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을 열었던 지난 한 해는 우리 치과계뿐만 아니라 의료계 전반이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고자 상당한 진통을 겪었던 지루했던 한해였다. 의약분업이라는 최대의 개편작업은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 휘청거리며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아직도 앙금만을 남기고 올해로 그
바톤이 이어졌다. 또한 수년동안 힘겨운 작업을 통해 마련한 상대가치수가제가 인상동결을
의미하는 복합단가안을 고집한 시민 및 소비자단체의 반발로 주춤거리다가 구랍 26일에서야
비로소 어렵게 ‘상대가치점수당 단가"에 대해 타협을 보고 구랍 30일에 점수당 단가 55.4를
적용한 7% 인상수가를 고시함으로써 시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상대가치수가제도는 보건복지부의 안이한 대처로 인해 몇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선 늦어도 한 두 달 이전에는 결정났어야 할 상대가치점수당 단가에 대한 협상이
시민단체들의 눈치를 보느라 연말에서야 결정을 냄으로써 의료기관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의료인단체들은 부랴부랴 의료기관들에게 고시된
상대가치수가에 대한 자료를 내보내는 등 부산을 떨어야 했으며 의료기관들은 그 나름대로
1월부터 진료수가에 이를 적용시키기 위해 뒤늦게 숙지작업에 들어갔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요양급여비용협의회에서는 16.5%를 주장했었지만 결국 정부안대로 7%의
인상수가가 통과된 점이다. 협의회에서 주장한 인상율은 사실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가장
합리적으로 도출한 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료계의 실상을 고려하기 보다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초·재진료를 의과와 치과가 동일하게 적용한 점이며 또한 그 동안 현 수가의 원가보전율이
현저히 낮았던 치과분야의 수가를 차등 인상함으로써 치과의원들의 체감인상율은 훨씬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특이할 점은 이번 정부와 시민단체와의 협상과정에서 치협이 주도적 위치에서 이를
진행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치과계로서 또 다른 큰 의미를 갖게하는 사건이다.
치과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추적 위치에서 사태를 진행시킬 수 있었다는 자체는 치과계의
위상이 예전과는 달리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튼 새해에는 이러한 치과계의 위상 재 정립과 더불어 수가계약제와 치과재료 실거래가제
실시, 의약분업 정착화, 개방형 병원 도입 등으로 의료환경에 일대 혁신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치과계로서는 이러한 의료환경이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능동적인 자세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올 한 해에는 치과계의 남은 과제인
전문치의제, 예비시험제도와 국립치대병원 독립법인화, 치대정원 동결 및 감축문제 등을
관철시키는 한해가 돼야 할 것이다. 李起澤(이기택) 협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새해에는
치과계의 르네상스가 꽃피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