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 환자(2)

2024.04.30 16:46:36

시론

지금까지 30여 년간 수많은 틀니환자를 봐왔다. 통법대로 초진부터 틀니완성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지만 인상의 오차, 기공과정에서의 에러, 환자의 적응부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유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연결된 경우가 종종 있다. 인상과 기공과정에서는 빨리 발견할 수 있지만 완성 후에는 조절이 쉽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임플란트를 이용한 틀니도 많이 하겠지만 시골의 특성상 유지관리측면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주기적으로 페킹을 교환하는 것이나 파손된 틀니수리 등으로 오해가 많이 발생해서 술자는 전문병원으로 주로 의뢰하는 편이다. 인상체득에 오차가 있다면 다시 인상 떠서 새로 제작하면 되겠지만 환자의 협조가 부족한 경우엔 원인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서로의 이해와 인내심으로 틀니손질하고 조절해서 해결하지만 그렇게도 되지 않을 땐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 인상채득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연세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께는 미안한 생각이 든다. 또 안 맞으면 어떡하나 하며 대부분 재제작에 들어갈 땐 처음보다 신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없던 일로 하고 타의원으로 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해와 설득으로 잘 해결되었을 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잘 사용하길 빌 뿐이다. 

 

그렇게 해서 틀니치료가 끝나고 치료비와 보험청구가 끝난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중 소수의 환자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불편감 때문에 내원해서 불만을 호소한다. 여러 번에 걸쳐 마무리되지만 해결이 안 될 땐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엔 삼 세 판이라 했듯이 한 번 더 제작하느냐 중단하느냐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한다. 

 

오랜 경험으로 새로 제작해도 더 나아질 확률이 없는데 불만을 호소하거나 환자 스스로의 심리적인 문제로 불편해한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환불조치와 보험청구도 취소하고 큰 병원에 가서 해결하라며 되레 정중하게 부탁한다. 더 이상 서로서로 힘들지 않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해봐달라고 하면 정말 마음 비우고 세 번째 제작에 들어가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기억에 남는 힘든 환자이고 대개 두 번으로 마무리 한다.

 

필자의 의원에서 해결하지 못한 경우, 환자의 입장에서는 그간 다니면서 고생한 시간과 사용하지도 못하는 틀니비용이 아깝고 억울하다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노골적으로 환불을 요구한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환자 중 다수가 필자는 모르지만 고향인 이유로 필자를 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 곳 시골의 정서로는 환불을 안 해 줄 수가 없다. 그리고 딴 곳에 가서 틀니를 하려면 청구된 보험료도 취소처리를 해야 한다. 첫 내원 때 정당한 계약으로 시작하게 되어 제작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경비를 생각하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부담금의 환불까지는 몰라도 청구된 보험료까지 취소할 의무는 없지 싶은데 노인들 마음 상하게 하기 싫고 내 마음 편하기 위해 두 말 않고 취소처리하면 그나마 불만을 거두고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부담금과 보험청구액 전액 환불을 요구하면 재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난감하다고 생각한다. 대개 일부분 공제하고 환불해 주듯이 틀니비용도 일부 공제하고 환불해 주어야 이치가 맞는데 그 부분을 이해시키기도 힘들어 손해를 감수하고 환불해주지만 그런 부분도 명확한 규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타의원에서 재제작에 들어가는 환자는 이전 치과의 보험청구 취소 없이 보험적용을 해 주던가 일부라도 보상해주는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예전에 이런 적이 있었는데 심평원에서는 원칙은 이러이러한데 하면서 환자와 의료기관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며 애매한 판단을 해주었다.

 

일전에 재제작한 할머니가 틀니가 불편하다며 손봐달라고 하지도 않고, 만나보지도 않고 수부에 그냥 맡겨만 두고 갔다. 못쓰겠다며 되돌려 받은 틀니를 보며 씁쓰레한 기분이 들었다. 전화연락으로 다시 내원하게 해서 본인부담금을 환불해 주었다. 환자는 타의원서 보험이 안 된다며 본인 부담금이라도 돌려달라고 왔는데 보험청구취소까지 해드리니 미안해하면서 돌아갔다. 비용면에서는 손해보고 정당한 권리주장을 못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편했다. 그 할머니께 딴 곳에서 틀니 잘 맞춰서 잘 지내란 인사로 헤어졌다. 서로 인연이 안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잘 해결되길 빌 뿐이다. 

 

틀니와 임플란트 뿐만 아니라 모든 환자가 잘 맞춰서 잘 사용하면 좋겠지만 간혹 안 맞는 환자에게도 마음 상하지 않게 재제작에서 환불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잘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술자든 환자든 정신적 스트레스가 견디기 더 힘든 부분이기에 오늘도 서로서로의 정신건강을 위해 양보하는 마음으로 임하면 더 편할 것 같다. 치과의사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직업군이기에 나름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피하는 방법으로 술자의 건강관리도 잘하고 퇴근 후에라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삶이 되길 빌어본다. 

 

 


틀니 환자 

 

기역자 꺾인 허리 
지팡이에 의지한 채
장날에 찾아온다
잇몸이 줄었나
잘 안 씹힌단다

 

이가 하나씩 줄어 
많던 이 하나도 없네 
세월에 짓눌린 잇몸
마주한 것으로 해결 끝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손때 밴 지팡이  
힘겨운 걸음걸이
언제 또 오시려나 
이따금 
문 앞에 떨어지는 부고 소식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광렬 이광렬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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