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82.3% “당연지정제 폐지해도 보험환자 진료”
의협, 당연지정제 폐지 관련 의사·국민대상 설문
현행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폐지돼 고가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비계약 의료기관이 생긴다면, 이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국민의 수가 전체 응답자 중 22.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의사 10명 중 8명은 현행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더라도 기존대로 보험환자를 진료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가 갤럽에 의뢰해 의사 1002명과 일반국민 10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당연지정제 대신 건강보험 계약제가 도입돼 고가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비계약 의료기관이 생긴다면 이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22.5%, “이용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74.5%를 차지했다.
또한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응답이 79.1%, “권리가 없다”는 응답이 12.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8.0%였다.
의협은 이같은 설문결과에 대해 “현행 당연지정제 하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의료소비자의 요구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의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더라도 요양기관으로 계약하겠다”는 응답은 82.3%, “계약하지 않겠다”가 14.3%, “무응답”이 3.4%로 나타났다.
의협은 지난 3일 의협회관 동아홀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의료기관을 국·공립기관과 민간의료기관으로 구분해 국·공립기관은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고, 민간의료기관은 선택에 따라 요양기관 또는 일반의료기관이 되도록 하는 건강보험 계약제 모형안을 제시했다.
의협이 제시한 모형은 요양기관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개별의료기관은 공급자단체(중앙회)에 신청을 하고, 중앙회(중앙회의장)는 이들 의료기관을 대표해 보험자에 대응하는 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방안이다.
이는 단체계약의 형태로 원칙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모든 의료기관은 요양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되, 보험자가 선호하는 선별계약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다.
건보 계약제 모형을 연구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김계현 책임연구원은 “계약제를 통해 의료기관들이 제도권에 포함될지 여부를 선택하게 하고, 의료인에게는 신기술과 의학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충족여건을 만들어 주며, 국민에게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의료기관이 보험제도권 내로의 진입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확보하는 것이 결코 전국민 건강보험체계를 부정하거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또 “제도의 운영에 있어 모든 것을 국가가 개입해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계약이라는 형식을 통해 제도 참여자들의 합의문화를 조성하고, 일정 권한과 역할을 공급자에게 확보시켜 불필요한 갈등구조를 해소하고 성숙한 제도 관리를 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의협 김주경 대변인은 “정부가 각종 규제개혁을 표방하고 의료선진화를 지향한다면서도 여론만을 의식해 당연지정제를 고수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의료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안을 놓고 정부 및 의료계와 사회 각계가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복 기자 bok@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