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슬기로운 옛 조상들은 우리에게 급하면 돌아가라도 가르쳐 왔다. 바쁠수록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고 생활하라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최근 어느 일간지에서 우리의 `빨리빨리"병을 치료하자는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모두가 짜여진 틀속에서 빠져 나오고 싶은 마음은 갖고
있으면서도 여유를 가질 진정한 용기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복잡한 현실속의 나를 잊고 단 하루라도 푹 쉬면서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그런 생각을 해본 사람이 나 하나 뿐일까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하루하루를 긴장과 초조로 보내야 했던 시험지옥은 내 학창시절의
전부였고 그래서 치과의사가 되었을 때의 기쁨은 이제 그 길고 힘들었던 시험의 터널을
빠져나온 해방감(解放感)과 함께 맑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다는 막연한 기대(期待) 때문에 더
컸었습니다.
그러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매달 돌아오는 결제 때문에 한달이 가는 것을 알고
소득세를 내면서 일년이 지난 것을 느끼는 참담한 나날을 십수년간 보내고 있으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나 자신을 원망하는 사람이 오직 나 하나 뿐일까요?
졸업한지 20년. 그동안 병원 늘리랴, 집 넓히랴, 시시각각 다가오는 경제적인 일들로
Ultra-superman처럼 그때그때 처리하면서 다가오는 연휴를 아무 생각없이 집에서 푹 쉬고만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직 나 하나뿐일까요?
가끔 돌이켜 본 내 인생은 외바퀴 자전거처럼 후진할 수는 없고 앞으로 계속 나가지 않으면
쓰러져 버리는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Tee Shot 할 때 보는 페어웨이보다 Putting후에 돌아보는 페어웨이가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우리 현실이 너무 바빠서 뒤를 되돌아 볼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진정
나 하나 뿐일까요?
산에 오를 때 산 정상을 밟는 것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숨이 턱에까지 차서 힘들 때 땀을
식혀주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는 것이 진정한 등산의 참맛이 아닐까요?
하여튼 지금쯤은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고, 되돌아 갈 수는 없지만 온 길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찾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 스케줄없이 나 혼자만의 일주일간의 여행을
2권의 고전과 함께 떠나기로 했습니다.
여행의 목적은 현실의 나를 잊고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찾기 위해 떠났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이라 믿습니다.
자, 이제는 머릿속 너저분한 것들은 툴툴 털어버리고 `잃어버린 나,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나"를 찾아 한번 떠나 보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