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개원가, 치과 ‘폐업 타이머’ 갈수록 짧아진다

2024.01.17 21:41:03

개원 대비 폐업 비중 55% 최고치 경신, 30년 전의 8.2배
운영기간 1년 미만 치과 6%, 5년 미만 20%로 폐업 증가세
경영 전문가 “저수가·공격적 마케팅 부담, 조기 폐업 가능성”

 

치과 ‘폐업 타이머’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전국 치과의원의 수명이 해마다 단축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출혈 경쟁이 격화된 수도권 개원가의 현실을 반영하듯, 폐업 타이머는 수도권으로 올수록 더 빨리 돌고 있다. 때문에 개원 대신 일정 소득이 보장되는 페이닥터로 전환하는 게 낫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본지가 2023년 12월 기준으로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서 수집한 전국의 개·폐업 치과의원 2만7321개소를 분석한 결과, 해마다 개원 대비 폐업 치과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으로 올수록 치과의원의 운영 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성을 보였다.


30여 년 전인 1990~1994년, 6.7%에 그친 개원 대비 폐업 치과의 비중은 1995~1999년 14.3%, 2000~2004년 14.7%, 2005~2009년 28.8%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어 2010~2014년에는 54.1%로 절반을 넘겼고, 2015~2019년 52.6%로 소폭 떨어졌으나, 2020~2023년 55.1%로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 전보다 8.2배 더 높은 수치다.


특히 개원에서 폐업까지 걸린 시간을 산출한 운영 기간을 살펴본 통계에서도 위기에 처한 개원가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집계과정에서 통계적 변수와 편향을 고려해도 개원가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통계라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1990~1994년 개원한 치과의 운영 기간(중앙값)은 12.9년이었으나, 1995~1999년 11.5년, 2000~2004년 8년, 2005~2009년 4.7년, 2010~2014년 3.4년, 2015~2019년 2.5년으로 수명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운영 기간별로 집계한 통계에서도 개원가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1990~1994년에 개원한 치과 중 운영 기간을 1년도 못 채우고 폐업한 치과는 2.4%에 불과했으나, 1995~1999년 3.1%, 2000~2004년 2.8%, 2005~2009년 4.2%, 2010~2014년 6.1%로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개원의로서 일반적으로 정착했다고 볼 수 있는 5년까지로 한정해 살펴봐도, 1990~1994년 8.6%, 1995~1999년 9.3%, 2000~2004년 11.1%, 2005~2009년 19.7%, 2010~2014년 20.1%로 역시 오름세에 있다.


2015~2019년에 개원한 치과 중 운영기간 1년 미만인 치과는 3.2%, 5년 미만은 11.5%로 나타났으나, 추후 업데이트될 통계 반영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치과 경영 전문가인 이정우 인천시카고치과병원장은 “개원 환경의 악화와 더불어 철저히 준비되지 않은 개원으로 당장 직원과 환자 수급에 어려움을 느꼈거나, 저가형 개원 후 마케팅 업체를 통해 끌어모은 환자를 책임지지 못해 조기 폐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 수도권 치과 1.3년 더 빨리 폐업
특히 이 같은 경향성은 수도권으로 올수록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1990~2019년 수도권에 개원한 치과의원의 운영 기간(중앙값)은 5.2년이었으나, 비수도권은 6.5년으로 수도권의 치과가 비수도권보다 약 1.3년 더 빨리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9년, 광주 4.8년으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울산이 9.6년, 전남 8.2년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운영 기간이 길었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경쟁과 더불어 고비용의 투자, 환자들의 높아진 기대치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개원 3년 차인 A 원장은 “임대료,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과 더불어 마케팅 경쟁 등이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며 “주변에서 어느 치과가 폐업했다는 얘길 들으면 나 또한 언제라도 폐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치과 경영 전문가들도 과거에 비해 현재로 올수록 낮아지는 채산성과 위축된 경영 환경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팀세미나 연자인 정기춘 원장은 “수도권은 특히 채산성이 좋지 않다. 매출이 발생하면 여기에 임대비, 인건비 등 비용이 수반되는데 저수가 경쟁으로 인해 실질적인 순수익이 상당히 박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악화된 개원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느니, 신규 개원 또는 개원 유지를 포기하고 실질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페이닥터로 전환하는 사례도 더러 있다는 전언이다. 굳이 치과 개원가에 국한하지 않는다. 메디컬에서는 이런 의사들을 일컬어 ‘무천도사(無千都師)’라는 신조어로 통용된다. 경력이 없어도(無), 월1000만원(千) 이상을 받고, 도시(都)에서 일하는 의사(師)라는 뜻이다.


정기춘 원장은 “과거 선배로부터 전해온 경영 공식이 이제는 맞아떨어지지 않는 환경이 되면서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치과는 개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은 직종이고, 치과 원장으로서의 임상 경험, 인적네트워크 등은 페이닥터로서 쌓은 경험과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굉장히 소중한 경험인 만큼 향후 큰 자산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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