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의 향연(수필)]대박예감/임철중

  • 등록 2008.07.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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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의 화재로 라보엠 공연을 보지 못한 팬들에게 사죄하는 뜻에서, 국립 오페라단은 지난 1월 31일 라보엠 콘체르탄테를 열었다. 필자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극적인 미장센과 연기를 위하여 오디오를 희생한 오페라극장보다 음향이 뛰어난 콘서트홀이었기에, 테너 신동호를 비롯, 좋아하는 가수들의 육성을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콘체르탄테가 주는 다소의 밋밋함을 한방에 날려 보낸 요격기(邀擊機)는 대전이 낳은 초대형(?) 소프라노 한예진씨였다.
대체로 어두운 톤의 라보엠 중 그나마 밝은 라틴쿼터장면에서 활기찬 뮤제타 역을 맡아, 메조나 알토보다도 풍성한 성량과 화려한 동작으로 관객의 시선을 한 몸에 끌어 모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3월 16일, 대전예술의 전당 앙상블 홀에서 서울 색소폰콰르텟의 콘서트“Fall in Love"가 있었다. 네 종류의 색소폰이 일궈내는 화음에 새롭게 눈을 뜨는 경험이었다. 현악기처럼 빠르고 섬세할 수는 없으므로 변화무쌍한 악구를 단순화한 모차르트와 비제는 다소 생경하였으나, 쇼스타코비치 왈츠부터 다른 악기가 따라올 수 없는 흥겨움에 빨려 들어가, 오펜바흐의 오르페우스 서곡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특히 테너색스의 능숙한 장식음 처리는 일품이었다. 19세기 중반에 발명된 색소폰은 이제 클래식 악기로 발돋움하는 과정에 있지만, 브라스가 많은 서곡이나 교향시에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할 가능성이 보인다. 콘트라배스의 콩커션이 풍부한 현대 클래식 피아졸라의 탱고연주 또한 탁월한 최종 마무리였다.


제 2부 시작은 소프라노 한예진씨의 초청무대였다. 선홍빛 드레스와 장갑으로 휘감은 한 씨의 첫 곡은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뒤늦게 재발견되어 정명훈의 반주와 안드레아 보첼리의 테너로 친숙해진 곡이다. 풍부한 성량과 카리스마 넘치는 제스처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노래에서 신끼(神氣)를 넘어 귀기를 느꼈다. 성가(聖歌)를 들으며 요부의 춤을 연상하는, 청아한 보첼리와는 전혀 색다른 경험이었다.


뮤지컬 넘버 뉴욕, 뉴욕 또한 정확한 영어발음에 라이자 미넬리를 압도하는 파워풀한 열창이었다. 보컬에서 정확한 발음은 재산목록 일호다. 백미(白眉)는 앙코르로 부른 이파네마 아가씨. 스윙에 칸추리를 비벼놓은 듯한 시나트라의 보사노바 히트곡으로, 드라마틱한 반전이 없어 보컬보다는 주로 경음악으로 연주되는데, 이날의 이파네마는 그녀의 독창적인‘Jazz’였다.

 

성대에 우퍼를 장착한 듯 저음에서도 꽉 찬 성량이 색소폰과 안성맞춤으로 어울린 덕분이기도 하지만, 가수에 따라 노래가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역시 재즈란 듣는 이에게 행복감을 주는‘음악의 초콜릿’이라고 믿는다. 단순한 크로스오버나 팝페라를 뛰어넘어 팝 중에도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보인 전천후요격기 한 씨는, 미미의 청순가련형(Ingenue)보다 카르멘이나 살로메처럼 남자를 뇌쇄하는 배역에(Femme Fatale) 타고난 체격조건, 170이 넘는 키와 선이 굵은 미모까지 갖추었다. 올 가을 국립오페라단의 살로메에서 열창을 기대하며, 타고난 재능을 더욱 갈고닦아 타이틀 롤을 석권하고, 이 고장을 빛낼 세계적인 멀티탤런트 디바(Diva)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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