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소민이는 자신이 다니는 치과의사 선생님 같은 치과의사가 되는 게 꿈이다. 늘 자상한 미소로 치아의 구조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올바른 칫솔질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소민이의 롤모델이다. 그래서 소민이는 엄마의 스마트폰을 갖고 놀 때 항상 ‘치과게임’에 몰두한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은 물론, 애완동물과 심지어 괴물들의 치아를 ‘가상으로’ 고쳐주면서 소민이는 오늘도 치과의사의 꿈을 키워간다.
구글 플레이에서 ‘치과’라는 키워드를 치면 250여 개의 치과 관련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이 검색에 잡힌다.
그 중에는 치과 관련 기관에서 만든 공식 앱과 치과 찾기 같은 정보성 앱도 다수 존재하지만 절반 이상이 소민이가 즐겨하는 ‘치과 게임’이다.
게임의 종류도 다양하다. 버츄얼 치과수술, 치과교정기, 치과훈련, 연예인 치과 게임, 애완동물 치과의사 등 다양한 환자가 등장하고, 다양한 수술기구가 마련돼 있어 실제 입을 벌리고 있는 환자를 적합한 기구를 통해 치료하는 게임이 거의 전부다.
그런데 일부 게임의 경우 제목에서부터 ‘미친 치과의사’, ‘괴물 치과의사’, ‘미친 칫솔’ 등 자극적인 요소를 내세워 치과진료를 희화화하거나 치과의사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해서 심어줄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 핸드폰으로 방사선 사진도?
실제 미친 치과의사(Crazy Dentist)라는 제목의 게임은 햄버거를 많이 먹어 이가 망가진 아이를 치료해주는 등 게임의 내용은 교육적인 편이나 게임에 대한 설명을 “미친 치과 의사가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치과의사의 사무실에 가고 싶어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을 하며 앱의 내려받기를 유도하고, 캐릭터의 상태를 지나치게 과장해 치아를 마치 파괴해야 할 대상으로 묘사한다. 한 유저는 “다 뽑아 버리고 싶은데 안되네ㅋㅋ”라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미친 치과’라는 게임도 교육용이라기보다 흉측한 괴물을 환자로 등장시켜 오히려 아이들로 하여금 치과 혐오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치과 공포증을 오히려 조장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치과 드릴’, ‘치과 연습’이라는 제목의 앱은 치과 드릴이 화면 가득 나오고 화면을 터치하면, 듣기에 불쾌한 드릴의 굉음이 지속된다.
의료행위를 장난처럼 오도하는 장면도 눈에 띈다. 역시 ‘치과’라는 키워드를 치면 나오는 ‘X-ray’라는 앱은 치과에서 찍는 카메라와 연동돼, 마치 핸드폰 카메라로 구강 방사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다.
실제로 카메라로 촬영을 하면 방사선 처리가 되는 것처럼 효과음이 나오지만, 얼굴이 아니라 주변 환경을 촬영해도 결과로 나오는 사진은 미상 인물의 방사선 사진이다.
평소 핸드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관악구의 한 원장은 “해당 앱 게임들을 해본 결과, 이것들이 인기가 좋은 편이 아니라 당장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이 게임을 어린아이들이 한다고 했을 때 치과에 대한 그릇된 이미지를 가질 수 있고, 치과 공포증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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