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AI 구강검진 앱' 아무거나 찍어도 충치 경고 엉터리

2020.12.05 22:59:51

치아 아닌 사물 찍어도 구강 질환 위험도 산출
검진 신뢰도 의구심, 환자 알선 수단 변질 우려

 

‘집에서 하는 셀프 구강 검진’을 내걸고 올해 정식 출시된 인공지능(AI) 구강 검진 앱이 허술한 기능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충치나 치주질환을 잡아내는 것은 고사하고, 사진 속 대상이 치아인지 아닌지도 정확히 분간 못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 중인 T사의 E앱이다. E앱은 현재 출시된 유일한 AI 구강검진 앱으로, 2018년부터 중소기술벤처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통해 개발됐다. AI가 구강 사진을 분석해 80%의 정확도로 충치나 치주질환 위험도를 알려준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과연 어떨까? 이에 본지가 E앱을 직접 테스트해봤다.


문제가 된 기능은 앱의 ‘구강 검진’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간편 검진’과 ‘일반 검진’으로 구분돼 있었다. 간편 검진은 치아 사진을 바로 분석해 주는 기능이고, 일반 검진은 치아 사진과 문진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충치와 치주질환 위험도를 산출해 준다.


바로 간편 검진부터 테스트해봤다. 검진할 부위를 선택한 후 입을 다물고 사진을 찍어봤다. ‘데이터 분석 중’이라는 문구가 뜬 후 약 5초 만에 검진보고서가 나왔다. 결과는 황당했다. 사진에 찍힌 것은 굳게 다문 입술뿐인데 치은염 확률이 91%로 나왔다. 일반 검진으로 해도 검진 결과 총점 41.4점에 치은염 확률이 81%였다.


또 신체가 아닌 신문, 화분 등을 찍어도 충치, 치은염, 치주염 위험도가 산출됐다. 반면 치의학 교과서에 실린 명백한 충치, 치주염 증례 사진을 찍어보니 오히려 충치 확률이 0%, 치주염 확률이 4%로 상태가 ‘좋음’이라는 평가가 떴다.


앱에서는 꽤 세부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으나 명백한 구강 질환조차 잡아내지 못할뿐더러 사진 속 대상이 치아인지 아닌지조차 구분 못 하고 있어, 검진 결과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검진 결과가 ‘위험’ 등급으로 나올 시 사용자 인근의 치과로 안내해 주는 기능 때문이다. T사 측은 구강 건강에 문제가 있는 환자의 치과 진료를 장려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으나, 환자 알선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김용식 치협 치무이사는 “구강 검진 앱들의 신뢰도를 인정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대면 진료가 중심이 되는 치과 진료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앱은 환자 유치를 위한 홍보 및 광고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해당 앱 개발에 참여한 T사의 한 연구원은 “앱 베타 버전에서는 치아 분간이 가능했으나, 리소스 점유로 스마트폰이 느려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해당 기능을 뺐다. 알고리즘을 간소화해 해당 문제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구강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만든 앱인 만큼 정식 진단이 아닌 참고용으로 사용해달라”고 해명했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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