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수필(786)>
풍류극 "나비의 꿈"을 보고
진짜 나비가 되어볼까?
원덕희(강남구 한빛치과의원 원장)

  • 등록 2000.12.16 00:00:00
크게보기

상업성을 배제한 연극은 관객을 골치 아프게 하느니 와서 즐겁게 보고 보고 나서 오랫동안 입가에 미소를 지우게 하는 극이면 족하다는 것 장자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유쾌하게 즐기면서도 자기가 장자라는 사실을 잊었다. 그러나 문득 깨어보니 장자가 아닌가. 장자가 꿈에 나비였던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건가? 제작비의 한계로 인하여 점차 진정한 연극다운 연극이 사라지는 요즘에 그저 볼거리에 치우치다보니 쓰레기 같은 군것질 같은 단맛 나는 맛거리에만 치우친 참담한 연극가에 오랜만에 골치 아픈(?) 동양 철학에 기초한 뮤지컬, 아니 풍류극이 맞을 듯한 그런 연극이 그제부터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시작되었다. 경기고등학교 화동연우회가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여 몇 년전부터 준비해온 연극이다. 신구라는 연기파 배우와 백남준의 거물 비디오아티스트, 그리고 황병기라는 국악의 거물이 모여 일을 꾸몄다. 기성극단이 아닌 일반 동호회 수준의 연극단체에서 자칫하면 축제가 아닌 학예회로 끝나기 십상인데 이번 화동연우회의 “나비의 꿈"은 며칠하고 끝내기가 아까운 연극이다. 혼란한 시대에 자기가 뛰어나다고 믿는 사람들, 장자의 시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이 제자백가이다. 장자의 개성은 당시 사회의 생리에 맞지 않았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궤변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후에 한 사람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이는 아침저녁과 같은 매우 짧은 기간이라 했다. 지금 우리는 장자의 저녁 시간대인가보다. 이렇듯 장자는 당시 그리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지 못했다. 끼니가 걱정될 그런 궁핍한 생활에서 그래도 그는 나비의 꿈을 꾸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이런 장자의 이야기를 풍류극 형식으로 그린 무대이다. 우선 첫 눈에 들어온 무대장치는 보는 관객의 눈을 일단 즐겁게 해줬다. 첫 무대에 나오는 몽현마을 사람들의 움직이는 동작선에 잘 조화가 된 배치였고 현실과 꿈의 오가는 장면 변화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해와 달의 좌우 동시 배치 또한 너무 자연스러웠다. 자칫 지루하기 쉬운 동양철학에 기초한 풍류극에 간간이 등장하는 동물분장의 배우들의 몸놀림에 긴장을 풀 수가 있었고, 전문배우의 숫자적 한계성 때문에 자칫 배우들간의 호흡이 어긋날 수가 있는데 이번 연극에서 보여준 비전문 배우들의 연기 또한 전혀 이 극을 진행함에 전혀 걸림돌이 되질 못했다. 그만큼 땀을 흘린 모습을 엿 볼 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침묵을 깨고 그것도 남자 고등학교 동문연극에 게스트로 나온 배우 이혜영의 연기도 한편으론 나긋나긋하면서도 달콤한 꿈의 저편을 연기 할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으스스했다. 역시 전문배우다운 모습이었다. 장자(신구분)와의 꿈의 대화에서 장자를 꼬드기는 모습이나 마지막 장자가 현실이 모두 꿈이란 사실을 알려주는 모습 등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 역할이지만 이혜영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극은 중국 송나라의 몽현이란 옛고을이 무대이나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초현실성에 음악은 오히려 전통음악을 교묘히 접합시킨 현대음악에 가깝게 작곡되었다. 전체 2시간이라는 시간의 제약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루함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약간의 진행을 빨리 해도 무리는 없었을 것 같은데, 무대 변화에 드는 시간은 죽은 시간인데 이런 죽은 시간을 가능한 줄일수록 극의 진행은 긴장감을 풀 수 없게 만들고 또한 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예술의 전당의 좌석 배치나 의자의 불편함에 두 시간 동안 한 곳에 앉아 있기란 고역이다. 다음에는 이런 것까지도 배려해 주는 친절함이 아쉽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에서 초현실과도 어울리는 장자의 사상을 보여주었다. 미래의 미래는 현재라는 말에 미래가 곧 과거임을 느끼게 한 비디오 아트였다. 그렇다 나는 이 연극에서 교훈을 얻는다. 상업성을 배제한 연극은 관객을 골치 아프게 하느니 와서 즐겁게 보고 보고 나서 오랫동안 입가에 미소를 지우게 하는 극이면 족하다는 것을 너무 심오한 연극은 웬만큼 연기력과 진행의 무리가 없는 한 치졸한 연극이 되기 쉽다. 여기저기서 동호회수준의 연극이 자주 발표되는데 대학로의 단맛 나는 연극을 따라다니지 말고 축제분위기의 남들이 할 수 없는 레퍼토리를 선택함이 중요하다 자 이제 꿈에서 깨어 진짜 나비가 되어 볼까?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 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대표전화 : 02-2024-9200 | FAX :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 광고관리국 02-2024-9290 |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