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수돗물불소화 사업이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일본 후생성은 최근 오키나와현에서
시범사업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수돗물불소화를 반대해 오던 일부 환경론자들이
불소화사업 반대를 하며 항상 내세웠던 국가가 일본이었다. 일본도 불소의 위해성 때문에
수돗물불소화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그러던 일본이 드디어 비록 시범사업이긴
하지만 불소화 사업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의 불소화 사업 역사는 우리나라보다 오래됐다. 52년 쿄토의 야마시나지구에서
쿄토의대 미노구찌 겐 교수가 후생성지원으로 수돗물불소화를 실시, 연구한 결과 연령대별로
50∼70%의 우식예방효과가 있다는 성과를 보였으나 65년 연구비 중단으로 중지한 적이
있다. 미군주둔 시절인 57년에는 오키나와에서 불소화 사업을 실시했으나 일본이 행정권을
되찾자마자 72년에 중단했다. 또 67년에는 미에현 아사히읍에서 이 사업을 실시했으나 71년
중단하고 말았다. 이같이 수돗물불소화 사업이 초기부터 무너진데 대해서는 여러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겠으나 대체로 불소화에 대한 시민의 무지와 일부 학자들의 비난, 그리고 일본
치의학계의 무소신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하겠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본사회가 변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일본 최대 유력지 가운데
하나인 요미우리신문이 특집기사로 수돗물불소화를 촉구한데 이어 9월에는 사설로
재촉구했다. 이어 마이니찌신문, 아사히신문, NHK방송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수돗물불소화
사업의 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보다 언론계가 먼저 적극적으로 이 사업의
효율성과 저렴성, 안전성 등을 강조하며 도입을 주장한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일본 아동의 우식증 유발율이 전세계 국가와 비교하여 매우 저개발 국가
수준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이들 언론인들은 특히 한국에서도 수돗물불소화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NHK 해설위원은 지난 10월 한국의 불소화사업을 직접 취재하고 이를
라디오방송으로 상세히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일본 후생성이 뒤늦게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 된 것이다.
일본은 앞으로 몇개 현에서 이 사업이 실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일본은 시작이다.
이미 선진국으로 자리잡은 일본도 이같이 불소화 사업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고 치과계의 역할과 학계의 역할,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아무쪼록 이웃나라의 불소화 추진과정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끊임없이 저지하는 일부
반대론자들도 다시한번 이 사업의 안전성을 제대로 파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치과계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왔기에 일부 반대론자의 반성과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법에 의한 사업이 확장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