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의 얘기를 빌리자면 남자건 여자건 40대 진입을 코앞에 둔 지금이 심적으로 제일 심란하고 허무하다던데… 그러고 보니 6개월 남짓 남은 나의 30대! 난 나의 40대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찬란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23살부터 시작된 첫 사회생활. 병원생활과 편입, 대학원으로의 진학 등 나름 부지런한 20대를 보낸듯하다. ‘20대가 치열하지 않으면 30대는 없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닥치는 대로 열심히, 무언가에 대한 끈임 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돌이켜보면 20대에는 자로 잰 듯 정확하고 빠른 걸 좋아했었다. 여행을 간다 치면 당연히 비행기와 고속도로를 이용했고, 출발 전 미리 인터넷을 검색해서 가장 빨리 목적지로 도착할 수 있는 방법, 주변의 맛 집이나 관광명소를 이미 컴퓨터상에서 여행 후 정작 그곳에 도착하면 인터넷의 정보와 동일한지를 비교하는 수준의 여행을 했었다. 운전은 또 어떤가. 빨간색의 정지신호를 기다리는 것조차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곤 옆길로 돌아서 가곤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한식집보다는 패스트푸드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분식집을 자주 찾았고, 약속시간에 늦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직장생활에 있어서도 실수는 두 번 반복되면 안 되는 것이라 여기며 매일 매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왔다.
30세 5월에 결혼을 하면서 한 가정의 안주인이 되었다. 결혼 후 5년이 지나자 두 아이가 생겼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이름 ‘어머니’가 되었다. 아이를 낳은 여자의 삶은 참으로 드라마틱하고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치열한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외모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낯설었고, 누군가를 위해 내가 원하던 삶을 양보하고 포기해야 하는 일에도 익숙하지가 않았다. 거기다 직장생활과 주말부부까지 겸해야 하는 나로서는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마음으로 보내야 했다. 누군가에게나 반드시 배울 점은 있고 그 어떤 책에서도 교훈은 있다는 말처럼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나는 조금씩 성숙해져 갔다. 그리고 그 가운데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들을 알아가고 있다.
혼자서 영화보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혼자 점심도 먹고, 그리고 춘천으로의 단독 여행까지! 20대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을 요즘 하나씩 도전해보는 중이다. 기품 있는 노년의 모습을 꿈꾸며 얼마 전부터는 가야금연주와 사군자도 배우고 있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손을 놓지 못하는 점은 20대의 모습이나 다를 게 없지만 나는 요즘 ‘적당히’나 ‘천천히’라는 단어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꼭 정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지금은 조금 부족해도 괜찮고… 분명,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도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연세가 지긋하신 노교수님께서 언젠가 나에게 물었다. 김선생은 지금까지 살아온 날 가운데 언제가 가장 행복했었냐고?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지금이요, 교수님”이라고 대답했다. 그렇다. 나는 정말 오늘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그리고 믿고 있다. 내일도 행복할 것이라고.
오늘을 준비하느라 고생한 나의 20대!
희생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지금의 성숙함과 여유로움을 알게 해 준 나의 30대!
그리고 찬란히 다가올 나의 40대! 당당히 널 맞아줄테니 잘해보자.
김창숙 울산과학대 치위생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