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중 어떤 것이 맞을지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요즘엔 사람이 다니는 곳마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유리알처럼 비춰지며 살아가고 있다. 아주 드물게 사각지대로 피해서 범행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 현장에만 포착되지 않았을 뿐 동선의 경로를 몇 군데만 찾아보면 대다수 범인을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카드 영수증만으로도 신원을 특정 짓는 것은 시간문제라 하니 나쁜 짓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바른생활을 하며 살아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일순간 남의 물건을 갖고 싶다는 그릇된 욕망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 처음이 두렵지 두 번, 세 번 거듭하면 할수록 대범해져서 죄의식도 희박해지고 말도 안 되는 자기합리화에 빠진다고 한다.
전에 가게 앞에 전시된 화분을 지나가는 행인이 쓱 들고 가거나 오토바이 타고 가면서 가게 앞의 물건을 집어가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버려진 우산인 줄 알고 들고 갔다가 절도로 고발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근본적으로 남의 물건에 눈독 들이는 자가 나쁘지만 가게 앞에 놓인 물건들을 매일 각별이 관리해야 할 책임도 있다. 이렇게까지 삭막한 사회가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치안이 최고라는데 어릴 적부터 도덕과 준법정신을 배우는 교육의 효과와 타고난 선한 우리민족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좁은 나라에 구석구석 무인카메라가 설치되어 감시당하고 있는데 감히 딴 생각을 할 수도 없다. 덕분에 범죄율 낮은 우리나라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다. 외국에서는 한국의 도덕성과 치안에 “언빌리버블”을 연호하며 외친다.
필자의 치과 뒤편에 조그만 정원이 있는데 이면도로에 물려있고, 옆에 편의점과 테이크업 커피숍이 있어서 행인도 많고 쓰레기 투척하는 사람도 많다. 매일 정원 청소해야 하니 시간이 갈수록 은근히 짜증도 났다. 사람들 심리가 길거리에는 못 버리겠고 몰래 화단이나 나무 밑에 던지고 가는 것이다. 물론 무인카메라가 있지만 쓰레기 투척자를 감시하려는 목적이 아니어서 은근히 속앓이 하다가 ‘감시카메라 촬영 중’이라는 경고문을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니 그 후로는 확연히 쓰레기 투척이 줄어들었다. 이렇듯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쁜 행동을 스스로가 피하게 된다는 사실이고 조금만 신경 쓰면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
무방비로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물건을 보면 버린 것은 아니어도 쓸모가 없어 내놓은 것이라 착각할 수도 있다. 못 쓰는 물건이니 재활용해야겠다는 자기합리화에 빠져 순간적으로 주인 허락 없이 가져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허락 없이 갖고 가는 사람도 나쁘지만 분실하지 않기 위한 예방조치를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고가의 물건을 지키기 위해 사설경비업체와 계약하며 보안을 강화해도 훔치려고 작정하는 자를 막기는 쉽지 않다. 그다지 비싸지 않는 물건이라도 잃으면 속상하니 최소한의 노력으로 서로의 양심을 지키게 해 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뉴스에서 화단에 백합을 정성스레 피우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다 잘라가서 속상한 주인이 다시 또 피워 가꾸었지만 몽땅 꺾어간 행인의 행동을 야속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필요하면 주인에게 잘만 얘기하면 공짜로 분양을 받거나 싸게 구입도 할 수도 있는데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가서는 안 될 일이다. 예쁜 것은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가치가 있다. 정성스럽게 가꾼 남의 물건은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때가 제일 좋다. 다 같이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는, 이웃과 덕담을 나누며 밝고 건강한 사회, 바로 우리의 다정한 이웃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길거리의 예쁜 꽃들이 새롭게 보여 카메라에 담아본다.
견 물 생 심
멋있다
부럽다
갖고 싶다
보고나니 갖고 싶다
네게 있으니
나도 갖고 싶다
좋은 것 함께 보고
눈이 즐거우니
그것으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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