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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흑기사
20세기 미녀3총사(‘거품의 미학" 94쪽, 1999)의 마지막으로 리즈 테일러가 지난 3월 유명을 달리하였다. 그녀의 미모가 가장 빛난 영화는 사극 ‘아이반호"(1952).
사자왕 리처드의 충신인 색슨의 아이반호(로버트 테일러)는, 토너먼트에 출전하여 노르만의 정예기사 5인을 차례로 꺾고 챔피언이 되지만, 중상을 입어 심한 출혈로 사경을 헤맨다. 출전비용을 빌려준 유태인 아이작의 딸 레베카(리즈)는 중세의 무지한 사혈(瀉血)요법에 맞서 극진한 치료로 살려내지만, 재판에서 사술을 쓴 마녀로 낙인찍혀 화형판결을 받는다. 아이반호는 판결에 도전하여 레베카가 마녀가 아님을 입증할 ‘대전사(代戰士)"를 자청한다. 생사를 건 대결에서 교회 측 대전사는 토너먼트에서 그에게 부상을 입힌, 그리고 레베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노르만 최고의 기사 길베어(조지 샌더스). 아이반호의 승리로 레베카는 풀려나지만, 그녀가 짝사랑했으나 결국 로웨나 공주(조안 폰테인)에게 돌아간 기사 아이반호와, 자신이 이기면 레베카가 죽게 된다는 갈등을 안은 채 싸우다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숨을 거두는 악당(?) 길베어 사이에서 많은 영화팬들 또한 갈등했다. 원작자인 로맨틱 역사소설가 월터 스캇트 경이 꾸며낸(1819) 교묘한 갈등구조다.
미국 우정성은 1960년대에 ‘Champion of Liberty" 우표 시리즈를 발행하였다.
훈장 모양으로 도안한 우표에는 이탈리아의 갈리발디와 인도의 간디도 들어있다.
인류 최고의 공통선인 ‘자유"를 지키고 옹호하는 데에 기여한 투사들에게 헌정된 역사의 훈장이다. 공무수행중 비행기사고로 사망한 UN사무총장 함마르셸드(당시 함마슐트로 읽음; 1961)는 흑황색 추모우표도 나왔지만, 후일 ‘자유의 투사" 시리즈에도 들어간 것으로 안다. 지난 21일 UN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연임이 확정된 우리의 자랑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지지연설이 쏟아졌다. 수전라이스 UN 주재 미국대사는 “그가 보여준 모습은 평화와 안보의 챔피언"이라며 극찬했다고 한다. 과거에 명석한 두뇌와 능력으로 상관을 보필하는 성실한 ‘관리자"로서 고속승진 했다면, 이제 국제사회를 관리하는 CEO로서 국제평화와 안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챔피언, 즉 새로운 ‘대전사 역할"을 ‘창출"해가고 있는 것이다.
‘챔피언" 하면 선수권자 또는 남보다 뛰어난 우승자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보다 고답적으로는 “主義 등을 위해 싸우는 전사 또는 옹호자"라는 뜻으로 쓴다. 지난 번 ‘치과계의 챔피언"이라는 칼럼은 바로 그런 의미로써, 글에 등장한 네 분이 보다 우수한 치과의사였다 라기 보다, 치과계를 위하여 그만큼 노력하고 희생하여 탁월한 업적을 남긴 분들이라는 뜻이었다.
격변하는 사회, 총체적인 불확실성의 갈등 속에서, 지금 치과계에는 의료업의 공공성에 반하고 그 기반을 뒤흔드는 기막힌 일들까지 벌어지고 있다. 앞장서서 투쟁해줄 협회가 순발력 있게 옳은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 든든하다. 다만 고문단 등 주위에 충분히 자문하여, 신중하고 ‘절차에 하자 없는" 업무추진을 바란다. 후유증의 불안보다 회원의 적극적인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대표로 싸워줄 협회가 강해야 회원이 살고 ‘명분이 당당" 해야 협회가 산다. 그리해야 훗날 훌륭한 챔피언으로 기억될 것이다.
끝으로 영화제목에 대하여 한마디 추가.‘아이반호"는 ‘흑기사"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폭탄주 돌릴 때 마셔주거나 힘든 벌칙을 대신 받는 ‘흑기사"도 여기서 유래한 것 같다. 불량 네트워크 사태를 맞아 모든 일을 협회에만 맡기지 말고, 회원 모두가 서로의 흑기사가 되어준다는, 그런 희생적인 자세로 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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