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천만시대

2021.09.16 14:27:39

시론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대열에 들어 모든 분야에서 위상이 높아졌다. 거기에 따른 도덕과 질서의식 또한 세계 언론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빈곤과 기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구촌 곳곳의 소식을 접할 때면 가슴 한편으로는 동정과 책임을 느끼면서도 정작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작은 정성이라도 함께 모아 음으로 양으로 사랑의 손길을 베푸는 분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는다.
   
개, 고양이, 새 등 다양한 종류의 동물과 함께하는 반려동물가족이 자연스럽고 당연시 되는 시대가 되었다. 필자도 천성적으로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때때로 사람이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며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드라마나 만화에서도 부모가 개보다 대접을 못 받는 우스갯거리가 종종 오르내리기도 하는데, 우리 집에서도 아내가 서열 1위인 탓에 나보다 서열이 위인 애완견 진이가(수컷 말티즈) 시도 때도 없이 내게 으르렁거리거나 간식을 줄 때 외엔 내 말을 듣지도 않는다. 간혹 아내 없을 때 한 대 때리면 꼭 이르는 것처럼 아내는 이내 괴롭힌 걸 알아차리곤 부부싸움을 한 적도 있다. 기성세대의 많은 분은 개가 사람 이상의 대우를 받는 희한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불만을 갖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길거리 돌아다니는 유기견이나 야생고양이를 보며 불쌍히 여겨 사료를 내다 주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여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우리사회 모두의 노력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동물과 늘 함께 하다보니까 애완견이 충치가 생기거나 사고로 이가 빠지거나 다칠 때도 있다. 동물도 나이가 들어서 사람과 같이 이가 빠지고 잘 못 먹어 고통 받는 걸 목격하게 됐다. 가족처럼 지낼 동물이라면 말 못하는 고통을 헤아려 동물치과치료나 보철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말 특별한 경우엔 치료받을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반려동물은 주인이 모르고 고통을 참고 살거나 동물병원에서 전신마취하고 아픈 이빨을 제거하는 정도일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필수요건이 강한 이빨과 턱이다. 이빨 빠진 사자의 비참한 말로를 바라보며 우리 애완견에게도 이렇게 소중한 이빨관리를 위해 예전보다도 더 신경을 써 주어야 할 것 같다. 하기야 주기적으로 스케일링도 하고 이빨도 닦여주고 개껌도 줘가며 관리하는 걸 보면 동물의 지위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빨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지금은 전문수의사가 동물의 치아관리를 담당하고 있는데 사회가 발전되고 고급화되면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애완견에 최적화된 교합과 저작을 위한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TV의 ‘동물농장’에서 자문수의사께서 구조된 동물을 치료하며 보철하는 장면을 보면서 특히 이빨보철의 필요성을 느끼며 전국의 모든 반려견도 혜택 받을 날이 올 거란 기대를 하게 된다.

 

동물들도 기본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본다. 드물긴 하지만 수의사 겸 치과의사면허를 가진 분도 계시는데 애완동물 천만 이상인 시대에 정말 할 수 있는 훌륭한 일이 많을 것 같다. 지금도 선택적으로 수의과대학병원이나 전문동물병원에서 드물게 시술 받을 수 있겠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까운 곳에서 쉽게 동물치과시술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동물 이빨 임플란트나 크라운 브릿지를 시술받을 수 있길 기대하는 것이 지나친 상상일까? 전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의료복지 세계최고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 애완동물도 가족인 만큼, 전문가의 지도하에 다양한 방법과 연구를 통해 반려동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하는 시대가 됐다. 술자도 경험한 일이지만 사람보다 동물병원의 문턱이 너무 높아 애완동물이 아프거나 다치기라도 한다면 당장 치료비 걱정과 높은 수가로 휘청하며 놀라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그 부담 때문에 방치하거나 불법으로 드물지 않게 유기되는 슬픈 현실을 접하게 된다. 가족처럼 지낸 반려동물이 한순간 버려져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길거리 유기동물들,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현실화된 이 시대... 전 국민의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 반려동물 천만시대... 꿈같은 모든 일들이 현실화 되었듯이, 언젠가 동네 동물병원도 동물치과, 동물안과, 동물비뇨기과, 동물정형외과 등 좀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동물병원도 생기게 될지 기다려 볼 일이다. 동물과 함께하는 시대, 끝까지 책임지는 진정한 반려동물가족이 되길 희망하며 오늘도 짖고 물려하는 진이와 잘 지내보려 개 껌 하나로 유혹해본다.

 


반려동물 천만시대

 

거리를 배회하는 그림자들
엄마 품 잊은 지 오래
같이 태어났건만
서로 다른 운명
이별도 모른 채
뿔뿔이 흩어져

 

동물답게 살 권리도 모른 채
시시때때로의 위험
무사히 건강하게 살길...
조그만 정성과 노력이 모여
반려동물 의료보험시대
불가능을 가능으로

 

동물치과 동물안과 동물비뇨기과
아픈 개 고양이 회복되어
동물의 대모가 되리...
유기동물 사라지는
따뜻한 세상 꿈꾸며
오늘도 진이1)와 서열 다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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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진이: 우리집 애완견 수컷말티즈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광렬 이광렬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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