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베성서 한국진료팀 6번째 봉사
베트남 호치민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느긋이 창 밖으로 두둥실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있는 나의 마음은 마치 몇 년만에 처음 휴가를 떠나는 기분이었다. 아오자이를 맵시
있게 차려입은 베트남 항공의 스튜어디스 아가씨들은 나의 마음을 더욱 더 달래 준다.
일년만에 다시 팀을 이루어 같이 떠나는 서울대 마취과 오용석 교수, 강릉 치대 박영욱
교수와 우리과의 전임의 최원재 선생 그리고 홍일점인 수술실 유순용 간호사 모두들 듬직한
진료 봉사 팀원들이고 여행을 떠나는 우리들의 마음은 모두들 즐겁기만 하다.
옆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뚱뚱이 베트남 아줌마는 전쟁 후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간 후
처음 귀국하는 길이라는데, duty free shop에서 쇼핑을 한 듯 쵸코렛, 과자, 담배, 양주
등등이 넘쳐흘러 나올 정도로 가득 들은 비닐 쇼핑백을 3개씩이나 다리 밑에 잊어버릴세라
끼고 앉아 내 자리가 불편할 정도인데 고향의 기다리는 식구들의 꿈을 꾸고 있는지 자는
모습이 밉상스럽지는 않다.
5시간의 제법 짧지 않은 비행 후 낯익은 호치민 탄손누트 공항의 활주로를 미끄러져
내려가노라면 드디어 남국의 열기가 온몸에 느껴진다.
베트남 진료는 나에게는 올해로 벌써 7번째이다. 우리과의 명예교수이신 민병일 교수께서
1993년에 일본구순구개열협회의 초청으로 처음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80 km
떨어진 벤체성에서 한일 합동으로 언청이 수술을 하실 때 같이 참석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매년 겨울에 한 차례씩 해 오다가 한국 단독으로 진료 봉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우리의 생각에 호치민시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추천으로 1995년부터 호치민
시에서 북서쪽으로 40 km 떨어진 송베성(지금은 빈둥성으로 개명됨)에서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의 주관으로 민 교수님을 단장으로 하여 매년 한 차례 씩 올해로
벌써 6번 째 언청이 진료 봉사를 하고 있다.
호치민시 외곽을 벗어나 오토바이 행렬의 굉음을 들으며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예전 이곳
전쟁 당시 한국군이 닦아 놓았으며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베트남에서 제일 좋은 도로라고
알려졌던 Korean road를 만날 수 있고 북서쪽으로 좀더 달려가면 곧 송베성에 다다르게
된다.
베트남에서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공통으로 놀랍고 기이하게 느끼는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사람들의 교통 문화이다. 도심의 교통지옥 속에서 오토바이와 자전거,
인력거와 자동차가 한데 어울려 엉키고, 매음 속에서 크락숀 소리와 오토바이의 굉음이
머리를 울리게 하는 도로 속에서도 실타래 풀어 나가듯 교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지며 우리 나라의 교통 상황이 이와 같았더라면 아마도 곳곳에서 큰소리에
주먹다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터인데 그 동안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한
것은 이 사람들의 기질이 사뭇 다른 것으로 느껴진다.
또한 외곽의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중앙선의 개념이 희박하여 서로 정면충돌하기 일보
직전까지 차를 몰고오다가 급기야는 아슬아슬하게 스쳐 비켜 나가는 영화 속에서나 볼 것
같은 곡예 아닌 곡예 장면을 보게 되는데 처음 베트남을 방문하여 차를 타는 외국인들에게는
머리가 쭈뼛해지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 차안에 앉아 있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간담이 서늘한
모습 아닌가.
이곳에 살고 있는 교포 한 사람은 맞은편에서 3대의 트럭이 나란히 평행으로 도로를 꽉
채우며 달려오는 바람에 충돌 직전 도리 없이 옆 논으로 승용차를 몰고 들어가 크게 다친
적이 있다는데 이쯤 되면 웃고 넘기기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좀더 하자면 이곳 사람들의 음식 문화가 우리와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쌀이 주식으로 이들이 즐겨 먹는 ‘포’라는 쌀국수는 하얀 쌀국수
위에 각종 야채와 고기 몇 점을 얹어 주는 ‘포 보’와 닭고기 몇 점을 얹어 주는 “포가"
두 가지가 있는데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이들이 좋아하는 야채들의 맛과 냄새로 비위가 상할
수도 있지만 그 맛에 익숙해지면 우리의 입맛에 잘 맞아 또 찾게 되어 우리 나라에도 최근
베트남 음식 전문 음식점들이 인기 있다고 한다.
생선류로 만든 많은 젓갈과 그 즙으로 만든 양념간장 ‘늑막’은 젓갈류에 잘 길들여진
우리들에게는 쉽게 맛들여진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쌀음식을 좋아하고
젓갈류를 즐기며 우리의 신설로와 유사한 음식을 먹는 이 민족은 가족들 간의 유대를
중시하며 돈독한 인간관계를 높이 사는, 우리와 문화와 풍습 속에서 너무나 유사한 점이
많으며 역사 속에서도 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으면서도 결국은 그들의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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