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처”를 아는가? “상대의 눈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잠시 칼럼을 읽는 것을 멈추고 가까이 있는 이에게 다가가서 그 사람의 눈동자 속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보라. 보았는가? 방금 본 눈부처를 제외하고 최근 24시간안에 눈부처를 본 적이 있었는가? 없는가? 한 달 안에는? 기억이 안 나는가? 마지막으로 눈부처를 본 것은 언제였는가?
필자는 강의 때마다 꼭 이 질문들을 한다. 손을 드는 사람은 평균 1%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그렇게 손을 드는 이에게는 곧바로 다시 질문한다. “사랑하는 사람이죠?” 그러면 0.3초만에 “네”라는 답을 듣게 된다. 그런데 당신에게도 분명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사람과의 눈부처가 기억 나지 않는 것일까? 대화할 때 눈을 잘 보지 않는다거나, 눈을 보기는 하는데 생각이 많다거나, 경청하기보다 말하는 비율이 높아 대화를 독점하고 있다면 눈부처를 볼 수가 없다.
다른 마음은 비우고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맞출 때 비로소 보인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눈 속에 부처라고 했겠는가.
몇 달 전 모 대학 치위생과에서 특강을 했던 일이 떠오른다. 학생들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최근에 눈부처를 보았었다고 손을 들었다. 곧바로 다시 질문하였다. “학생, 지금 연애 중이죠?” 그러자 그 학생이 수줍게 웃으면서 “네”라고 답했다. 그 때 그 학생은 그날 오후에 아주 중요한 면접을 볼 예정이라며 면접관에게 눈부처를 꼭 사용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뒤, 필자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면접에 합격해서 곧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고.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모딜리아니가 그린 초상화를 보면 특이한 공통점을 볼 수 있다. 거의 대부분 눈동자가 그려져 있지 않다. 한번은 모델이 질문을 하였다고 한다.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나요?” 그러자 모딜리아니는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될 때, 나는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거에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모딜리아니가 화룡점정을 알았던 것일까? 화가들만 눈동자를 중요하게 보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고객도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만났던 의사, 상담실장, 코디분들은 거의 대부분이 눈부처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칭을 받고 훈련을 하면 누구나 능숙해질 수 있다. 인천 모치과에 상담실장 L은 코칭 전 첫 모니터링을 했을 때 12분간의 상담 동안 시선이 벗어난 횟수가 무려 40번이나 되었다.
그런데 트레이닝을 시작하고 3주뒤에 시선 단절이 10번으로 줄었고 그 결과 상담 동의율과 고객 만족도가 크게 올랐다. 수원 모치과에 상담실장 K는 상담 중에 임플란트 비용을 깎아주지 않으면 다른 병원에 가겠다고 엄포를 놓는 고객을 만났는데 눈부처를 잘 사용한 결과 비용 할인을 전혀 하지 않고서도 동의를 받았다고 기뻐하였다.
눈부처를 잘 해서 대통령까지 역임했던 인물을 아는가? 빌 클린턴이다. 심지어 “Bill Clinton’s Eyes” 라는 신조어도 있다.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만 존재하듯이 바라보는 눈”이라는 뜻이다. 클린턴이 대통령 선거운동을 한참 할 때 있었던 일이다. 한 어린 소년이 말을 걸자 클린턴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미소 지으며 경청하였다. 그 때 그 모습을 본 기자가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그 사진은 퓰리처상을 받았다. 필자가 퓰리처상 사진전을 관람했을 때 그 사진 아래에 이런 해설이 적혀 있었다. “빌 클린턴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가 존중 받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탁월한 힘이 있다.”
당신의 고객도 상담이나 대화를 나눌 때 당신에게 존중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는 당신의 팬이 된다. 벗이 된다. 당신을 신뢰하고 제안에 기꺼이 따를 것이다. 그런데 눈부처를 실천하겠다고 Eye Contact을 무턱대고 하지는 말기 바란다. 낭패를 볼 수 있다. 눈빛은 낯빛이 결정한다. 당신의 표정이 차갑고 어둡다면 고객은 당신의 시선을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거울을 보라. 무섭지 않은가? 글의 서두에서 눈부처를 직접 실습했을 때 상대방이 화들짝 놀랐던 이유를 이제 알겠는가? 고객의 눈에는 시선보다 표정이 먼저 보인다. 그래서 미소가 중요하다. 다음주에는 내원한 고객의 눈이 치과에서 경험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자, 지금 이순간부터 고객에게, 동료 직원에게, 가족에게, 누구에게든 당신의 눈을, 마음의 창을 잘 열기 바란다. 영화 <아바타>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I See You.”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명진 /힐리스닝 코칭 아카데미 대표
CEM Specialist
칼럼니스트, 코치
문의 : rex1118@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