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고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을지라도 그 금액이 손해배상금에 비해 턱없이 적다면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제8민사부는 최근 혈액량 감소성 쇼크에 의한 저혈압으로 뇌손상을 입은 환자와 유가족이 당초 병원과 합의금이 잘못됐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환자 A씨는 검은 변과 복부통증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 혈압체크와 피검사, 상부 위내시경 검사를 받고 생리식염팩 등의 조치를 받았으나 저혈압 쇼크로 의식이 없어졌고 C병원으로 급히 옮겼지만 자궁외 임신에 의한 복강경 출혈이 발생, 저혈압성 쇼크로 뇌손상을 입게 됐다.
그러자 A씨의 유가족들은 B병원의 응급처치를 문제 삼았고, 이에 B병원은 손해배상소송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향후 병원비 감면과 1천만원을 지급하는 합의를 제안, 유가족들은 이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B병원의 과실이 심각했으며 합의금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결국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합의가 이뤄졌다해도 그 조건이 터무니없이 불합리할 경우 불공정한 법률행위”라며 1천만원의 합의금을 부인하고 3억원의 손해배상을 선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운전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유지해온 유가족들은 당시 병원비를 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며 “이러한 상황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원비 감면과 1천만원의 합의금에 합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신경철 기자 skc0581@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