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모 치과에 전화 모니터링을 한 적이 있었다.
“OO치과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1)
“네, 예약 문의 하려구요.”
“네, 언제로 예약해 드릴까요?” (2)
“이번주 목요일 오후 5시요.”
“저희 병원 처음이신가요?” (3)
“네.”
“교정 상담 원하시나요?” (4)
“아니요. 스케일링만 하려구요.”
“네, 그런데 저희 병원은 교정 전문이라 검진은 하지 않는데 괜찮으세요?” (5)
“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6)
“이명진 입니다.”
“전화 번호가 어떻게 되시죠?” (7)
“010-2564-3206입니다.”
“네, 그럼 목요일 5시에 예약 도와드릴게요.” (8)
“네.”
이때 필자가 들었던 직원의 목소리는 어땠을까? 목소리의 속도, 고저, 온도, 음색, 어투에 따라서 듣는 사람의 마음이 변화된다. 통화가 끝나기 전에 이미 필자는 불쾌한 감정이 생겨버렸었다.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칼럼에서 다루지 않고 예고된 바와 같이 다음으로 미루겠다.
자, 그럼 전화 응대 시에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좋은 고객 경험이 이루어질까? 차근차근 살펴보자.
먼저, (1)은 “(미소를 드리는) OO치과, OOO 코디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로 바꾸면 어떨까? 병원마다 홈페이지를 열어보면 미션이나 철학이 게시되어 있다. 구성원이 그때 그때 선언하지 않으면 그 홈페이지는 생각이 묻혀있는 묘지와 다름없다. 그리고 소속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과 직급을 정확하게 소개하는 것이 통화의 주체로서 그 응대 태도에 책임지는 마음가짐을 갖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자존감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2)는 “네, 고객님, 저희 OO치과에 문의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약을 더 잘 도와드리기 위해서 먼저 고객님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라고 하면 어떨까? 첫인상은 따뜻해야 한다. 감사의 말은 많을수록 좋다. 표현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이름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고객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면 “네, 이명진 고객님, 언제 방문하기를 원하시는지요?” 라고 고객의 이름을 부르면서 질문하면 어떨까? 누구나 자신의 이름이 따뜻하게 불리면 친근감을 느낀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떠올려보라. 당신이, 당신의 치과가 그 고객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3)번은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될 내용이다. 긁어 부스럼이다. 필자에게 이름을 처음부터 묻지 않았기 때문에 불편한 질문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름을 서두에 확인한 후 조회해 보면 될 일이다.
(4)번부터 필자의 감정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었다. (4)와 같은 질문을 폐쇄형 질문이라고 한다. 예 혹은 아니오를 답할 수 밖에 없다. 고객의 입에서 부정어가 나올 일을 만들지 마라. 뇌의식도 부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필자는 승차 거부하는 택시가 살짝 떠올랐었다. “이명진 고객님, 목요일 오후 5시에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라고 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5)번 이후의 내용과 직원분이 빠뜨린 사항들은 지면 관계상 생략하겠다.
이 정도는 다 알고 있다고? 아는 것과 할 줄 아는 것은 다르다. 할 줄 아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또 다르다. 지금 당장 예약 응대 통화를 들어보라. 잘 되고 있는가? 아는 만큼 하는 것이 아니다. 하는 만큼 아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예를 든 응대 언어를 외워서 사용한다고 고객 경험이 바로 좋아질까? 그렇지 않다. 노래에 비유하면 응대 언어는 노랫말, 가사이다. 가사를 숙지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목소리와 가창력, 그리고 무대 매너이다. 트레이너에게 훈련을 받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필자가 코칭했던 모병원의 코디분은 코칭과 트레이닝을 받은 바로 그 다음날 한번의 전화 응대로 충성 고객을 만든 적이 있었다. 2시간 30분 거리의 시골에서 문의전화를 하셨던 그 분을 한달음에 내원하게 만든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예정되어 있는 힐리스닝 칼럼의 <목소리편>에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
명심하라. 진료는 환자가 문의 전화를 할 때부터 시작된다.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명진
힐리스닝 코칭 아카데미 대표
CEM Specialist
칼럼니스트, 코치
문의 : rex1118@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