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필요” VS “투쟁 불사”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국내 영리병원 설립 허용과 관련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정작 제주도민의 75.4%는 영리병원 설립을 찬성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특별자치도내(이하 제주도) 21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3일 제주도의회에서 ‘의료민영화 및 국내영리병원 저지 제주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지사는 국내 영리병원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제주도 3단계 제도개선에 국내영리병원 허용이 포함된 것과 관련 “현재 국내에서 의료 민영화 추진을 위한 3대 핵심과제가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설립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인 만큼 이 사안 중 어느 것 하나라도 구체화 될 경우 의료시장과 자본시장, 민간의료보험시장은 요동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전국민 의료보장제도에 대한 제주도민과 전국민의 열망을 모아 의료 민영화 기도에 맞설 것”이라면서 “보다 튼튼한 건강보장제도를 실현하는 것이 도민과 국민의 뜻이라”며 투쟁도 불사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반면 제주특별자치도가 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논의되고 있는 국내 영리의료법인을 특정지역에 한정해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75.4%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시민사회단체들과는 다소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주)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실시된 이번 여론조사결과에서 제주도의 특정지역에 국한된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도민은 31.5%, ‘찬성’하는 도민은 43.9%로 절반을 훌쩍 넘긴 75.4%가 찬성한 반면 19.3%는 반대했다.
의료산업 육성에 대해서는 ‘매우 필요하다’고 답한 도민이 35.6%, ‘필요하다’고 응답한 도민은 42.9%로 응답자의 77.5%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7.2%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김창희 제주도 특별자치도추진단장은 “이번 여론조사는 의료산업을 관광, 교육과 더불어 제주의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것에 대해 도민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주도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의료산업 제도개선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국내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입법예고,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 도민 대상 여론조사 실효성 의문제기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번 여론조사 자체가 “정책 추진을 정당화 하는 명분 쌓기용에 불과하다”며 비판 공세를 퍼붓고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로 이뤄진 이번 면접 조사의 경우 ▲의료산업 육성 필요성에 대한 찬반 ▲국내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 찬반 여부 등 2개 문항으로만 이뤄졌고 제주도의 의료산업의 육성정책이나 국내 영리법인 제도에 대한 사전 인지도 조사 등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여론조사는 제주도의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 허용 추진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뤄진 것인 만큼 공신력 있는 자료로 활용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