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설모
송학선(본지집필위원)

  • 등록 2000.11.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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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치과 반상회는 한 달에 한번 같이 점심을 먹으며 모인다. 환자 이야기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우스개 소리로 반상회가 항상 즐겁다. 이번 반상회에 누군가 청설모 이야기를 했다. 농사를 망친다는 이야기와 함께 청설모는 없애버려야 할 적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다람쥐까지 잡아먹는 외국에서 들어온 나쁜 놈이 아닌가 하는 적대감을 보였다. 잡아먹으면 솔 향기가 나고 맛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많은 사람들이 잡아먹는 것을 유행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청설모를 사전에서 찾기 힘들다. 청서(靑鼠)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 푸른 다람쥐다. 청서의 털로 붓을 만들면 족제비 붓보다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청서모(毛)가 청설모로 변하면서 이름처럼 불리게되었나 보다. 어쨌든 청서의 학명은 Sciurus vulgatis coreae 영어로 Korean Squirrel이다. 한국 다람쥐다. 포유류 쥐목 다람쥐과다. 치식은 1023/1013으로 합계 22개. 녀석은 무척이나 맑고 새까만 눈망울을 가졌다. 나무를 타기 쉽게 긴 손톱을 가진 손은 무척 이쁘다. 그 손으로 먹이를 쥐고 까먹는 모습은 정말 앙증스럽다. 나무 줄기에 보금자리를 틀며, 2월 상순께 교미를 하고 임신기간은 35일이다. 한배에 5마리 새끼를 깐다. 담비와 여우가 청서의 천적이다. 한국, 시베리아, 유럽, 중국 북부, 몽고,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청서는 다람쥐와 달리 사람과 쉽게 친해진다. 과자 몇 개면 금방 친해져서 손에 있는 과자를 가져다 먹을 정도다. 몇 년 전에 비해 청서가 많아 졌나 보다. 숲 속 포식자들의 씨를 말린 결과다. 생태계 파괴의 원인은 항상 인간이다. 청서의 피해 역시 인간이 만든 생태계 교란의 결과물이다. 참새 이야기도 있다. 옛날, 프러시아 프리드리히 대왕은 버찌를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버찌가 익는 초여름이면 참새들이 버찌를 먹어 치우는 것이었다. 이것을 본 대왕은 참새를 모조리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 참새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보고 대왕은 흐뭇해했다. 그러나 참새가 사라지고 다음해 벚나무에는 해충이 생겨 벚나무의 겨울눈 뿐 아니라 겨우 돋아나는 잎마저 먹어 치워 나무가 형편없게 되어 버렸다. 그제야 대왕은 참새의 역할을 알게 되었고, 참새와 버찌를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당장의 이익을 보다보면 얼마 후에 너무 큰 것을 잃는 수가 있다. 지구의 환경 문제가 그렇고 프리드리히 대왕의 버찌가 그렇고 의사들의 의약분업 대응이 그렇다. 우리 앞에는 전문치의제도가 있다. 분별심을 버리자. 이기심이 가득 찬 인간의 눈높이로 세상을 분별하려 들지말자. 청서도 참새도 지구의 한 주인이다.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 도를 통한다는 게 바로 절대자와 눈 높이를 맞춘다는 이야기 아닌가? 우리도 눈 높이를 조금만 높이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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