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치과의사 단체는 왜 따로 있나요?”

  • 등록 2025.09.03 16: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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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치과의사 단체는 왜 따로 있는 건가요?” 필자는 현재 대한여성치과의사회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어느 날 지인인 남성 치과의사분으로부터 위와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분은 “남성 치과의사회는 없지 않느냐”면서, 여성 치과의사들이 굳이 따로 모여 활동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씀하셨다.


그 질문을 들었을 때, 남성의 시각에서는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분리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흐름이 존재한다. 세계치과의사연맹(FDI) 산하에는 Women Dentists Worldwide라는 공식 섹션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여성 치과의사들이 직면할 수 있는 여러 현실과 고민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나는 왜 여성치과의사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그 계기를 되짚어보니, 아마도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사실 이 칼럼을 쓰면서도, 이 주제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여러 번 고민했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특정 성별이 우위에 있다거나, 성 평등의 가치를 논쟁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출산을 하게 될 경우 커리어에 일시적인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공백의 시간과 다시 복귀하는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기에,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 여성 치과의사들의 진솔한 경험담과 조언은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진료를 하다 보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느 날 필자가 치료를 위해 진료실에 들어갔을 때, 환자분이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로 “이 병원은 왜 간호사가 마취를 하느냐”며 항의하셨다. 치과의사라고 설명 드렸지만, “여자가 어떻게 의사를 하느냐”는 말씀을 덧붙이며 받아들이지 못했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 일은 21세기 서울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또는 한국에서 열린 국제 치과 행사에 한국 대표단으로 참석했을 때, “치과의사인 줄 몰랐어요”라는 말을 듣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있다. 많은 분들이 대표단의 일원이 아닌, 비서나 통역사일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젊은 여성 치과의사가 공식 대표단의 일원이라는 사실 자체를 낯설게 받아들이는 시선은 여전히 적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젊은 여성 치과의사에 대한 특정한 시선이 존재한다는 점을 해외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걸까?


한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FDI(세계치과의사연맹) 총회와 APDC(아시아태평양치과의사연맹) 총회에 참석했을 때, “한국 대표단에 젊은 여성 치과의사가 있는 건 처음 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이러한 반응은 주로 특히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일부 국가에서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아시아권 외 국가의 치과의사들로부터는 필자의 나이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대표단에 여성 구성원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연령의 다양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자리를 통해 국제무대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신 많은 치과계 선배님들께 깊은 감사와 함께 진심 어린 존경을 바친다.


흥미롭게도 국제적인 차원에서 교류할 때는 젊은 여성 치과의사로서의 제약이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졌다. 세대 간의 융합이 더욱 중요해진 지금, 전 세계 치과계는 젊은 치과의사들이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분위기다. 오는 9월 상하이에서 열릴 FDI 총회에서도 ‘Young Dentist Forum’이라는 대규모 행사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는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성별 뿐 아니라 연령에 대한 편견 또한 완화된다면, 젊은 치과의사들이 치과계의 다양한 활동에 더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 치과의사 단체는 성별을 기준으로 무언가를 ‘구분’ 짓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겪는 현실을 나누고, 더 건강한 치과계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지금처럼 다양한 세대와 성별이 함께하는 치과계가 서로를 이해하고 보완하며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길 기대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다솜 치협 국제위원회 위원, 대한여성치과의사회 정책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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