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눈, 귀, 코, 입이 몰려 있는 이유는?

2021.06.16 13:37:17

Relay Essay 제2453번째

생명체의 모습, 동물의 모습이 지금과 같이 진화한 이유에 대해 분석하고자 할 때 우선 풀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어째서 대부분 얼굴에 몰려 있는가?”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의 육근(六根), 다시 말해 ‘눈, 귀, 코, 혀, 몸, 생각’의 여섯 가지 지각기관(根) 가운데 눈, 귀, 코, 혀가 모두 얼굴에 몰려 있다.

 

얼굴에 분포한 신근(身根)까지 합하면 모두 다섯 가지 지각기관이 좁디좁은 얼굴에 오밀조밀하게 몰려 있다. 어린 아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사람도 그렇지만 강아지도 그렇고, 개구리도 그렇고, 물고기도 그렇고, 새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메뚜기도 그렇다. 왜 그럴까? 왜 이렇게 진화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까?

 

그 답은 간단하다. ‘먹기 위해서’다. 인간을 포함하여 그 어떤 동물이든 ‘입 구멍’에 먹이를 넣어야 신체가 보전되는데, 아무것이나 다 먹이가 될 수는 없다. 눈으로 탐지하여 ‘먹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가까이 접근하여 코로 냄새를 맡아서 그것이 먹이인지 확인한다. 부패하거나 해로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입 구멍 속으로 넣어서 혀를 대어 먼저 표면의 맛을 본다. 그 다음에 이빨로 꽉 깨문다. 즙이 나온다. 맛이 이상하거나 상한 것은 혀로 밀어내어 얼른 뱉는다. 퉤! 퉤! 퉤! 그러나 먹이가 확실하면 목구멍으로 꿀꺽 넘긴다. ‘입 구멍’을 중심으로 눈, 코, 혀가 몰려 있는 이유다.

 

우리가 먹는 하루 세끼의 식사가 거저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음식이 위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눈, 코, 혀’ 세 단계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멀리 떨어진 먹이의 명암과 색깔과 형태를 감지하는 눈은 ‘원격 광학 탐지기’, 먹이에서 대기 속으로 퍼진 화학성분을 감별하는 코는 ‘원격 화학 탐지기’, 살에 직접 닿는 먹이의 화학성분을 분간하는 혀는 ‘근접 화학 탐지기’다.

 

원시동물의 경우 먹이를 찾아 움직이기에 진행방향 쪽에 ‘입 구멍’이 있다. 입으로 들어간 먹이가 몸을 통과하며 소화된 후 배출되기에 꼬리 쪽에 ‘항문 구멍’이 뚫려 있다. 그리고 진화의 과정에서 입 주변에 먹이 탐지기가 하나, 둘 생긴다. 살의 일부가 혀로 변하고, 코로 변하고, 눈으로 변하는 것이다. 우리의 이목구비 모두 몸의 ‘위쪽’인 머리에 몰려 있지만, 진화초기의 원시생물일 때에는 주둥이 근처인 몸의 ‘앞쪽’에 붙어있던 것들이다. 인간의 경우 직립과 함께 ‘앞쪽’이 ‘위쪽’으로 되었다.

 

지렁이와 같은 하등동물에게는 눈이나 코가 없다. 몸통 앞뒤로 길게 구멍이 뚫려 있을 뿐이다. 입 구멍에 인접한 신경 일부가 두툼해져서 혀의 역할을 한다.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코도 없고 우리와 같은 뇌도 없다. 지렁이와 같은 원시동물은 광학 탐지기인 눈도 없고, 원격 화학 탐지기인 코도 없기에, 무엇이 먹이인지 취사선택하지 못한다. 하루 종일 흙을 먹은 후 유기물만 흡수하고 무기물은 항문으로 배출한다. 그러나 진화의 과정에서 입 구멍 주변의 피부가 코와 눈 등으로 변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먹이를 섭취한다. 새로운 종(Species)이 나타나는 것이다.

 

눈, 코, 혀의 주된 기능이 ‘먹기 위함’이라면 얼굴 양쪽에 달린 귀의 주된 기능은 ‘먹히지 않기 위함’이다. 귀는 ‘매질(媒質) 진동 탐지기’다. 육상동물은 ‘공기’라는 매질 속에서 살아가는데, 공기의 진동은 소리가 되어 우리 귀에 들린다. 그런데 ‘큰 소리’는 ‘위험’을 의미한다. 나보다 큰 포식자가 움직이거나 내 몸을 해칠 수 있는 자연재해가 있을 때 소리가 크게 난다. 큰 소리가 나면 경계를 하거나 몸을 피한다. 눈에 비친 모습이나 코로 맡은 냄새보다 귀에 들리는 소리의 공포가 큰 이유가 이에 있다. 물고기의 경우 비늘에 점선처럼 파여진 ‘옆줄’의 속살이 매질인 ‘물’의 진동을 감지하여 몸을 피한다.

 

우리는 이목구비가 수려한 사람을 보고서 “잘 생겼다.”거나 “예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목구비의 원래 기능은 그렇게 미학적(美學的)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먹기 위한 ‘눈, 코, 혀’ 먹히지 않기 위한 ‘귀’일 뿐이다. 잘생긴 영화배우나 어여쁜 탤런트의 수려한 이목구비가, 그 원래의 기능을 알고 나니 참으로 비극적으로 보인다.

 

동물의 세계에서 최강의 포식자인 인간이면서 세 끼 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을 수 있는 나라에 사는 우리이기에 ‘눈, 귀, 코, 혀’의 본래 기능을 잊은 지 오래다. ‘눈과 코와 혀’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에서 약자를 잡아먹기 위한 ‘먹이 탐지기’이고, ‘귀’는 먹히는 것을 예방하는 ‘진동 탐지기’다. 이목구비(耳目口鼻)에서 중심은 ‘구(口)’, 즉 ‘입’이다.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서울치대 82졸)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