의 대상으로 삼는 방향으로 전환됐으면 한다.

 

한 : 불법 의료 광고 처벌은 법과 규정에 따라 이뤄지므로 개원가의 정서와 괴리가 크다. 이 때문에 많은 회원이 답답함을 느끼실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좌담회가 회원의 정서에 부합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리 = 천민제 기자 mjreport@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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