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소통, 비대면일수록 더 소소한 소통이 필요하다

2021.07.29 15:19:50

코로나 극복을 위한 힐링 경영캠프

치협 경영정책위원회가 치의신보·치의신보TV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위기 및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자는 취지로 우리 사회 저명인사들의 칼럼 시리즈를 격주로 게재합니다. 치과경영 및 치과의료인의 삶에 새로운 자극, 위로와 활력소가 되길 바랍니다.<편집자주>

 

 

김경일 교수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전) 서울지방법원 조정위원
·전)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위원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아주대학교 창의력 연구센터장
·저서 '지혜의 심리학(2013, 2017)', '이제 지난 성공의 기억과 이별할 때(2020)', '적정한 삶(2021)', '코로나 사피엔스(2020)' 등 다수

 

 

 

코로나 펜데믹.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시련이다. 사람들은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마스크라는 장벽이 서로의 눈만 보게 만들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답답하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비대면성을 코로나 이전에도 상당부분 원하고 있었다면 받아들이실 수 있겠는가?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이는 사실이다.

 

우버의 성공, 배달의 민족의 일상적 사용이 그것을 증명한다. 한 번만 사용해 본 사람은 없고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만 있다는 우버. 합법화에만 성공하면 그 도시에서 택시를 사라지게 만드는 이 흡입력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기술적 혁신? 엄청난 편리함? 사실, 우버의 성공에는 비대면성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의외의 사실이 숨겨져 있다. 우버를 이용하면 드라이버가 고객이 어디를 가는지 알고 온다. 따라서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와 그 이후의 전반적인 대화 양 자체가 줄어든다. 그런데 의외로 그것이 달콤하다. 택시를 이용할 때 기사님과의 대화가 부담스러웠던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가를 떠올려 보면 그 이유가 납득이 된다.

 

 

배달음식 주문도 마찬가지다. 주문을 위해 식당 사장님이나 종업원과 해야만 했던 대화 역시 부담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지 않은가. 그런데 배달의 민족을 비롯한 배달앱들은 그런 버거움을 깨끗하게 해소해 줬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수많은 타인들과의 만남과 대화로 지쳐 있었던 우리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비대면을 어느 정도는 요구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더욱 재미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드라이버와 음식이 얼마나 왔고 어디에 있으며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를 끊김 없이 보여준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실시간 피드백이라고 한다. 그렇다. 21세기에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많은 서비스들은 비대면과 피드백을 공존시켰다. 이는 과거에는 불가능했다. 더 많이 대면해야만 그만큼 더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대면의 부담은 줄여주면서 피드백은 더 많이 주는 서비스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각광받았으며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면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이를 조금만 더 응용해보면 소통의 질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자주 가는 일식집의 사장님이 이런 고충을 토로하신 적이 있다. “교수님. 고객들에게 더 친절하게 해드리기 위해 주방장이 수시로 나와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드리는데 오히려 손님들이 예전보다 더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주방장이 직접 홀에 나와 손님들께 인사드리고 메뉴에 관해 설명 드리는 것은 꽤 훌륭한 서비스 정신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부담될 때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의류 매장에서 지나치게 친절한 나머지 ‘뭐가 필요하신지요’를 연이어 계속해서 묻는 직원이 부담스러워 그 매장에서 나와 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처럼...

 

 

그래서 그 식당의 사장님께 좀 다른 방식으로 고객들과 소통하는 건 어떻겠냐고 충고 드렸다. 굳이 손님이 원하시지 않으면 주방장은 홀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홀서빙을 하시는 분이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서너 번 정도로 나눠서 손님들에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음식의 조리 상태가 얼마나 진행됐고, 또 얼마나 남았는가를 5~10분마다 알려드리는 것이다. 손님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긍정적이었다. 아주 사려 깊은 배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리뷰도 올라왔다. 직접 얼굴을 보자고는 않는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태를 더 자세히 그리고 잘게 썰어서 알려주니 사람들의 마음에는 배려 받고 있다는 느낌과 내가 먹을 음식이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잘 알고 있다는 편안함까지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의 소통 방식이 아닐까? 비대면의 시대일수록, 예전에는 상식적이었던 큰 메시지를 좀 더 잘게 나누어 상대방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기능적으로 훨씬 더 정교한 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떤 치료든 그 치료 중간 중간에 조금씩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알려주면서 마음의 대비를 하게 만들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셨던 어떤 치과 선생님이 떠오른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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