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수필(793)>
아프면서 이보다 행복할 순 없다
김의신(제주도 김의신치과의원 원장)

  • 등록 2001.02.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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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우스운 일도 생겨났다. 항상 괜찮냐고, 아프지는 않았냐고 묻는 것은 나였는데, 그게 뒤바뀌었다. 환자들이 먼저 묻는다. 자신이 마치 의사인양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도 있다. 정 힘들면 다리 낫고 천천히 하자는 환자분도 계신다. 내가 사는 집에서 치과까지는 운전을 해서 45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멀다면 멀다고 할 수 있는 거리지만 그다지 멀게 느껴본 적은 없다. 아마 한라산을 넘으면서 매일 드라이브하는 기분으로 출퇴근을 해서일까? 또, 높낮이가 다른 3가지 코스가 있어, 기분따라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한가지 즐거움이다. 아마 나만큼 멋진 출퇴근길을 가진 선생님은 드물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일하는 곳에 이런 기분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가장 행복한 사람 중의 하나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나의 출근길이 더 행복해지고 있다. 아프기는 하지만... 수퍼에 가는 길이었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뛰어가는데, 딱 소리가 나면서 발이 삐긋하더니 숨이 탁탁 막힌다. 아픈 것을 억지로 참고 점심때까지 겨우겨우 진료를 보았는데,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서 병원에 가 보았더니 뼈가 부러졌단다. 뼈를 잇는 나사 같은 것을 박아야 하기 때문에 수술과 입원이 필요하다고는 하는데, Denture를 한다고 입안의 long bridge를 다 뜯어놓은 할머니. 군대 가기 전에 끝내야 한다고 서두르던 보철물, 임시 치아도 다 만들지 못해 식사에 곤란을 느끼시는 할아버지.. 이렇게 몇몇 분들이 생각이 났다. 불타는 사명감(?)에, 의사 선생님께 조심하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부탁을 해서 수술 다음날까지만 입원을 하고 월요일부터 출근을 했다. 힘들게 출근한 병원. 병원 계단 앞에서 내 모습을 본 환자가 기다리고 있다가 내 손가방을 들고, 내가 계단 오르는 것을 거들어준다. 직원들도 많이 부지런해졌다. 뭐든지 시키기 전에 하고 내가 이동하는 거리를 짧게 해 주려는 수고가 엿보인다. 참 우스운 일도 생겨났다. 항상 괜찮냐고, 아프지는 않았냐고 묻는 것은 나였는데, 그게 뒤바뀌었다. 환자들이 먼저 묻는다. 자신이 마치 의사인양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도 있다. 정 힘들면 다리 낫고 천천히 하자는 환자분도 계신다. 내 다리가 웬만해지려면 적어도 한달 이상이 걸린다는 것을 그 환자분은 아는 걸까? 며칠전 까지만 해도 찡찡거리며 치료를 안 받으려 했던, 꼬마도 얌전해졌다. “선생님 빨리 나으세요”라고 인사까지 한다. 차팅을 하는데, 툭툭 치고 장난을 거는 아이가 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나의 하얀 가운만 보면, 지레 겁을 먹고 울던 아이였는데.. 이제 더 이상 내가 무서움의 존재는 못 되나 보다. 모두가 공유하는 화젯거리가 생겼다. 환자들하고 조금은 더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통증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질까봐 환하게 표정지으려고 노력하는, 그리고 세세한 부분까지 더 신경을 쓰는 나의 모습을 본다. 우리 치과의 분위기가 많이 훈훈해짐을 느낀다. 집에서도 즐거워졌다. 처음하는 목발이라 겨드랑이 쪽이 아프다고 한마디했는데, 아내가 내가 잠든 사이에 우는 아기를 달래가면서 손잡이를 수건으로 푹신푹신하게 만들어 주었다. 통증없이 목발이 짚어질 때마다 아내 생각에 기분이 좋다. 너무 철딱서니 없는 남편의 투정일까, 딸에게만 쏠렸던 아내의 마음을 조금 차지한 것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발의 통증이 조금 버겁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관심가져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아 기분이 괜찮다. 하지만, 나만 기분이 괜찮아지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힘들게 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집에서는 좀 더 자상한 남편과 아빠가 되어야겠다. 치과에서는 환자들이 지금 나를 걱정해주는 것 이상으로 더 환자에게 애정을 가지고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 치과가 직원이나 환자, 재료상, 그 외 모든 손님들이 정말 오고 싶은 치과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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