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치과의사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심각한 경쟁 속에서 도덕심과 자존심의 추락도 감수하는 치과의사가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듣고 있자면 우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나는 어떤 치과의사가 되어야 할까 자주 고민하게 됩니다.’
지난 겨울 치의신보 지면을 통해 보았던 수련과정에 있는 선생님의 글입니다. 이 글은 저 또한 어떻게 살 것인가? 또 어떤 치과의사가 되어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쩌다가 시작한 주제넘은 강의를 할 때마다 고민하는 치과의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드려야 할까 고민하며 한 해를 보냈습니다. 1990년에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한 이후 수많은 선후배 동료 치과의사들이 글과 말을 통해 제게 해주었던 이야기들에 어느새 이십년을 넘게 해온 개원의 경험에서 정리된 생각들을 조금 더하여 고민하는 후배님들에게 전해드려 보고자 애를 썼습니다.
지나온 한 해를 뒤돌아보며 제가 해온 이야기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할 이야기는 또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청주시치과의사회 송년회 인사말에서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노력할 일은 그저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기본에 충실하는 길 뿐입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욕심을 줄이고 치과의사로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라는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 것이 제가 하는 이야기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덧붙인다면 그렇게 살려면 ‘따뜻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야 하고, 따뜻한 마음을 갖기 위해 몸이 건강해야 하고, 몸이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강의 때마다 어떤 내용을 전할까 이전과 다른 내용을 해볼까 고민을 하는 저에게 존경하는 선배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기본진료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올해도 내년에도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당신이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하십시오. 따뜻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진료를 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십시오’
새로 개원하는 후배님들이나 경영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개원의들에게 지면을 통해 드렸던 말씀을 다시 한 번 반복해보겠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비보험진료에 매달리지 마십시오. 비보험진료 상담 후 나타나지 않는 환자는 많아도 보험진료 상담 후 없어지는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보험진료 열심히 하다보면 약속노트도 금방 꽉 차고 그 환자가 몇 년 쌓이면 그 분들로부터 비보험진료는 저절로 생깁니다. 특히 치주질환 환자를 스케일링만 하고 끝내지 마십시오. 치근활택술, 치주소파술 등 잇몸치료 열심히 하면서 마모증, 충치 등도 지나치게 비급여진료를 강조하지 말고 보험으로 치료해주다 보면 어느 새 온종일 바쁜 치과가 될 것입니다.
구강외과치료와 치주치료(치석제거, 치근활택술, 치주소파술), 보존치료(충치치료, 근관치료, 마모증 충전) 등의 환자에게 꼭 필요한 기본진료는 대부분이 급여대상이고, 그 기본진료를 열심히 하다보면 저절로 보험청구액이 늘어나게 됩니다. 처음부터 비급여진료비 총액을 상담하지 않았다면 본인부담금 수납 또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그런 기본진료 뒤에 이어지는 비보험진료는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치주치료 등의 기본진료로부터 쌓인 환자의 신뢰는 끊임없이 소개환자를 만들어 줍니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기본진료를 완료한 후에 이어지는 비급여진료를 하는 진료체계는 환자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고, 치과의료시장의 고른 분배를 통해 치과계가 ‘상생’하는 길이며, 비급여진료 영역의 수가경쟁에서 한걸음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결과로 기본진료-보험진료가 건강하고 행복한 치과의사생활의 근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조재현 청주시치과의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