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삶, 정치의 균형잡기

2020.08.12 09:55:59

시론

온라인이 삶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 특히, 온라인을 삶의 일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라고 하며, 1980년대 초반 출생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사람 까지를 아우른다. 이 세대의 규정 폭은 넓다. 이전의 세대 규정은 세대가 활동하는 범주에 따라 10년 단위로 명확히 이루어진 편이다. 한 세대가 사회에 진입해서 역할하고 있을 때 다음 세대는 학생으로, 그 전 세대는 가정의 주체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인생 흐름과 시간 순서에 따라 서로 나뉘어져, 각 세대 만의 ‘또래’ 문화를 만들어갔다. 그러나 온라인을 기반한 현재의 삶의 패턴은 세대 간의 격차를 줄였고, 여러 세대에서 정보를 ‘공유’하게끔 한다. 


사람들은 30년 전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세상과 상호작용한다. 주변을 경험하고, 기억하고, 인지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타인에게 전화를 걸 때 본인의 기억력이나 두꺼운 전화번호부에 의존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으며, 지도나 도로교통표지판을 보기보다는 네비게이션에 의지해 목적지에 도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이나 핸드폰 내 검색을 하면 간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보 자체가 늘어났고, 누구든지 정보를 만들어서 언제든 손쉽게 배포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서 인간이 가질 지식과 정보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국내의 카카오톡 월간 이용자 수가 4400만명 이상인데, 산술적으로는 한국 인구의 85%가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4400만이라는 수는 4400만 개의 노드(node)를 의미하고, 상상 이상의 링크(link)를 만들어 낸다. 노드를 잇는 수많은 네트워크와 무한에 가까운 조합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오간다. 유튜브도 중요한 플랫폼이다. 모바일 이용시간에서 유튜브 사용량은 카카오톡을 앞서며, 유아에서 노년까지 완전히 다른 세대에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한다. 흥미로운 것은 각자가 소비하는 콘텐츠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지만 스토리를 공유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흐름은 정보 소통의 민주화를 이루지만, 반대로 정보와 소통의 파편화로도 이어진다.


온라인 상의 소통의 파편화라는 것은 보편적인 담론이 없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이야기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고, 이야기들은 갈라져 서로 강화되기도 한다. 바로 에코 챔버(echo chamber)효과이다. 개인은 자기가 동의할 수 있는 정보에만 노출되고, 반대하거나 관심이 없었던 정보에는 전혀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신문과 TV방송으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는 대다수 유권자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의 시각들을 보도하는 반면, 소셜미디어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시각들을 여과 없이 전달하며 틈새시장을 노린다. 많은 군소 언론사도 살아남기 위해 이념 마케팅이나 자극적인 뉴스를 유통시키며, 정치적 양극단화를 조장하기도 한다. 물론, 뉴스 유통의 주체가 다양화되면서 뉴스 유통의 독과점이 약화되는 순기능도 있다.


온라인이 한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종합 평가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온라인 상의 정보 공해로 사람들은 일종의 착시현상을 겪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부각되는 거대한 사회적 문제들, 정치 이슈들이 우리의 삶을 휩싸고 있다는 착시. 착시현상은 언론과 여론의 연합으로 짙어지며, 개인의 삶이 이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그러한 사회적인 거대한 사건과 우리의 개인적 삶은 다른 층위에 있다. 그 사건에 내가 종속되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빈번히 그 두 층위를 구분해서 생활하는 데 실패한다. 내 삶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정보를 구분해낼 수 있어야 하고, 공해처럼 주어지는 진영논리에 따른 시각과 정보를 지양해야 하며, 혜안을 기르는 데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한국 민주정치에서의 중요점은 도달할 결과보다는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 기술의 발전과 효율 증가가 필연적으로 그 과정을 풍부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분명, 온라인에 기반한 삶은 편리하고, 사람들은 맞춤형(customized) 정보를 효율적으로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보편성과 맥락을 잃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실패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보편성에 대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타인과 개인적 생각과 경험, 정보를 나누고 정치에 대해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 나가야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연희 경희치대 구강내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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